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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결별' 최장집, 그가 밝힌 80일만의 사퇴 이유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의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5월 22일 연구소 출범과 함께 이사장에 임명된 지 80일 만이다. 최 교수를 영입할 당시 안 의원은 “십고초려(十顧草廬)를 했다”고 말했다.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직서 물러나



“난 정치 아닌 정책을 연구하고 싶었다”



그런 최 교수가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토요일(10일) 안 의원을 만나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정당의 역할을 중시하는 대표적 진보학자 최 교수의 영입은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여겨졌고, ‘내일’은 신당의 거점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최 교수는 사의를 표한 이유에 대해 “전통적 의미에서의 (순수한) 정책 연구소를 지휘하고 싶었지만 나에게 정치적 역할이 요구됐고, 그게 부담스럽고 힘들었다”며 “연구소를 맡은 뒤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정파적·당파적으로 해석되더라. 학자로서 자유를 얻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멘토’와 ‘측근’들이 안 의원 곁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앞서 김종인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안 의원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했으나 안 의원이 조언에 따르지 않자 두 사람 모두 곁을 떠났다.



김종인·윤여준 등 멘토·측근들 떠나



지난해 대선 안철수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이들 중 지금은 안 의원과 결별하거나 거리를 두고 있는 이들도 있다. 캠프에서 국민소통자문단을 이끌었던 조용경 전 단장은 지난해 12월 7일 안 의원이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조건 없이 돕겠다고 발표하자 “안철수 후보는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렸다”며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자신과 이념적 편차가 있다고 했던 후보를 조건 없이 지원하면서 정치쇄신은 실종됐다”고 비판했었다. 안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이었던 박선숙 전 의원도 지금은 안 의원과 거리를 두고 있다.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발기인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안 의원이 출마 전부터 대변인으로 기용한 유민영 전 대변인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내일’의 기획위원으로 이름을 걸고 있지만 활동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최 교수님이 (아주) 가신 게 아니어서 계속 만나며 상의하고 배울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의 사임이 자신과의 완전한 ‘결별’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내일’ 이사장과의 공적인 관계와 사적으로 자문을 주고받는 관계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인력·예산 부족에 불만 누적 시각도



 둘의 공적인 제휴가 끝나게 되면서 안 의원의 정치세력화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갈등설은 부인하고 있지만 ‘내일’의 운영이나 지지부진한 신당 창당 작업에 대한 최 교수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익명을 원한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인력뿐 아니라 예산 문제 때문에 연구소가 정책 연구의 역할을 못했을 수 있고, 최 교수가 힘들어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진보적 자유주의’를 주창한 최 교수와 진보정당 구상과 거리를 두고 있는 안 의원의 신당 계획이 갈등을 빚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최 교수와의 문답.



 -연구소에 문제가 있었나.



 “조직 구조도 그렇고 활동 내용도 그렇고, 정치적 역할과 많이 중첩됐다. 본의 아니게 정치인 같은 활동을 많이 하게 됐다.”



"정책 충돌? 아직 안철수 정책 없어”



 -최 교수의 ‘노동 중심 정당’ 같은 이념이 안 의원과 맞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보편적 개념이다. 안 의원 그룹 안에도 노동에 관한 조직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특별한 충돌은 없었다.”



 최 교수는 이사장을 맡은 직후 안철수 신당의 진로가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 노선’이어야 한다고 했었다. 이 말에 대해 안 의원 측은 “최 교수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며 반박했다가 나중에 안 의원이 직접 나서 “최 교수와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진화한 적이 있다.



 -정책에서 의견이 충돌한 건 없었나.



 “안 의원이 아직 어떤 (구체적인) 정책을 본격적으로 내걸고 한 건 없다.”



 -예상보다 빠른 80일 만의 결별인데.



 “안 의원의 성실함, 사람에게 주는 감동, 그런 게 변한 건 아니다.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정치적인 면에서 내가 할 게 별로 없었다. 정파적이기보다 자유롭고 싶었다. 마음껏 얘기해도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다.”



 -제자나 측근들이 안 의원과 함께 가는 걸 반대했다는 말이 있는데.



 “뭐라고 얘기하면 좋을까. 처음 안 의원과 함께할 때 상의를 안 하고 결정했는데. 제자와 안 의원 쪽은 (서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안 의원이 타격을 받을 거란 예상이 나온다.



 “처음엔 좀 그렇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다. 정치라는 게 늘 사람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거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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