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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칼럼] 가까운 성지·사찰 돌아보며 나를 돌아보자

그래픽=이말따


주말이 되면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들은 많지만 성지나 사찰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번쯤 사찰이나 성지에 가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

이광용 천안아산 독자위원



 예산에서 당진 쪽으로 가다 보면 들녘 한복판 여촌마을에 여사울 성지가 있다. 여사울 성지로 들어가는 입구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은 좁다’ 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초라하고 비좁았다. 성지 성당은 큰 가정집도 아니고 화관도 아니고 좀 궁색한 건물 한 채가 전부다. 성당 치고는 마당도 비좁아서 시골 회관 앞마당처럼 보였다.



 바로 그 앞에는 십자가가 보이는 평탄한 공간이 있다. 야외 미사 드리기 좋은 넓은 잔디밭으로 돼 있다. 그 옆을 돌아서면 14처(14가지 십자가 모습)로 둘러 싸여있는 큰 정원이 있다. 오래 묵은 소나무를 비롯해 온갖 야생초목으로 형성된 동산이다.



14처는 하나하나 보기 좋게 나열돼 있고 그곳을 지나 평탄한 오솔길을 지나다 보면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어디선가 성인이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길목이다. 14처 사이엔 보리수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아주 빨갛게 익어 피 흘리신 예수님 동산같이 보인다. 정원사 구경도 하지 못하고 자란 자연 수풀이지만 아주 보기 좋다.



 다시 성당 입구에 들어서면 옛날 송판으로 된 발판을 밟아야 한다. 우리 선조들의 신앙과 세월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낡았지만 익숙하게 느껴진다. 이 발판이 오래되고 낡았다고 흠잡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하다.



 신도는 하나 둘 경로당에 놀러 온 노인처럼 성당으로 들어가는데 대부분 할머니들이다. 성당 안은 오전 11시 미사가 시작되지만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고 주로 할머니가 많다. 가끔 할아버지 모습도 볼 수 있다.



 수녀님은 복자도 없고 사회자도 시골 나이든 형수처럼 보였지만 시골 할머님 집처럼 화목한 분위기다. 신부님은 바로 옆 솔뫼 성지에서 본 김대건 신부같이 보였지만 어찌 보면 시골 농부의 모습 같기도 하다. 신부님이 강론하는 제단은 아주 낮은 위치라서 그런지 포근함이 느껴졌으며 의자는 조금 딱딱하지만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이래서 성지인가보다 하는 착각도 든다.



 신부님 강론은 옛날 이야기처럼 순수하고 누가 들어도 귓속에서 머물 정도로 듣기 좋다. 상머슴이 되어야 처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상머슴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한눈팔 새가 없고 지금으로 말하면 훌륭한 관리자라는 얘기다. 작은 머슴은 틈만 나면 술만 푸고 다음날 못 일어나서 자기 직분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경(연봉)도 조금 받고 고생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동화책 얘기 같지만 작은 목소리로 들려오는 음성은 지금도 성인의 음성처럼 머릿속에 남아있다. 속이 편치 않았지만 뱃속도 편하고 모든 것이 치유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가족들을 꼭 한번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찰이나 성지가 신도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종파를 떠나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어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광용 천안아산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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