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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매력 찾아내는 게 가치 투자

모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 중인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대박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블 채널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4%를 넘겼다. 주간 단위 VOD(다시보기 서비스) 매출도 쟁쟁한 공중파 드라마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프로그램의 인기를 등에 업고 출연자들은 CF 시장까지 점령할 기세다.

나이 든 연기자 네 명이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 맞부딪치는 일상사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반전의 매력에 있다. 근엄한 아버지의 상징인 이순재는 천진난만하게 고스톱을 치고, 냉혈 회장 전문배우 박근형은 어딜 가든 아내 생각만 하는 애처가다. 나이 지긋한 백일섭은 장조림 통이 무겁다고 집어 던지며 막내 티를 낸다. 이뿐만 아니다. 인기 배우 이서진은 한참 위 선배들을 모시고 다니는 가이드 역할에 분주하다.

반전의 매력이란 선입견이 기분 좋게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반전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을 때 그 반전이 주는 흥분은 극대화된다. 이는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대박 수익률은 모두가 그럴 것이라 예상하는 종목보단 그러지 않을 것이란 선입견을 덧씌워놓은 종목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상 깨는 변화 있어야 고수익 지름길
이순재·박근형처럼 오랜 경력을 가진 연기자일수록 특정한 이미지가 강한 것처럼 오랜 업력(業歷)을 가진 회사일수록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이 회사는 성장이 없어”하는 식으로 말이다.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없단 뜻이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를 통해 출연자들의 숨은 매력이 드러난 것처럼 기업도 특정한 계기를 통해 또 다른 면모가 투자자들에게 부각되곤 한다. 예컨대 고려아연이란 회사는 2000년대 들어 주가가 30배 올랐다. 1949년에 설립돼 아연 제련을 주업으로 해온 구태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아연제련 과정에서 금·은 귀금속을 추출해 짭짤한 이익을 올린다는 사실이 재발견된 결과였다. 지난 2010년 최고 인기 종목이었던 엘지화학도 2차 전지라는 숨은 미래사업이 재발견되면서 시장에 기분 좋은 반전을 던졌다.

일러스트 강일구
기업 재평가 통해 주가 50배 뛰기도
아이돌 신인스타들은 대중들이 원하는 새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어 뜨거운 인기를 경험하지만 경력이 짧은 만큼 축적된 역량이 부족해 반짝 스타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마치 한때 ‘신성장산업의 총아’로 각광받다가 고(高) 평가에 걸맞은 실적을 내지 못해 주가 폭락을 겪거나, 경영 미숙으로 아예 사라져버리는 신생 회사들도 반짝 스타와 다르지 않다.

나이 지긋한 스타들은 오랜 세월을 통해 쌓은 다양한 능력과 매력을 갖추고 있다. 비록 대부분의 시기엔 감춰져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특정한 계기를 통해 진면모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얻게 된다. 새 이미지는 또 다른 전성기의 촉매가 된다. 초코파이나 만드는 줄 알았던 오리온이 알고 보니 미디어 업계의 숨은 강자였고, 중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대한민국 대표 제과회사로 연이어 재평가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무려 50배나 뛰었다. 초코파이 봉지에 씌어진 ‘since 1974’를 보고 오래된 제과회사로만 생각한 투자자들은 이 파티에 동참할 수 없었다.

고려아연· LG화학 등이 가치 투자 대표주
최근 일신방직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자료를 접한 적이 있다. 본업인 방직 사업이 잘 돼서가 아니라 알고 보니 지오다노와 바디샵코리아를 소유한 회사가 바로 일신방직이란 내용이었다. 꼭 지나간 과거 사례들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이런 종목들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매력이 발견되지 못한 채 어딘가에 숨어 있단 얘기다. 숨은 매력은 누군가가 먼저 귀띔해주지 않는다. 고려아연이 아니라 고려메탈이 사명이었다면, 엘지화학이 아니라 엘지배터리였다면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이 매력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꽃보다 할배’의 연출을 맡고 있는 나영석 PD가 이순재와 백일섭의 매력을 어떻게 찾아냈겠는가. 여행 내내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필름을 밤새워 보며 깨달은 것이 아니겠는가. 투자자도 나영석 PD처럼 편견을 버리고 숨은 매력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종목 발굴이란 열매를 거둘 수 있다.

가치 투자자는 뻔해 보이는 기업에서 반전의 매력을 끄집어내는 사람들이다.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나 또한 주식투자 성공의 해법이 당대의 유행을 좇아가는 데만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다. 나영석 PD가 아이돌 일색의 예능만이 높은 시청률의 첩경이 아님을 보여줬던 것처럼 말이다. 이 또한 주식시장에 대한 기분 좋은 반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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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