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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전작권 환수 연기

문정인
연세대 교수
정치외교학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오자 우리 공군 최신예기 F-15K가 비상 출격, 보복타격 태세에 임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상부의 타격 명령은 없었고 F-15K는 이내 기지로 귀환해야 했다. 북의 도발에 단호한 응징을 강조해 왔던 우리 군의 허망한 실체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그 원인이 상부지휘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 김태영 국방장관을 전격 교체한 뒤 지휘체계 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원인은 우리 군이 독자적인 작전통제권을 갖지 못한 데 있었다.



 작전통제권은 군사작전 수립과 전쟁 수행, 군사 배치, 보복타격 등 일체의 군사행동에 관한 명령을 내릴 권한을 의미한다.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 창설과 더불어 우리 군의 작전통제권이 연합사사령관에게 이관되었다가 94년 12월 1일에야 평시 작전통제권을 되찾았다. 이후에는 방어준비태세(DEFCON) Ⅲ 이상 단계에서의 전시작전통제권을 연합사령관이 행사한다.



 그러나 환수해 왔다는 평시 작전통제권조차 한계가 있다. ‘연합권한위임(CODA)’ 사항에 의거해 전쟁 억제와 방어, 정전협정 준수를 위한 연합위기 관리, 전시작전계획 수립 등 6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미연합사령관이 권한 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력에 의한 북한 타격은 ‘유엔사령부 정전 시 교전 규칙’에 의해 미군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 공군의 즉각적 보복타격이 불가했던 것이다. 한반도의 위기 악화를 원하지 않는 미군이 협력해주지 않으면 전·평시 할 것 없이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북측이 우리 군을 미국의 ‘괴뢰군’이라 비하하며 도발을 지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군이 전작권을 행사하는 한 우리 군이 독자적 군사행동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군-주력, 미군-지원’ 형태의 새 연합방위체제가 구축되고 우리 군이 전작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게 될 경우 북이 두려워해야 할 상대는 미군이 아니라 우리가 되며, 북이 희망하는 평화협정도 미국이 아니라 우리와 체결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전작권은 단순히 군사적 효율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운명을 가르는 선택권에 관한 사항이다. 그처럼 중차대한 전작권 전환을 한 번도 아니라 두 차례씩 연기한다는 게 과연 명분과 실리가 있을까. 이는 동맹 간의 신뢰나 국가의 위신을 떠나 우리에게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반복되는 전환 연기는 이를 포기한 채 미국에 영속적으로 매달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전작권 전환 이후 상황에 대한 일각의 염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그들의 우려가 더욱 ‘우려’된다. 우선 전작권이 환수되더라도 한미연합사가 자동적으로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것처럼 한국군 합참의장이 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이 부사령관을 맡는 ‘연합전구사령부’ 창설도 가능하다. 한국군이 정보력 분야에서 절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킬 체인’을 구축할 때까지 환수를 연기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미국은 2006년 전작권 전환 합의 시 정보자산 주둔 및 추가 전개, 패트리엇 미사일 주둔 지속, 지휘통제체계 지원 등을 통해 우리 측이 취약한 부분에 대한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의 지속적 제공을 누차 공언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의 긴급확장 핵억지력과 전작권 문제는 별개 사안이기 때문에 환수 연기가 북핵 문제 대응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환수 연기론자들은 북한군의 기습 남침 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한다는 ‘인계철선(trip wire)’ 논리와 작계 5027에 따른 대규모 전력 증원(병력 69만, 함정 160여 척, 항공기 2000여 대)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 정부가 현재 속도대로 국방예산과 병력을 감축해 나간다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군 증원 병력이 5만~10만 명 되기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겪은 미 국민이 미군의 자동개입에 대해 우호적 여론을 보이기 힘들 것이다.



 결론은 자명하다. 전쟁은 우리가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64만여 명의 대군에 연간 34조원의 국방예산을 지출하는 세계 8위의 군사강국이다. 작전통제권을 미국에 넘겨야 했던 과거의 그런 군대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고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정신만 있다면 충분히 독자적으로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안보 장사’라는 정치적 목적이나 특정군의 기득권 때문이 아니라면 미국이 원치도 않는 ‘환수 연기’ 협상을 과감히 접고 2015년 12월부터는 예정대로 우리 군이 전·평시 작전통제권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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