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백인이 한국인한테서 인종차별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일러스트=강일구]


내가 아는 유명한 미국 여성은 헬렌 켈러와 ‘톰 아저씨의 오두막’ 작가 스토 여사 정도였다. 미국에 잠시 공부하러 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다 미국에서 새로 각인된 인물은 로자 파크스였다. 백인에게 자리를 내주라는 버스 기사의 요구를 거부해 체포되면서 미국 흑인인권운동의 불씨를 지폈고, 이후 인종분리정책의 폐지까지 이끌어낸 중심 인물이다. 당시 로자 파크스를 잘 몰랐던 내게 그녀를 알려준 건 중학생이었다. 그는 그녀의 생애와 행위의 의미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녀는 미국을 바꾼 현대사의 대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선 중학생들도 인종차별을 흉악한 범죄로 꼽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 애틀랜타 현대중공업에서 해고된 백인이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사건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 건 이런 경험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소송에선 이겼지만 지적된 내용은 그리 가볍지 않다. 당시 한국인 법인장은 인종 관련 농담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한국인들은 자기네끼리 뭉쳐 현지 고용인에게 소외감을 줬단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소송 제기자가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이었다면 과연 기업이 이길 수 있었을까? 백인은 인종차별의 가해자라는 미국인들의 선입견 덕에 간신히 이긴 건 아닐까?



 원래 한국인은 ‘인종차별’이라는 개념 자체가 약하다. 단일민족으로 오래 살아와서 그럴 거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데도 인색하고, 그들이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해도 반응이 둔하다. 지난해 한 방송사가 외국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의 교제 실태라는 영상을 내보냈다 외국 언론에서도 인종차별을 지적당하고,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방송국에 항의 방문을 하는 등 들끓었는데도 이에 귀를 기울인 한국인은 별로 없었다. 언론을 포함해서. 이번 애틀랜타 소송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가 계속 단일민족 국가로 살 수 있다면 그래도 큰 문제는 없을 거다. 그러나 이미 그런 시절은 지났다. 한국발 글로벌 기업이 줄줄이 나오는 판에 외국인과 함께하지 않으면 먹고살 길도 없다. 다문화 가정도 일상화됐다. 물론 이들은 우리 국민이니 정책이 있다. 한데 겨우 당사자 교육과 인권 보호 차원을 넘지 않는다.



다른 인종과 어울려 사는 법, 인종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 인종차별이 왜 범죄인지 등을 가르치는 대국민 글로벌 시민 교육은 취약하다. 이대로 가면, 중학생까지 인종차별은 범죄라고 알고 있는 나라에서 ‘인종차별 농담’을 유머랍시고 날리고 자신이 인종차별을 했는지도 모르고 시비에 휘말리는 사례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다. 이미 한국은 지구촌이 주목하는 경제대국이다. 글로벌 시민 교육을 국사 교육만큼 열심히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양선희 논설위원



▶ [분수대]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