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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특례 혜택 못 받는 환자 10만 명 투병·생활고·가정파탄·소외감 4重苦

“5년 만에 얻은 자식인데 희귀병 진단을 받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씨름선수를 꿈꾸던 아이가 ‘나를 왜 이렇게 낳았느냐’고 했을 때는 정말 괴로웠어요.”

건강보험 사각지대의 희귀·난치병

페닐케톤뇨증(PKU)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아들(16)의 어머니 오 모(47)씨의 말이다. PKU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 성분이 오히려 독이 돼 정신·신체 장애로 이어지는 희귀질환이다. 국내 환자 수는 200명이 채 안 된다. 특정 단백질 성분이 제거된 쌀과 분유·야채만 먹으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특수분유의 값은 비싸다. 오씨는 오전에 어린이집, 오후에 가사도우미를 하며 월 100만원쯤 번다. 택시기사 남편의 수입도 비슷하다. 당연히 가계 빚은 쌓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매달 특수분유 2통(약 22만원 상당)과 특수조리 햇반에 들어가는 약 40만원의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런 지원도 아들이 18세가 되면 끊긴다. 극빈층엔 지원이 계속되지만 해당자는 극소수다. 오씨는 “이 병은 평생 가는 거다. 나이가 더 들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태산 같다”고 말했다.

PKU 가족회 정혜진 회장은 “음식만 잘 조절하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환자들에게 정부의 맞춤형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희귀·난치성 질환자에게 여름은 휴식과 재충전의 계절이 아니다. 하루하루 끝없이 이어지는 병마와의 싸움에 무더위란 또 하나의 고통만 더해질 뿐이다. 경제적 어려움도 크다. 치료·입원 등에 쓰는 직접 의료비 외에 희귀질환용 의약품이나 대체식품 등이 꼭 필요하지만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용 때문이다. 희귀·난치성 질환 한 종류의 환자 수는 많아야 수천 명에 불과하다. 자기 병을 추스르기도 벅찬 마당에 이를 세상에 알리고 정책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다. 불치병, 생활고, 가정 파탄에다 소외감에 따른 심리적 공황까지 4중고를 겪는 사례가 흔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돼 질병관리본부가 고시한 희귀·난치성 질환은 389종이다. 규정상 ▶환자 수 2만 명 이하로 추정되고 ▶적절한 치료법과 대체의약품이 개발되지 않고 ▶완치 또는 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질환들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반 진료비보다 낮은 본인부담률(10%)이 적용되는 ‘산정특례’ 질환은 138종뿐이다. 나머지 250여 가지 질환은 일반 질환처럼 진료비의 최대 6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신약이나 대체식품 치료 등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부분을 포함하면 고통은 더 커진다.

후종인대골화증이란 게 있다. 척추 속 인대가 차츰 뼈로 변화(骨化)하면서 신경을 압박한다. 위치에 따라 팔이나 하반신이 마비될 수 있다. 국내 환자는 400명 정도. 검진·치료 기술이 발달했지만 연간 수천만원에 육박하는 수술·진료비는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산정특례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환우회 장대수 부회장은 “건보 제도가 비슷한 일본에선 벌써 수십 년 전에 적용됐다. 우리나라에선 질병관리 분류조차 안 돼 그냥 척추 관련 질환으로 뭉뚱그려져 있다”고 말했다.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산정 특례를 못 받는 환자들의 고통은 심각하다. 현행 법·제도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대안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적하는 건 두 가지다. 일단 ‘희귀난치성 질환’과 관련된 기준 법령이 없다. 그래서 희귀질환 판정은 보건복지부, 보험 적용 여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장애등급 판정은 국민연금공단 등 여러 기관으로 분산돼 있다. 법과 규제도 층층이 얽혀 체계적인 지원이 어렵다. 관련 법령은 국회에 두 건이나 상정됐지만 처리는 부지하세월이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연내에라도 기본법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인구 고령화로 건보 재정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 만큼 희귀·난치성 질환 쪽에 돌아갈 재원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현민 회장은 “현재 산정특례를 받는 138종 질환의 해당자가 59만 명이다. 나머지 250개 질환을 다 합쳐도 10만 명 남짓이다. 보편적 복지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희귀·난치성 질환자와 가족들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 그들에 대한 선별적 복지 시스템조차 제대로 못 갖춘 게 우리네 현실”이라고 말했다. ▶관계기사 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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