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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귀신 미스터리

열대야로 뒤척이는 요즘 ‘마성터널 귀신’‘장산범’‘귀동’ 같은 웹툰 공포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확실히 만화를 보는 동안엔 더위가 가실 때도 있다. 만화는 민담이나 영화 중간쯤에서 상상력을 적당하게 자극하는 것 같다. 민담이건, 할리우드 영화건 장르에 상관없이 억울하게 죽어 할 말이 많은 귀신들이 공포물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요즘엔 웬만해선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 인심이 흉악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상 사는 것이 워낙 팍팍하다 보니 도대체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 차이를 못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철저하게 유물론적 입장에서 보면 귀신이나 사후세계 같은 심령세계는 단순히 뇌 기능의 비정상적인 활동일 뿐이다. 실제로 임상에서 정신분열증이나 망상, 조울증이 급성으로 진행될 때 귀신과 만나는 경험을 할 때도 있다. 병증이 완화되면 더 이상 귀신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유일신을 믿는 경우 귀신은 사탄의 장난으로 신앙심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일신·월신·성신·천신·지신·산신·수신·용신·풍신·수목신·문신·신장신·아귀·명부신·역신·대감신·장군신·각시신·성주신 등 만신을 믿는 한국 무속은 인간이 잘못을 저질러 귀신이 인간 세계에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저승길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지노귀굿은 이런 귀신들을 위로한다고 한다.

일러스트 강일구
  그렇다면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의 말을 믿어야 할까. 사실 대상을 관찰하면서 관찰자의 오류, 주관, 운동성 등을 완벽하게 배제할 방법은 없다.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시간과 공간조차 완벽하게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식으로 거칠게 요약한 상대성 원리다. 확실해 보이는 삶과 죽음조차 관찰자가 보기 전에는 확언할 수가 없다. 현대물리학자 슈뢰딩거가 고안한 방사능 상자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고양이는 그렇다면 일종의 고양이 귀신이 아닐까. 귀신이라면 모두 비과학적인 궤변이라고 말할 때도 있다. 그러나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를 갈릴레오가 부정했듯이, 수백 년 후 뇌 과학자들의 이른바 과학적 설명이 그저 헛소리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할 천재들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입자와 반입자, 파동도 입자도 아닌 전자, 현대 과학으로선 관찰할 수 없는 프로톤과 뉴트론의 구성 요소인 쿼크, 원자의 세계로 들어가면 만나는 텅빈 공간, 불확정성의 이론과 오묘한 창조가 어떻게 병존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우리가 과연 존재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스티브 호킹은 “누구나 인정하는 객관적 실재(實在)라는 것이 과연 존재한다고 믿을 이유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현대 물리학의 눈으로 보자면 실재는 있다가도 없는 것이다.

  나는 어려서 그동안 지구상에 태어났던 사람들이 다 귀신이 되었다면 지구가 터져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귀신 따윈 없다고 결론지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주에서 지구는 점 속의 점보다 더 작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엔 생각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사후 세계와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무서워할 것은 무서워하는 태도는 살아 있는 동안 미지의 세계에 대해 좀 더 겸손하고 세상 사람들 사이에 좀 더 윤리적으로 살게 도와주는 것 같다. 그러니 귀신 따위는 없다고 강변할 이유도 굳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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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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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