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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동식물과 기후 변화로 자연 생태계도 급속히 훼손

지리산의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는 것은 사람들의 불법 산행뿐이 아니다. 외래종과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 또한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외래종 중에서도 특히 국내 토종 생태계를 어지럽힌다고 판단되는 종을 생태계 교란종이라 한다. 1998년 황소개구리,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배스 등 3종이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고, 현재는 총 18종(식물 12종, 동물 6종)으로 늘어났다.

생태계 교란종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불과 반 세기 전이다. 1940년대 이후 식용 또는 모피 생산 등의 목적으로 유입된 외래 생물종이 사후관리 부실로 스며든 것으로 파악된다. 생태계 교란 외래종은 빠른 번식력으로 서식 면적을 넓히는 특성을 가진다. 이 때문에 고유종의 서식 공간을 제한하고 성장을 방해하는 등 생태계 교란을 일으킨다.

돼지풀, 서양등골나물, 애기수영(위쪽부터)
지리산에 서식하는 생태계 교란종은 동물보다는 식물 쪽이다.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서양등골나물, 애기수영, 서양금혼초 등 5종의 생태계 교란 식물이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다. 이 중 돼지풀의 서식이 가장 활발하다. 북미에서 들어와 전국에 서식하고 있는 돼지풀은 특히 주택가·능선·계곡·휴경지 등에서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돼지풀은 다른 식물들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빽빽하면서도 큰 무리를 이루는 특징이 있다. 서양등골나물도 조심해야 할 교란종이다. 이를 먹은 소의 유제품을 섭취할 경우 구토ㆍ변비 등의 증세를 보이게 된다.

외래종은 대부분 저지대에 분포하지만 지리산의 경우 고지대에 침입한 특이한 사례도 있다. 2010년 지리산 3대 봉우리인 노고단 일대에 있던 군부대를 철거한 자리에서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된 ‘애기수영’이 발견된 것이 그 예다. 애기수영은 유럽이 원산지인 여러해살이 풀로, 많은 뿌리줄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빠른 속도로 증식한다. 본래 외래종은 공터나 농경지 등의 개활지에서 쉽게 퍼져 나가는 반면, 산림이 우거진 곳은 쉽게 침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발 1000m가 넘는 노고단에서 애기수영이 발견된 것이다. 이는 군부대 주둔 당시 신발이나 차량바퀴 등에 묻어온 외래종의 씨가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렇듯 외래종이 확산되는 데는 사람들의 부주의도 무시할 수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생태계 교란 식물들을 줄이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생태계 교란 식물이 열매와 씨앗을 맺는 결실기 전에 반복적으로 뿌리째 제거하고 있으며, 그 지역에 대체식물을 심는 생물적 방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를 이용해 매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민간과의 공조에도 힘쓰고 있다.

하지만 공단 측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국립공원은 육상 면적 기준으로 전 국토의 3.9%에 불과하다. 즉, 국립공원에서 교란종을 100% 제거한들 공원 외 지역에 서식하는 교란종을 함께 제거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교란종을 하루아침에 제거하려고 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없애는 데 노력을 쏟는 게 더 중요한 이유다.

생물 다양성이 높고 보호가치가 우수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립공원에서 기후변화는 24시간 감시해야 할 부분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높아지는 기온에 따른 식생의 변화가 지리산에서도 미묘하게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식물이 ‘구상나무’다. 구상나무는 한대성(寒帶性) 수종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성장이 늦어지고 분포지역이 축소되고 있다. 2010년 지리산 해발 1000m 이상 지역의 구상나무 군락을 항공사진과 위성영상으로 분석한 결과 실제로 감소추세가 뚜렸하게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부터 다양한 연구와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활동은 아고산대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이다. 지리산의 세석대피소 주변이 대표적인 아고산대 지역이다. 아고산대(亞高山帶) 지역은 온도ㆍ기압이 낮고 일교차가 심한 특이한 기후 탓에 희귀한 식생들이 많고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공단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식물종의 개화나 열매를 맺는 시기의 변화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정밀 기상자료를 수집해 기후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자동영상촬영장비를 이용해 계절에 따른 식물의 변화를 장기 관측하고 있다. 즉, 연간 변화상을 감시하고 이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도 외래종 대응처럼 정부와 관련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상 속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노력,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노력, 숲을 가꾸고 자연을 보전하는 실천들이 모일 때 생태계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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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