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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수익 ‘혈투’서 신한式 리스크 관리 돋보였다

올 상반기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은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우리·KB·신한·하나 등 4개 금융지주회사의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은 5조원을 넘겼지만, 올 상반기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조5262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영업실적이 쪼그라든 것은 각 금융지주사의 주력인 은행들의 수익 악화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저금리가 계속된 데다 부실 대기업이 늘어나는 악재가 겹치는 바람에 수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금융권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 속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낸 곳은 신한금융지주다.

신한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1조36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4대 금융지주회사 중 유일하게 ‘순익 1조원 돌파’를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은 29% 줄어들었지만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비교하면 탁월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꼼꼼한 리스크 전문가들 전면 등장
험난한 경영환경에서 이런 실적을 거둔 신한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금융업계에서는 신한 특유의 깐깐한 리스크 관리와 비(非)은행 계열사들이 고루 좋은 성적을 낸 게 ‘순익 1조’ 달성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본다. 이고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보고서를 통해 “2분기 중 신한금융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좋아졌고, 기업 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도 전 분기보다 29.3%나 줄어들었다”며 “꼼꼼하게 대출을 관리해온 덕에 손실은 줄이고 영업이익은 높이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사실 올 2분기 금융권은 대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STX그룹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건설과 조선·해운업종에서 40여 개 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면 이들 회사에 꿔준 돈(대출금)을 제때 받지 못하게 된다. 대손충당금도 그만큼 쌓아야 한다. 하지만 신한지주는 올 상반기 0.63%의 대손비용률을 기록했다. 과거 5년 평균(0.67%)보다 낮은 수치다. 대기업 구조조정의 파도 속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의미다.

여기엔 신한금융그룹의 꼼꼼한 리스크 관리 문화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신한지주는 2009년부터 그룹 내 통합 리스크 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총괄하는 CRO(Chief Risk Officer·최고 리스크 관리 경영자)를 따로 두고 있다. 대출 고객의 낮은 신용도에서 비롯되는 예상 손실을 손익에서 미리 차감하는 ‘신용원가제도’라든가 신상품이나 신규 사업을 하기에 앞서 위험 요인을 자체 점검토록 하는 ‘리스크 리뷰 제도’와 같이 독특한 제도도 운영 중이다. 그룹 내에 REN(Risk Expert Network)이란 리스크 관리 전문가 모임까지 구성해 여기에서 수시로 각사의 리스크 관리 현황을 공유한다. 소비자들이 유독 ‘신한은행에선 대출받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처럼 상시적인 리스크 관리 문화는 리스크 전문가로 정평이 났던 한동우(65) 회장이 직접 나서 지휘하고 있다. 2011년 3월 그룹 회장에 오른 그는 평소 “고객 돈 잘 지켜주고 불려주는 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가 신한은행 개인고객본부의 신용관리담당 부행장으로 취임하던 99년 당시 6.94%에 달했던 고정 이하 여신(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 비율은 꼼꼼한 리스크 관리 덕에 2002년 3월 1.78%로 낮아지기도 했다.

업종과 경기 상황의 변화를 미리 따져보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도 돋보인다. 신한지주가 2010년대 초 유행처럼 불었던 골프장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를 자제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만 해도 여타 금융회사에서 골프장 PF 투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었다. 골프장 공사에 돈을 대고, 완공 후 높은 수익을 챙기는 게 일종의 공식처럼 통했다. 그러나 신한에선 골프장 PF에 대한 투자를 논의할 때마다 리스크 관리 부서에서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골프장은 이미 포화상태’란 자체 결론을 낸 리스크 담당자들이 일선 영업부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투자를 자제토록 했다. 덕분에 신한지주는 골프장 PF 부실화에 따른 여파를 피해갈 수 있었다.

건설뿐만 아니라 해운·조선업에도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2000년대 중반 해상수송 물량이 늘어나자 은행들은 앞다퉈 해운사와 조선사에 대한 대출을 늘렸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국제 해운시장이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대출 규모를 관리했다.

은행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장점이다.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볼 때 신한지주의 순이익 중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36.8%에서 올 상반기 41.8%로 늘어났다. 이에 비해 우리지주는 14.1%, 하나지주는 16.6%에 그친다. 삼성증권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순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한지주의 비은행 부문 이익은 2분기에만 2588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3% 증가했다”며 “카드·생보·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그룹 전체 순이익의 40% 이상을 감당하고 있어 은행 일변도인 여타 지주회사들과는 뚜렷하게 차별된다”고 분석했다.

신한을 제외한 나머지 지주회사들의 사정은 비슷하다.

우리·하나, 수익 절반 이상 줄어 … KB도 한숨
우리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지난해 동기보다 63% 줄어든 35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우리금융지주 측은 “지난해 상반기엔 SK하이닉스 등의 보유 지분 매각으로 5500억원 정도의 일시적인 이익이 있어 올해엔 상대적으로 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저금리로 영업환경이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선방한 셈”이라고 밝혔다. 만만치 않은 영업환경 속에서도 전 분기보다 대출 증가율이 2.5%포인트 늘어난 덕에 이자수익은 1분기보다 312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전년보다 63.6%나 줄어든 5566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기업 부실에 따른 부담이 당초 예상보다 적었던 데다 대출이 전 분기보다 2.2% 늘면서 선전했다.

이고은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대표적인 경영 지표인 대출성장성이나 순이자마진(NIM), (자산)건전성 등이 모두 우수한 만큼 하반기엔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KB금융의 순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50.2%가 줄어든 5750억원에 그쳤다. 2분기엔 1635억원에 그쳐 1년 전 같은 기간(5533억원)보다 70.13%나 떨어졌다. 그나마 기업금융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이 강했던 덕에 대기업 부실에 따른 부담이 적었다. 삼성증권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자산 운용 척도가 되는 순이자마진(NIM)이 2.65%로 전 분기보다 0.08%포인트 떨어져 실적이 부진했다”며 “앞으로 순이자마진이 어느 정도 올라가줘야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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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