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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미래에 대한 상상…몸과 욕망 없는 삶이란

윤이형의 소설에는 미래사회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현실이 맘에 들지 않아 공상과학 요소를 담은 미래의 이야기를 쓴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오늘 여기가 아닌, 미래 저기라는 시공간은 우리를 조금 냉정하게 한다. 비록 그 문제의식이 오늘에 맞닿아있다 하더라도. SF적 상상력을 통해 가상의 미래로 서사영역을 넓힌 윤이형(37)의 질문은 그래서 서늘하다. 그의 단편 ‘굿바이’도 마찬가지다.

본심 후보작 지상중계 ⑥ 소설 - 윤이형 '굿바이'



 소설은 낯설게 다가온다. 화자부터 그렇다. 뱃속의 태아인 화자가 엄마인 당신과 엄마의 친구인 그녀를 지켜본다. 엄마는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이고, 그녀는 화성에 살고 있는 기계의 몸을 가진 ‘스파이디’다.



 스파이디는 화폐경제와 사유재산이 없는 화성공동체 실험에 나선 존재다. 인간의 몸을 버리고, 서로의 뇌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언어 없이 생각과 감정을 직접 주고 받으며, 피부가 태양열을 흡수해 에너지로 바꾼다. ‘대장과 식도와 위와 쓸개의 삶, 먹고 싸는 일의 치욕을 감당해야 하는 삶’을 내던지고 이상향을 찾아나선 개척자인 셈이다.



 먹고 싸는, 몸에 얽매인 삶은 깔끔하지 않다. 그렇다면 몸을 벗어난 삶은 홀가분하고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 생계나 소유를 위한 이전투구도 없으니 행복은 당연지사일터. 그런데 이 무균의 삶은 실패한다. 스파이디들은 다시 육체라는 옷을 입고 지구로 귀환한다.



 “몸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몸을 버리고 기계가 된다면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몸에 깃드는 것이 많은 듯해요. 특히 먹는 걸 포기할 수 있을까 싶거든요.”



 멸균된 공간과 존재를 잠식한 것은 몸이 기억하는 사소한 감각이다. 바다 내음과 머리를 스쳐가는 바람결, 잘 내린 커피향,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의 맛, 연인과의 친밀한 포옹과 같은.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너무 자극적이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몸의 기억이다.



 몸은 철저히 개별적이다. 그래서 평등을 위해 개별을 제거한 이상향에서 인간은 또 다른 불안에 시달린다. ‘서로 다른 데 모두 똑같은 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그 많은 머리통이 죄다 연결돼서 온갖 것들이 비집고 들어와 내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 좌절한다. ‘내 기쁨, 나만의 슬픔’은 사라진 것이다.



 “인간은 자기 몸이 있어야 하는 존재에요. 본성이 그런 듯해요. 다른 걸 먹어서 자기 몸으로 만들어야 하고, 이건 내 것이라든지 내가 너보다 낫다는 느낌이 필요한 거죠.”



 예심위원인 문학평론가 허윤진씨는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윤리적 고민을 2인칭 시점으로 그려내면서 존재론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몸과 정신을 저울에 놓고 그 우위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등장인물의 선택이 엇갈리는 것도 그래서다. 몸에 매어있는 나의 엄마인 당신은 나를 열 달 동안 품었다 세상에 내놓고, 스파이디인 그녀는 육신을 화장한 뒤 화성으로 돌아간다.



 “아이를 낳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죠. 전 우주가 바뀌는 일이에요. 스파이디가 인간의 몸을 포기하고 배수의 진을 치는 것도 기계의 몸으로 살겠다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에요.”



 돌아갈 배를 태워버렸지만 당신과 그녀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당신은 혼자 아이를 낳고, 그녀는 친구를 위해 탯줄을 자른다. 그 순간 나는 ‘포근한 망각’에 뒤덮여 태어난다. 당신과 그녀의 기억과 슬픔과 죄의식을 잊고서.



글=하현옥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윤이형=1976년 서울 출생.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큰 늑대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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