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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계란·김밥 나홀로 저녁 … 인터넷·게임에 쉽게 빠져

“종이컵에 계란 깨서 넣고 물·설탕 조금 넣은 다음 전자레인지에 3분 돌리면 계란프라이가 돼요. 밥솥에서 밥 퍼서 같이 먹어요.”



안심하고 애 키울 수 있는 나라 ④ 갈 곳 없는 초등 1~3학년 <1> 엄마·아이 얘기 들어보니
돌보는 어른 없는 아이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연수(8·여·가명)의 ‘나홀로 저녁’ 반찬은 종이컵 계란프라이다. 엄마는 매일 오후 9시 퇴근한다. 아빠도 늦게 오는 날엔 혼자 밥을 차려 먹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불이나 칼을 사용해 반찬을 만들어 먹기는 힘든 나이다. 연수는 “아빠가 (계란프라이) 요리법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방과후 어른의 보살핌을 못 받는 아이들은 끼니를 해결하는 일부터 난관에 부닥친다. “초등 5학년 언니가 저녁을 해준다”는 하나(초등1·가명·서울 은평구)와 “중1 누나가 밥을 해준다”는 윤호(초등2·가명·서울 은평구)처럼 아이들끼리 밥을 챙겨먹는 일이 다반사다. 주로 냉장고의 묵은 반찬으로 차린 부실한 밥상이다.



급식 없는 방학 땐 끼니도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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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급식이 없는 방학 때는 점심도 고민거리다. 1학년 만수(가명·서울 서대문구)는 요즘 엄마에게 하루 5000원씩 점심 값을 받는다. 오전엔 학교에 가서 방과후학교(하모니카·영어) 수업을 받고, 귀갓길에 점심을 사먹는다. 주로 자장면이다. 밥값으로 떡볶이·과자를 사먹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의 연수도 학교·학원(합기도)을 오가며 길거리에서 불량식품을 사 먹는다. 지난달 18일 학교 앞에서 만났을 때 연수는 불량식품을 먹고 있었다. 연수는 “매일 사 먹는다”고 말했다.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은 “나홀로 아이들 중에는 간단한 군것질을 하고 남은 밥값으로 PC방에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잘못된 식생활과 생활습관이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PC방이 금연구역이 됐다지만 제대로 지키는 데가 많지 않아 담배에 쉽게 노출된다.



 나홀로 아이들한테는 ‘학원 뺑뺑이’가 기본이다. 주부 인터넷 커뮤니티 ‘82쿡닷컴’에 올라온 질문인 “초등 저학년 엄마들은 대체 어떻게 직장 다니시나요?”에 대한 답도 ‘학원을 돌리라’가 대세다. 딱히 뭘 가르치겠다는 목적보다 ‘안전하게 맡아달라’는 차원에서 학원에 보내라는 것이다.



공부보다 안전 위해서 학원 보내



 맞벌이가정에서 자라는 3학년 은규(가명·서울 구로동)는 평소엔 하루 4곳, 방학 땐 하루 5곳의 학원에 다닌다. 은규는 “오후 7시쯤 학원 마치고 집에 가는데 엄마가 오지 않은 날엔 화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1학년 동민(가명·서울 성동구)의 방학 일정도 하루 평균 5곳의 학원으로 채워졌다. 엄마가 출근하면서 동민이를 같은 아파트 공부방으로 데려다 준다. 여기에서 영어·수학을 공부한 뒤 오전 11시 주산학원으로 간다. 주산이 끝나면 피아노 개인교습-방과후학교(바둑·창의력)-축구교실로 이어진다.



 생활을 통제할 어른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충동 조절, 시간 관리 등을 모두 아이 스스로 해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본지가 서울·경기 초등 1~3학년 46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어른이 없는 아이의 51.8%는 집에서 주로 하는 활동으로 ‘TV시청’을 꼽았다. 어른이 있는 아이(36.4%)보다 훨씬 높았다. 또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게임을 주로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집에 어른이 있는 경우(21.5%)와 없는 경우(28.6%)가 차이가 났다. 초등 3학년인 기영(가명·서울 마포구)이는 “내 인생의 반은 게임”이라고 했다. 기영이가 주로 하는 게임은 서든어택(총·도끼로 상대방을 죽이는 전투게임). 기영이는 “서든어택은 아빠 주민번호를 찍고 들어가서 한다”고 했다.



초등 3년생 "내 인생의 반은 게임”



 기본 생활관리도 잘 안 된다. 지난달 22일 오전 10시10분. 서울 구로구 A지역아동센터에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 교사 B씨는 “방학 때 아이들을 깨워줄 부모가 없어 오전 11시쯤부터 한두 명씩 나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 개원은 오전 10시다.



◆나홀로 아동=여성가족부는 방과후 활동을 끝내고 집에 갔을 때 일정 시간 이상 혼자 있거나 애들끼리 지내는 경우로 규정하는데, 본지는 3~5시간 이상(초등학생의 24.2%)을 기준으로 삼았다. 한 시간 이상 방치된 아동(29.6%)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이지영·장주영·김혜미·이서준 기자, 민경진(부산대 국어국문학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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