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직장맘에게 방학은 재앙 … 아이와 함께 출근하기도

지난 9일 오전 8시5분 인천광역시 계양구 한 내과병원으로 모녀가 들어선다. 이은하(37·여)씨와 딸 서연(초등1·가명)이다. 이씨는 건물 2~3층 내과병원 간호사다. 서연이는 환자 맞을 준비를 하느라 계단과 주사실 등을 오가는 엄마를 졸졸 따라다닌다. 환자가 들어서기 시작하자 이씨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준다. 엄마가 유일하게 스마트폰을 허락하는 시간이다. 아이는 빈 세미나실에서 금세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든다. 중간에 환자 대기실을 오가지만 엄마가 챙길 여유가 없다. 오전 9시40분,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 약속한 장소에 스마트폰을 두고는 간식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바쁜 엄마한테 인사할 틈도 없다. 서연이는 태권도학원 차를 타고 학교 방과후학교(수학)로 향한다. 다음 코스는 태권도학원. 거기서 도시락을 시켜 점심을 먹는다. 피아노학원에 갔다가 태권도학원으로 돌아와 오후 4시 병원으로 되돌아온다. 두 시간 후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한다.



안심하고 애 키울 수 있는 나라 ④ 갈 곳 없는 초등 1~3학년 <1> 엄마·아이 얘기 들어보니
일과 육아 사이에 낀 엄마

학원 여러 곳 보낼 비용 만만찮아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씨는 올해 초 서연이를 종일반 학원에 보냈다. 아이가 힘들어했다. 투정을 부리고 심하게 뛰고 칭얼댔다. 평소 안 하던 행동이었다. 이씨는 결단을 내렸다. 다니는 병원 근처로 이사했고 병원 허락을 받아 아이를 데리고 출근했다. 그랬더니 아이의 이상한 행동이 점차 좋아졌다. 기자가 아이에게 “병원에 오는 게 좋아”라고 물었다. 서연은 “종일반 때보다 훨씬 좋아요”라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엄마랑 같이 있어서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1~2학년 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서 올해 말에는 일하는 시간을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엄마들은 일과 양육 사이에서 갈등한다. 두 가지 역할을 다 소화해 내기에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탓이다. 그나마 학기 중은 나은 편이다. 정규 수업이 없는 방학은 재앙이다. 방과후학교는 운영되지만 등·하교 시간이 날마다 달라 빈 시간이 생긴다. 그만큼 아이는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러다 보니 여러 군데 학원을 돌게 한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직장맘 서태영(36·경기도 일산)씨는 “오히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어린이집에 다녀서 방학이 없었다”며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운영 중이지만 수용인원이 20명으로 턱없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 하교 시간되면 안절부절 ‘두시렐라’



 학원을 보내기 위해 아이의 하루 동선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짜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박모(39·여·경기도 일산)씨는 “방학 한 달 전부터 머리를 싸맨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래저래 학원비만 80만원이 든다”며 “비용도 많이 들지만 방학 스케줄을 짜느라 머리에 쥐가 날 정도”라고 말했다. 아이 학원 돌리기가 시작되면 다른 걱정이 따른다. 오세희(39·여·부산 해운대구)씨는 이달 초 2학년 딸 아이 피아노학원에서 아이가 안 왔다는 연락을 받고 혼비백산했다. “동선이 뻔하고 연락은 안 되고, 순간 이런저런 생각이 들고, 혹시나 해서 겁이 났다.” 아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시간을 놓쳤다. 도서관에 전화로 확인한 뒤에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학기 중에는 아이 수업이 끝나고 첫 학원에 가는 오후 2시가 되면 엄마들은 불안해진다. 그 이후 두세 개 학원마다 같은 일이 반복된다. 엄마들은 스스로 ‘두시렐라(신데렐라가 마법이 풀려 초라해지듯 두 시가 되면 긴장하는 초등학생 엄마를 빗댄 말)’라고 부른다.



일단 일 그만두면 재취업 힘들어



 일단 일을 그만두게 되면 다시 취업을 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자연스레 경력 단절로 이어진다. 1학년 아들이 학교 입학하기 직전에 일을 그만둔 한 엄마(39·서울 은평구)는 “아이가 3학년을 마치면 다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그때 되면 누가 나를 쓰려 하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이지영·장주영·김혜미·이서준 기자, 민경진(부산대 국어국문학과) 인턴기자



◆어떻게 취재했나=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1~3학년 51명과 학부모 37명을 인터뷰했다. 아이들은 학교 주변, 학원 등에서 직접 만났다. 학부모는 학교 주변에서 마주치거나 무작위로 연결되는 엄마를 인터뷰했다. 학부모 12명은 두세 차례 전화 인터뷰를 했고 나머지는 직접 만났다. 서울 성동구·고양·수원의 초등학교 1~3학년 466명을 설문조사했다.



관련기사

▶ "월 80만원 받고 산골까지…" 돌봄 무자격 강사 심각

▶ 초등보육교사연합회장 "돌봄교실 무작정 늘리면…"

▶ "내 인생의 반은…" 초등학교 3학년 고백에 '충격'

▶ 초등 1~3학년 24% 방과후 나홀로 빈집으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