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집트 군부 원조 끊을까 말까 … 미국의 딜레마

14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나스르시티 거리가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방독면을 쓴 시민 등 무슬림형제단 측 시위대가 군의 발포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이날 이집트군과 경찰은 6주 이상 거리 시위를 벌여온 무슬림형제단 및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무력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정부 추산 525명이 사망하고 3700여 명이 다쳤다. [카이로 AP=뉴시스]


이집트 사태가 최악의 유혈극을 빚으면서 군부의 쿠데타를 사실상 묵인해 온 미국이 고민에 빠졌다. 연간 13억 달러에 이르는 군사원조를 중단하기엔 외교적-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고, 관망하기엔 이집트 시민의 희생이 너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휴가지서 긴급 성명
군부 죄자니 중동외교 엉키고
놔두자니 시민 희생 커져 부담
"합동 군사훈련 취소" 만 밝혀



 1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매사추세츠주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에서 발표한 성명에도 이 같은 고민이 녹아 있다. 이집트군과 연례합동 군사훈련을 취소한다고 하면서도 군사원조 중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여름휴가 도중 공식 성명을 발표한 것은 2011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와 관련해서 낸 이래 처음이다. 사망자가 최소 525명에 이르는 이번 사태가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14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을 통해 이집트 과도정부와 군부가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사태 막판까지 중재에 힘썼다. 지난 1일 경찰이 친무르시 시위대에게 자진해산을 요구하는 최후 통첩을 한 뒤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은 과도정부와 무슬림형제단 간에 타협책을 제시했다.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카이라트 엘 샤테르를 석방하는 등의 중재안을 무슬림형제단은 받아들였다. 그러나 압둘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을 필두로 한 군부는 “무슬림형제단은 협상 중재자들과 시위대들에게 딴소리를 하며 시간을 벌고 있을 뿐”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미국은 지난달 3일 군부에 의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 때 이를 ‘쿠데타’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F-16 전투기 20대 인도를 보류하긴 했어도 군사원조 자체를 중단한다는 발표는 없었다. 이집트는 요르단과 더불어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은 예외적인 아랍국가다. 군사원조를 통해 지역 안정을 도모해온 미국으로선 군부에게서 등돌리는 선택이 쉽지 않다. 게다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4%와 해상무역 물량의 8%가 통과하는 수에즈 운하의 안정 등 경제적인 문제도 달려 있다.



 그럼에도 14일 최악의 유혈사태를 두고서 미국의 책임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미 정부가 이집트 군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지만, 군부는 스스로의 이익을 좇아 독자적인 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군부와 시민, 무슬림형제단 어느 쪽으로부터도 신임을 얻지 못해 중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반혁명(군부 복귀)에 공모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이집트에선 미국이 내세워온 민주주의라는 구호가 위선으로 느껴지고 있다”는 브루킹스연구소 브루스 리델 선임연구원의 말을 전했다.



 마크 린치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포린폴리시에 “군부와도 관계를 유지하고 사태도 평화적으로 중개하려 한 미국의 노력은 실패했다”며 “미국이 이집트에 대한 모든 원조를 중단하고 카이로 대사관을 폐쇄하며 현재 군부 정권을 합법 정부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군부의 유혈진압을 비판하며 세속·자유주의계열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부통령(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사임한 것도 미국의 향후 입장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강제해산에도 불구하고 무슬림형제단 수백여 명은 15일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에서 “순교자들을 위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계속했다. 로이터통신은 “무슬림형제단이 카이로의 정부 건물을 습격하고 입구에 불을 지르며 군부와 충돌했다”고 전했다. 무슬림형제단 측 게하드 엘 하다드 대변인은 “더 이상 평화적 저항을 요청할 수 없다. 이젠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귀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규탄도 이어졌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각국은 자국 주재 이집트 대사를 불러 유혈진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한편 즉각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덴마크 정부는 이집트에 530만 달러(약 60억원) 상당의 대외원조기금 집행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강혜란 기자



관련기사

▶ 피의 금요일…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든 이집트

▶ 람세스 광장 "군부 타도" 물결…장갑차 앞세운 군과 충돌

▶ 미국, 연 1조7000억원 이집트 지원 재검토

▶ 오바마 "이집트 유혈진압 규탄…합동군사훈련 취소"

▶ 확인된 사망자만 525명…"명백한 시민 대학살"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