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기고] 박근혜 대통령께 바란다

황주홍
국회의원(민주)
요새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서울시청 앞으로 출근한다. 격려와 질타가 동시에 답지하는 광장에서 땡볕과 씨름하고 있다. 민주당은 천막당사를 치고 장외투쟁을 하고 있다. 특이한 건, 장외로 나간 야당이 처음부터 대화의 끈을 붙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도부의 고심이 컸던 것이다.



 지금의 이 여야 대치는 대통령 선거 연장전 성격이 짙다. 대선 후유증이다. 여권은 대선 결과에 왜 승복하지 않느냐고 한다. 야권은 그냥은 못하겠다고 한다. 야권의 심사는 뒤엉키고 어정쩡하다. 불복파는 승복하기가 좀 억울하고, 승복파는 불복하기가 찜찜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제의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국정수반이어서이고, 하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며 대선 후보 겸 당선자였기에 이 대치 국면의 당사자다. 이해할 수 없게도 박 대통령은 지금 당사자로서 행세하고 있다. 이 소모적 정쟁을 타파하고 해결하는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정쟁의 주요 당사자로서 역할하고 있다. 국회 일은 국회에서 풀어 보라며 침묵으로 일관해온 일이나 3자회담이니 5자회담이니 하는 일들이 모두 당사자로서의 ‘주루(走壘) 플레이’다.



 대통령의 침묵은 대선 불복 프레임을 강화시켰다. 박 대통령은 침묵으로 자기 위치를 정쟁 해결자가 아닌 정쟁 당사자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의 침묵은 천금의 무게로 정쟁을 교착시켰다. 야권 일각의 대선 불복 심리를 결속시켰다. 대통령 자신이 이 프레임의 일각이 돼 그들의 장단에 ‘호응’해주고 있다. 박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민생 대신 정쟁을 선택하고 있다. 여야 간 극한 정쟁을 방치하거나 유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도시국가의 부당한 명령에 항의하고 불복했던 안티고네를 가만둘 수 없다며 스스로 정쟁을 야기하며 내분을 이끌었던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의 왕 크레온이 떠오른다.



 이 프레임 아래에서 시간은 대체 누구의 편일까? 언뜻 박 대통령의 편인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너희(민주당)가 뭘 어쩔 테냐?”며 내버려두고 응대하지 않으면 제 풀에 꺾이고 말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피장파장이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시간은 오히려 민주당 편이다. 온건 김한길 지도부가 강경노선을 밟았는데 더 잃을 게 뭐 있겠는가.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잃을 게 많다.



 정말이지 지금 청와대는 저럴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다. 대통령은 정쟁 집착자가 아닌 타파자의 지위와 실력을 보유하고 있고 그 정통성을 부여받았다. 대선은 지난해 12월 끝났다. 국민은 박 대통령에게 정쟁 당사자로서의 결기가 아니라 해결자로서의 지도력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박 대통령의 모습은 야권 내 대선 불복파의 입지만 공고히 해줄 뿐 대통령 자신을 포함한 새누리당과 심지어 민주당과 대한민국 그 어느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처럼 민주당에 대해서도 완봉승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매사를 이렇게 하려 한다면 더욱 큰일이다. 정치를 요구했던 안티고네에게 크레온 왕은 우월적 통치로 응수했다. 그렇지만 역사의 ‘법정’은 지금 안티고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젊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당선인에게 같은 당 소속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선거는 끝났다. 편 가르지 말라”고 조언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일 때가 많다. 지금이 그때다. 더구나 지금은 모두 같이 이길 수 있는 마지막 때에 가깝다. 이 아침 우리 대통령에게 무더위 끝의 소나기 같은 해결자의 시원시원함도 있었구나 하는 감동을 기대해 보고 싶다. 일모도원(日暮途遠), 그러잖아도 나라 안팎으로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기만 하지 않은가?



황주홍 국회의원(민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