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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기까지 유전유전, 무전무전 안 돼야

올여름 전력난이 본격 시작된다. 오늘부터 사흘이 최대 고비다. 기상청은 전국이 35도를 넘나드는 가마솥 더위로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사상 최장의 장마도 끝났다. 시민들도 휴가를 끝내고 돌아온다. 날씨 덕도, 휴가 덕도 볼 수 없다. 예상 전력 수요는 8000만㎾. 사상 최대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장관은 입이 바짝 말랐다. 그는 “발전기 한 대만 불시 고장 나도 지난 2011년 9월 15일과 같은 순환단전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산업체와 공공기관, 가정·상가 구분 없이 전기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렇게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도 예비력이 180만㎾에 그쳐 전력수급경보 4단계인 ‘경계’ 발령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경계’ 경보는 9·15 전력 대란 당시 예비력이 20만㎾까지 떨어지면서 ‘심각’ 단계가 발령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일부 대기업과 공직자들이 되레 절전 규제 위반에 앞장선 사실이 확인됐다. 참으로 개탄할 노릇이다. 산업부는 어제 절전 규제를 위반한 대기업 20여 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그중에는 기아차 광주 공장, LG화학, S-OIL, 진로 하이트, 현대로템, SK네트웍스 등 지난 5일부터 시작한 절전 규제를 단 하루도 안 지킨 회사가 9곳이나 됐다. 무더위를 참으며 절전에 동참하고 있는 많은 국민과 중소기업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다간 전기까지 ‘유전유전(有錢有電), 무전무전(無錢無電)’이란 말이 나올 판이다.



 그뿐이랴.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의원실 중 상당수가 공공기관 냉방 기준 28도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원실은 냉방기를 18도에 맞춰 놓아 바깥 온도와 10도 넘게 온도 차이가 나기도 했다. 너무 추워 카디건을 입고 근무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몇몇 의원은 심지어 공공기관 실내 온도 기준이 28도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그러니 서울시의원을 두고 걸핏하면 자질 시비가 이는 것 아닌가.



 블랙 아웃, 즉 대규모 정전 사태는 어느 한 곳만 전기를 아낀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예비력이 ‘심각’ 단계 밑으로 떨어지면 특정 지역의 전기를 모두 차단해야 한다. 한 사람의 시의원이, 한 대기업 공장이 자기 혼자 시원하자고, 자기 혼자 돈 벌려고 쓴 전기 때문에 수십·수백만의 시민이 고통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비지땀 흘리며 전기를 아낀 수백만의 노력이 일시에 물거품이 되는 건 물론이다. 정부도 국민 절전만 호소할 게 아니다. 서둘러 국민적 합의를 통해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전력 수급계획을 확정, 전력 공급을 늘려가야 한다. 청와대부터 말단 동사무소 직원까지 해마다 여름엔 비지땀, 겨울엔 오한을 일으키며 일하는 나라는 이미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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