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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학당, 온 동네 함께 '방과후 돌봄'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장안초등학교가 운영 중인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이 실로폰을 연주하고 색종이로 개구리를 접고 있다. [성남=김성룡 기자]


전북 정읍시 직장맘 양미혜(36·공무원)씨는 지난해 초등학교 1, 3학년 두 자녀를 수곡초등학교 돌봄교실에 보냈다. 다른 아이들이 대개 오후 4~5시에 귀가하고 나면 양씨의 두 아이를 비롯해 몇 명 안 되는 애들이 저녁까지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지루해해서 양씨는 애가 탔다. 그러던 차에 올해 초 야간 전용 돌봄교실인 ‘칠보학당’이 생겨 애들을 그리로 옮겼다. 종전보다 저녁 반찬의 질이 좋아졌고 애들도 로봇과학·역사·논술 등의 저녁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양씨는 “둘째 아이가 ‘석가탑의 다른 이름이 뭔지 아느냐’며 칠보학당에서 배운 것을 자랑한다. 애들이 좋아하니까 저녁에 일할 때 불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심하고 애 키울 수 있는 나라]
④ 갈 곳 없는 초등 1~3학년 <4·끝> 통합 돌봄교실에 답 있다
시·교육청·영농조합 손잡고 문화관서 저녁 밥까지 챙겨
따로 노는 시설들 연결하고 부모 정시퇴근도 배려해야



 칠보학당은 전북 정읍시 칠보면 수곡·칠보·백암초등학교 학생들의 야간 통합 돌봄교실이다. 오후 4시30분까지 학교 돌봄교실에 있다가 학당이 제공한 차를 타고 칠보학당으로 모인다. 칠보학당은 정읍교육지원청·정읍시청·영농조합이 머리를 맞대 올 1월 문을 열었다. 정읍교육지원청 오경숙 장학사는 “지난해까지 3개 초등학교가 따로 야간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했는데, 학교가 힘들어하고 정규교육 과정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었다”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시청·영농조합에 도움을 청했고 지역문화관을 무상으로 빌려 6개월 만에 칠보학당을 열었다”고 말했다. 영농조합은 식자재 공급·농촌체험 등을 담당한다.



 방과후 돌봄 수요와 욕구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하나의 모델이 나올 수 없다. 교육 관련 기관이나 단체가 머리를 맞대 지역 특화 모델을 찾아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홍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별 돌봄협의기구를 만들어야 돌봄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칠보학당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현재 초등학생 방과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적 시설은 돌봄교실·방과후학교(교육부)·지역아동센터(복지부)·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여성가족부) 등이다. 민간 복지시설도 그런 기능을 한다. 이런 식으로 관리 체계가 나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가정 상황에 맞게 방과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 성북구가 벽을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성북아동청소년센터가 그것이다. 관내 140여 개 돌봄시설 정보를 통합해 나홀로 아동에게 적합한 시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9일 오후 기자가 서울 성북구 정릉동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7명의 직원이 관내 돌봄시설에 전화를 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구청 측이 이 사업을 위해 별도로 채용한 사회복지사다. 이영일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에 빈자리가 없으면 다른 시설을 알아봐주는 등의 맞춤형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따로 노는 시설을 연결하면 나홀로 아동이 방치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충남 논산시 연무초등학교는 오후 5시까지만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그 이후에는 두 곳의 지역아동센터가 맡는다. 저녁을 먹이고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 연무초등학교 돌봄교실 담당 조형연 교사는 “학교가 야간 돌봄까지 맡기는 부담스럽다. 본연의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가 따로 노는 경우도 허다하다. 둘을 잘 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취재팀은 지난 5, 12일 경기도 분당의 장안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찾았다. 두 번 다 교실에 있는 애들이 절반도 채 안 됐다. 이 학교가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수업에 간 것이었다. 애들은 학원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영어·독서(논술)·피아노·바이올린·축구 등 150여 가지의 프로그램을 골라 배운다. 이 학교 송근후 교장은 “돌봄교실에만 있으면 탁아소와 다를 바 없다. 방과후학교·도서관을 연계했더니 아이들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성한(아동복지학) 고신대 교수는 “지역 내 종교기관·복지단체를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서울 성북구가 좋은 예다. 구는 지난해 교회·새마을금고를 설득해 구립돌봄센터 세 곳을 열었다. 인건비와 운영비는 구가 지원하고 운영은 교회 등 민간이 맡고 있다. 이런 시설을 확대해 더 많은 맞벌이가정 아이를 보호한다는 구상이다.



 돌봄교실 강사의 질 개선도 중요하다. 양윤이 초등학교보육교사연합회 이사장은 “돌봄 강사 양성 체계를 마련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 외국계 식품회사 간부직을 그만둔 송모(36·여·서울 동대문구)씨는 “아이가 3학년이 되니까 회사 그만둔 게 후회된다“면서 “오후 6시 퇴근을 부정적으로 보지만 않았더라면…”이라고 말한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센터장은 “부모가 일을 하면서도 자녀 양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이지영·장주영·김혜미·이서준 기자, 민경진(부산대 국어국문학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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