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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구하고, 돌아오고, 그게 삶 아닌가

거울을 보는 건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다. 윤대녕은 단편 ‘반달’에서 사랑을 이에 빗댔다. 나와 상대를 거울삼아, 서로에게 깃든 자신의 모습을 찾고 그리워하며 일체감을 느끼는 일, 그래서 반쪽이 아닌 온전한 존재가 되는 사랑의 기적을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윤대녕표 소설’에는 공식이 있다. 어디론가 떠나는 인물들, 섬세한 문장, 이미지로 충만한 장면장면, 그리고 입맛을 자극하는 먹거리들. 단편 ‘반달’에도 윤대녕(51)의 개성은 살아있다. 주인공은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친구를 찾아 나서고, 아내가 될 여자친구와 여행길에 오른다. 그 여행에도 음식이 있고, 숨막히게 아름다운 밤하늘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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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윤대녕 '반달'



 그의 소설 속 인물은 늘 길 위에 있다. 항상 어디론가 떠난다. 소설가 장정일은 이를 ‘멀쩡한 등장인물들의 만행(蠻行)’이라 했고, 시인 김중식은 “윤대녕 소설 속 인물들은 대개 뻔한 삶에 멀미를 느끼며 뭔가를 찾아 가는 영혼의 불치병을 앓는다”고 했다.



 “나에게는 길이 집이고 우주에요. 여로는 삶의 메타포(은유)죠. 그 자체로 하나의 기승전결이 있어요. 다만 예전에는 떠나고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제는 돌아옵니다. 삶의 서사로. 집을 떠나는 건 돌아오기 위한 과정이니까.”



 나이 서른에 남편과 사별한 엄마와 아버지의 부재 속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주인공은 반달 같은, 반쪽 짜리 신세다. 주인공이 젊은 날 덧없는 꿈과 고독한 환상, 화염 같은 고통이 부딪치고 얽히는 삶의 길에서 헤맸던 것도 그런 탓이 컸다.



 예심위원인 문학평론가 권희철은 “윤극영의 동요 ‘반달’을 밑바닥에 깔아놓고 있는 이 소설은 정돈되지 않은 욕망의 좌충우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밤하늘의 별들 사이의 어디쯤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해 어떤 절정에 도달한 듯하다”고 평했다.



 반쪽의 삶은 상대의 존재를 통해 온전한 모양을 갖추고 가까스로 삶의 길을 찾게 된다. “곁에 사람을 두고 살아야 그게 진짜 삶”이란 엄마의 말처럼. 그걸 가능케 하는 건 사랑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그런 것이었다. 요컨대 나라는 거울을 통해 매 순간 상대를 찾고 그리워하는 일이 바로 사랑이었다. 또한 상대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그것은 누구한테나 우주와의 경이로운 일체감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중략) 별들의 생성과 소멸처럼 우리도 어느 순간 파괴되면서 동시에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나는 나지만, 또한 상대적인 타인이죠. 내 의식이 지배하는 내가 있고 본래의 내가 있어요. 타인이 또한 나이기도 하고. 복잡한 함수 관계가 발생해요. 관계를 맺어가고, 상처와 고통을 받으며 길을 찾아가는 게 삶이에요.”



 잘 짜인 그림 한 폭을, 잘 찍은 영상을 보는 듯한 그의 작품에는 말로 채우지 않는 여백이 많다. “문학적 모호성 혹은 애매성이라고 하는 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드러내지 않아요. 서사 구조 속에서 막연하게 남았으면 해요. 독자가 그걸 완성하는 거죠. 텍스트는 작가를 배반해야 해요.”



 그를 배반할 책이 한 권 더해진다. 다음 달 출간되는 소설집 『도자기 박물관』(문학동네)이다. “40~50대에는 삶을 살아낸 이력과 삶의 서사가 나오는 시기인 듯해요. 나이가 들면서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는데, 지난해 느낀 것들이 올해는 달라져요. 프리즘의 변화인 셈이죠. 그렇게 달라진 순간 순간의 의미를 포착하려 해요.”



 시간을 덧댄 ‘윤대녕표 프리즘’에 포획된 순간이 어떻게 굴절해 무슨 빛깔을 발산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글=하현옥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윤대녕=1962년 충남 예산 출생. 90년 문학사상 으로 등단.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대설주의보』 등. 장편 『사슴벌레 여자』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등. 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이효석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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