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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론에 맞서 지리산댐·케이블카 저지 … 멸종 위기 야생동물 보호 힘써

2009년 10월 ‘지리산권 시민단체 협의회’ 등이 지리산 노고단에서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알리는 ‘SOS 지리산’ 풍선을 띄우고 있다. [지리산 생명연대]
‘어머니’ 지리산은 넉넉하게 3개 도의 5개 시·군(경남 산청·하동·함양군,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을 품고 있다. 지리산이 울창한 숲과 깨끗한 물을 지켜온 데는 이들 산자락 주민들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지리산은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첫 국립공원으로 선포됐다. 그 과정에 지리산 최초 산악회인 ‘연하반(煙霞伴·‘연하’는 자연을, ‘반’은 친구를 각각 뜻한다)’의 공이 컸다. 연하반은 55년 전남 구례에서 중학교 교사로 있던 우종수(93) 선생 등이 만들었다. 당시 지리산은 광복 후 6·25 전쟁, 공비 토벌 등을 거치며 도벌과 남벌 때문에 거의 민둥산처럼 황폐해졌다. 자연이 파괴되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던 연하반 회원들은 62년 미국 시애틀에서 제1회 세계국립공원회의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리산을 보호하기 위해 63년부터 지역의 기관장과 유지, 주민들에게 국립공원의 필요성을 알렸다. 당시 구례 1만2000여 가구 중 1만여 가구가 성금을 모았다고 한다. 이 운동을 지리산 생태·환경 운동의 시초로 보는 견해가 많다. 지난 4월 별세한 ‘지리산 호랑이’ 함태식(향년 86세)옹도 연하반 멤버였다. 그는 2009년까지 피아골 대피소 관리인으로 일하면서 환경보호는 물론 등산객 안내, 보호, 구조 등에 힘썼다.

지리산 환경파괴 문제가 떠오른 계기는 99년 ‘지리산댐’이었다. 당시 정부가 경남 함양에 문정댐, 산청에 덕천강댐을 각각 짓겠다고 발표하면서다. ?낙동강 물로 2급수를 만들기 어렵다?며 부산·경남 지역에 식수 공급 댐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다. 지리산 생명연대 측은 “식수는 겉으로 내세운 논리였고, 사실은 일제시대 총독부의 국토조사를 통해 만들어진 댐 건설 계획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댐 예정지는 국립공원과 바로 붙어 있는 곳들이었다. 천년 고찰 실상사(전북 남원)도 수몰 예정지에 포함됐다. 도법·수경 스님 등 종교계 인사들이 먼저 반대운동을 폈다. 환경·지역단체들도 가세했다. 이때 만들어진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과 ‘지리산을 사랑하는 열린 연대’는 2002년 ‘지리산 생명연대’로 합쳐졌다. 사무실은 전북 남원에 뒀다. 경남 하동의 시인 이원규(51)씨는 “당시 전국의 198개 시민단체와 힘을 모았다”고 전했다.

-왜 생명연대라고 이름을 지었나.
“우리 목표는 개발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주민 모두를 살리자는 것이었다. 어머니 지리산을 본받아 투쟁의 장이 아닌 화합의 장이 되자는 뜻이었다. 그래서 환경운동뿐만 아니라 지리산 공동체를 살리는 운동도 전개한다.”

2001년 지리산댐은 여론의 반대로 백지화됐다. 그러나 2009년 정부는 ‘4대 강 사업’의 일환으로 지리산 지역에 홍수조절 댐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직도 환경·생태운동 단체들이 지리산댐을 ‘꺼지지 않은 불’로 보는 이유다.

또 다른 이슈는 ‘케이블카’다. 2009년 환경부가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규제를 완화했다. ‘노약자나 장애인이 필요로 하고, 기술이 발전해 환경파괴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하동을 제외한 지리산 인근의 4개 시·군이 케이블카를 유치하겠다고 뛰어들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국시모) 등 여러 단체들이 손잡고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국시모의 윤주옥(47) 사무처장은 2008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가족들과 함께 구례로 내려왔다. 윤 처장은 “서울에서 국립공원과 관련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는데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지리산국립공원 대신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있는 경남 사천시가 케이블카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지리산 케이블카 역시 전면 폐기가 안 된 상태다. 구례와 함양은 재유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윤 처장은 “댐과 달리 케이블카는 지역개발사업이라고 생각해 반대운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지리산 생태계 보호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은 우두성(62) 구례문화원장이다. 연하반 우종수 선생의 아들로 ‘지리산 자연환경생태 보존회’ 회장을 맡고 있다. 특히 반달가슴곰과 수달 등 멸종 위기에 몰린 야생동물 보호에 힘썼다. 그는 원래 지리산의 소문난 사냥꾼이었다. “사냥감이 점점 사라지는 걸 알게 된 뒤 사냥을 접었다”고 말했다.

지리산 생태·환경운동의 고민은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개발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 원장은 “개발 때문에 환경이 훼손되면 결코 주민들이 행복해지지 않는다. 외지에서 자본이 들어와 돈을 벌어 나갈 뿐이다. 지역의 행복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남 산청에 사는 진주환경운동연합 최세현(52) 의장은 지리산 둘레길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둘레길은 지리산 산길·농로·옛길을 연결하는, 274㎞ 도보코스다. 지난해 개통됐다. 최 의장은 “지리산은 평화로운 모습이지만 늘 개발세력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며 “둘레길과 같은 친환경 자산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리산 생명연대 최화연(43) 사무처장은 “환경단체들을 외지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요즘 환경보호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선데이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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