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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도 찜통청사 … 99만 공무원 '절전 투쟁' 사흘

14일 오후 2시53분 울산시교육청 내 평생교육체육과 실내온도가 38도를 기록하고 있다. [울산=송봉근 기자]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던가. 당초 이달 12~14일에는 무더위로 인한 최악의 전력 위기가 예견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160만㎾까지 떨어져 바닥 수준을 보일 것이라던 예비전력은 12일과 13일 400만~500만㎾를 기록했다. 예고된 위기에 전 국민이 함께 대응한 결과였다. 국민은 찜통더위 속에서도 에어컨을 낮추며 절전에 동참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4일 “폭염 속에서도 절전에 동참해 준 국민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는 ‘감사의 말씀’을 발표했다.



냉방 끄고 근무 … 전력난 넘기 앞장
반바지 입고 얼린 생수통 챙겨 출근
일부 공무원들은 어지럼증 호소도

 이렇게 너나없이 전력 위기에 대응한 중에도 한층 더 땀을 흘린 이들이 있다. 35도를 넘나드는 더위 속에서 냉방을 아예 끄고 승강기를 멈춘 채 버틴 공무원들이다. 일부 공직자가 원전 비리를 저지르는 바람에 원전 3기가 멈춰서고, 전력 수요 예측을 잘못하는 바람에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99만4000여 명 공무원 중 이와 무관한 대부분의 이들이 12일부터 사흘간 묵묵히 ‘초절전’을 행했다.



 울산의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기록한 14일 오후 3시 유곡동 울산시교육청 4층. 조명과 냉방을 끈 사무실에선 후끈 열기가 느껴졌다. 온도계는 38도를 가리켰다. 창문을 열어놨지만 남향이라 햇볕이 들다 보니 바깥보다 훨씬 더워졌다. 그나마 이날 기온이 떨어졌기에 망정이지 36~37도를 오르내린 12~13일에는 실내 온도가 40도에 육박했다고 한다.



 공무원들은 실내에서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얼음이 담긴 비닐봉지로 머리와 목을 문지르는 직원이 여럿이었다. 지쳐 책상에 잠시 엎드린 모습도 보였다. 밖에 나갔던 동료가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들고 오자 환호성이 터졌다.



 이날 울산 중구청 공무원들은 물을 넣어 얼린 플라스틱 생수병을 들고 출근했다. 몸을 식힐 ‘휴대용 아이스팩’이다. 경제일자리과 진부호(56) 사무관은 “33년째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이런 걸 들고 출근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울산 중구청에 온 주민 최미희(51·여)씨는 “국민이 힘을 합쳐 전력위기를 넘겼지만 그중에서도 공무원들이 제일 큰 책임을 느끼고 솔선수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리벽 건물인 세종청사 내부는 14일 낮 34~35도까지 달아올랐다. 에어컨 켜진 곳으로 외근 나가는 동료를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익명을 원한 한 공무원은 “찜통 속 근무가 3일째 이어지면서 14일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생겼다”고 전했다.



 ‘호화 청사’ 비판을 받은 경기도 용인·성남시청사 근무자들은 한층 더 비지땀을 흘렸다. 디자인을 고려한다며 건물 외벽을 유리로 만든 결과다. 한여름에 유리온실 속에서 일을 한 셈이다. 이대엽 전 시장이 3222억원을 들여 만든 성남시청사는 남향 사무실의 경우 14일 낮 실내 온도가 37도까지 치솟았다. 용인시청사는 35도였다. 이정문 전 시장이 1974억원을 투입해 지은 건물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과시 욕구로 인해 지방재정은 악화되고 공무원들은 골탕을 먹게 된 것이다.



 용인·성남시청사는 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도 여름 햇볕 때문에 냉방 효율이 떨어져 ‘에너지 먹는 하마’란 얘기를 듣고 있다.



 역시 외벽이 유리인 서울시청에서는 반바지 차림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카드 키를 대야 열 수 있는 출입문들은 의자로 받쳐 강제로 열어놓았다. 조금이라도 바람을 더 쐬려는 것이었다.



 에너지시민연대 차정환(40) 정책국장은 “국민과 공무원이 합심해서 큰 위기를 넘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전력 부족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다. 절전을 습관화하도록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차상은 기자, 강기헌·윤호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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