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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이름까지 등장 …'원전 마피아' 뒤 누가 있을까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에서 출발해 납품 로비와 정치권 연루 가능성으로 쑥쑥 확대되던 원전 비리 수사가 벽에 부닥쳤다. 납품 비리로 구속된 전 정권 고위층의 측근과 한국수력원자력 간부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서다. 뒷돈 거래가 현금 아니면 외국 계좌를 통해 이뤄져 물증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달 말 끝내려던 수사를 다음 달까지 계속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원전 비리 수사는 애초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체 조사한 결과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원전용 전선 제조업체인 JS전선이 적절한 기능을 갖췄는지 제대로 시험을 하지 않고서도 검증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케이블을 납품한 것. 이로 인해 부산시 기장군 신고리 1, 2호기와 경북 경주시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3기가 안전 문제로 가동을 멈추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슈추적] 원전 비리 수사 75일 … 검찰, 정·관계 로비 의혹 겨눴다



 원안위가 이런 사실을 발표한 것은 올 5월 28일. 검찰은 다음 날인 29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원전비리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을 꾸렸다. 이후 지난 11일까지 75일간 수사가 진행되면서 시험성적서 위조뿐 아니라 대기업이 연관된 납품 비리가 드러났고, 전 정권 고위층의 측근까지 연루된 사실이 밝혀졌다. 고구마 줄기를 잡아챈 듯 더 큰 덩어리가 잇따라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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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실세 개입 ‘원전 게이트’ 가능성



 현재 수사는 크게 세 갈래로 나눠 진행 중이다. 첫째는 시험성적서 위조. 둘째는 한수원에 대한 납품 로비, 셋째는 정치권 실세가 개입된 ‘원전 게이트’ 가능성이다.



 세 갈래 수사 중 핵심은 한수원 납품 로비와 게이트 가능성이다. 납품 로비는 수사 시작 약 2주 만에, 게이트 가능성은 두 달 만에 검찰이 포착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몸통이 어디인지는 구속된 핵심 연결고리 인물들이 입을 굳게 닫으면서 아직 가려내지 못한 상황이다.



 게이트 가능성은 이달 초 원전 브로커 오희택(54·구속)씨와 이윤영(51·구속) 전 서울시의원이 검찰 수사에 걸려들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원전 설비업체인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한수원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3억원 금품을 나눠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10억원은 오씨가, 3억원은 이씨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오씨에게서 “이씨를 통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씨는 전 정권과 여러 인연을 맺었다.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노동분과 부위원장을 지낸 뒤 2006년 비례대표 서울시의원에 선출됐다. 그 뒤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상임자문위원을 거쳐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감사에 임명됐다. 브로커 오씨 역시 전 정권 실세를 지칭하는 ‘영·포(경북 영일·포항) 라인’에 서 있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 재경 포항중·고 총동창회장이었으며,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박 전 차관에 대한 직접 로비 의혹과 관련, 이씨는 “받은 돈을 모두 내 개인 용도로 썼다” 며 박 전 차관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의 계좌 등을 통해 박 전 차관을 비롯한 전 정권 정·관계 고위층에게 건네진 검은돈이 없는지 추적 중이다. 그러나 거래가 현금으로 이뤄졌을 경우, 이씨의 진술 없이는 거래 전모를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검찰은 한국정수공업이 2010년 8월 산은캐피탈(KDBC)과 투자전문회사인 JKL파트너스가 조성하고 한국정책금융공사 등이 출자한 사모펀드 642억원을 지원받은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이씨와 오씨가 역할을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당시 한국정수공업은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던 상황으로, 지원받은 돈은 회사 경영이 아니라 지분을 매입해 대주주 지위를 확고히 하는 데 전액 쓰였다. 한국정수공업이 투자를 유치한 뒤 오씨는 이 회사 임원으로 발탁됐다.



한수원 금품로비도 고위층 연루 의혹



 검찰은 지난 6월 18일 시험성적서 위조를 지시한 한수원 송모(48·구속) 부장과 지인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6억여원에 달하는 현금과 함께 10억원에 달하는 돈의 입출금 내역이 기록된 메모를 찾아냈다. 납품 비리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금품 로비로 확대되는 순간이다. 수사를 통해 이 돈이 현대중공업에서 나온 것임이 확인됐다. 현대중공업 전·현 임직원들이 2200억원대 원전 설비를 납품하려 뿌린 로비자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건넨 10억원 중 발견되지 않은 나머지 4억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한수원 고위층에게 들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으나 송 부장은 철저히 입을 닫고 있다. 전액 현금이어서 당사자가 입을 열지 않는 한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게 검찰의 고백이다.



송 부장은 또 발견된 6억원 중 수천만원만 자신의 집에 두고, 나머지는 만일에 대비해 지인 자택에 숨겨두는 등 치밀하게 돈 뒤처리를 했다. 그는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을 알고서도 검증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에 성적서를 승인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수원에서는 김종신 전 사장을 비롯한 7명이 수사 과정에서 더 구속됐다. 상당수가 납품업체 돈을 받은 혐의다. 당초 “부품 납품업체와 시험기관이 공모해 시험성적서를 꾸몄다”며 “우리도 피해자”라던 한수원 측이 실은 비리의 몸통이었던 셈이다.



 검찰은 일단 한수원 송 부장이 받은 돈 중 행방이 드러나지 않은 4억원이 한수원 고위층에 흘러 들어갔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정권 고위층이 연관됐을 가능성 역시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물증이 부족하다고 수사를 종결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원전 비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 등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문제를 질타했다. 당초 8월 말이던 수사 종료 예상 시점을 9월로 늦추더라도 의혹을 뿌리째 캐내야 한다는 얘기가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로 인해 원전비리수사단은 폭염이 계속된 지난 주말에도 김기동 지청장과 이기석 차장검사를 필두로 검사와 수사관 40여 명이 출근하는 등 수사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등 세 갈래 수사



 원전비리수사단과 별도로 대검에서도 시험성적서 위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원전 납품 부품 관련 시험성적서를 전수조사하는 원안위와 자료를 공유하면서다. 현재 대검 지휘 아래 인천·광주 등 전국 7개 지검이 위조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검은 원안위와 한수원으로부터 의뢰받은 49개 업체를 수사해 모두 10명을 구속했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이 수사 역시 납품 비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천지검은 최근 인천 지역의 전동기 업체가 1억원대 비자금을 마련해 이 중 일부를 한수원 간부에게 납품 청탁용으로 건넨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비리수사단의 수사와는 별개로 사법처리 또한 속속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한수원 납품업체 20곳이 품질보증서를 위조한 것과 관련해서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지난해 말 자체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2008년부터 5년간 납품업체로부터 22억원의 뇌물을 받은 한수원 전·현직 임직원 20여 명이 검찰에 의해 무더기 기소됐다.



 지난해 원안위·한수원 자체 조사에 대검과 원전비리수사단이 밝혀낸 연루자들까지 보태면 현재까지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비리 관련자만 100명에 육박한다. 검찰 관계자는 “원전이 워낙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 일부 소수 집단이 ‘그들만의 검은 거래’를 형성하다 보니 비리가 만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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