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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産 생선 손도 안 대 … 조개도 안 먹는다”

1 방사능 괴담 속 기형 가지를 직접 재배한 모리후지 도미오. 그는 “기형 가지가 방사능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한국에 그렇게 알려졌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2 민간 방사능 측정소인 ‘어린이 미래 측정소’의 이시마루 히데타케 대표(왼쪽)가 후쿠시마산 복숭아의 세슘 검출 여부를 설명하고 있다. 3 현장취재 경로.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본 방사능 괴담이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유출된 다량의 방사능 물질과 오염수 때문에 일본에서 기형 동식물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 근해까지 심각하게 오염돼 이 지역 해산물을 먹으면 한국인들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그럴듯한 소문까지 더해지고 있다. 공포심은 갈수록 증폭되는 형국이다. 일부 네티즌은 한술 더 뜬다. 일본 공산품까지 오염돼 극히 위험하다고 몰아세운다. 공포스러운 괴담에 일본 여행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이 같은 그럴듯한 괴담은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진실인가. 직접 현장에서 진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지난 4일 일본행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방사능 괴담으로 흉흉한 일본 현장 르포

#1. 한 꼭지에 열매 5개 달린 기형 가지
요즘 인터넷에는 방사능 때문에 한 꼭지에 열매가 다섯 개나 달린 기형 가지가 생겼다는 괴담이 사진과 함께 떠돌고 있다. 사진 속에서 문제의 가지를 들고 있는 할아버지를 찾아나섰다. 지난 5일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약 220㎞, 자동차로 4시간 정도를 달려 후쿠시마현 다테(伊達)시에 도착했다. 2011년 3·11 대지진 때 폐쇄됐던 도호쿠(東北)고속도로를 탔다. 다테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현장에서 약 60㎞ 떨어진 곳인데, 한때 쌀 출하가 금지되기도 했던 농촌 지역이다. 너른 들녘에는 연두색 벼들이 힘차게 자라고 있었다.

 현지 언론사를 통해 얻은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니 사진 속 농부 모리후지 도미오(75)가 서슴없이 만나줬다. 그는 “열매 5개짜리 가지를 발견하고 기분이 좋아서 동네방네 자랑을 했다. 40년 넘게 농사를 지으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신문사에서 취재를 해갈 정도로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방사능 괴담과 함께 떠도는 바로 그 사진이 지역 신문에 났던 것이다. 하지만 기사 어디에도 방사능 오염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는 길조로 여겼던 가지가 한국에서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기형으로 알려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방사능 때문일 리가 절대 없다. 그렇다면 다른 농가에서도 기형 작물이 많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고 했다.

 또 다른 괴담의 진원지를 찾았다. 방사능 오염수에 바다거북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가나가와(神奈川)현 지가사키(茅ヶ崎)로 발길을 돌렸다. 해변에는 휴가객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사진을 처음 페이스북에 올린 ‘가나가와 해안미화재단’ 사무실에 들어섰다. 이 재단 직원 이시이 아유미는 “매년 30마리 정도의 바다거북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올해는 벌써 80마리나 발견됐다. 보통은 바다쓰레기를 잘못 먹어 질식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방사능 오염수 때문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류 흐름상 후쿠시마 인근 바닷물이 이곳까지 오기는 어렵지만 이상현상임에는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2. 소마시 주민 내부피폭 없다지만…
원전에서 약 40㎞ 떨어진 소마(相馬)시로 더 깊이 들어가기로 했다. 소마시로 가는 길가에선 오염물질 제거작업이 한창이었다. 인부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나무 껍질을 일일이 벗겨내고 있었다. 오염이 심한 이다테무라(飯館村) 지역을 지나자,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가 ‘따닥, 따닥’ 숨가쁘게 소리를 낸다. 방사능 수치가 시간당 0.35μSv(마이크로시버트), 도쿄(0.036μSv)의 10배까지 올랐다. 1년 내내 있으면 3.066mSv(밀리시버트)에 이르게 된다. 일본 정부 기준으로 연간 허용량(일반인 기준)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소마시는 3·11 대지진 이후 10만 명이던 인구가 1만 명으로 급감했다가 최근 4만 명으로 회복됐다. 해안도시임에도 정부의 어업 규제로 어민 비율은 전 인구의 1% 이하로 떨어졌다. 이곳에서 의료지원 활동 중인 도쿄대 의대 쓰보쿠라 마사하루(坪倉正治·32) 박사는 “2013년 현재 주민 99%가 내부피폭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피폭이란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을 먹거나 방사성 물질을 흡입함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다. 몸 안에 방사성 물질이 축적됨으로써 방사능에 오염되는 것이다. 쓰보쿠라 박사는 주민들의 건강에 대해 “정부가 오염된 먹거리들의 유통을 충분히 통제하고 있는 데다 주민들이 오염이 덜된 음식을 주로 먹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지점으로부터 가까운 데 사는 주민 중 코피가 나고 피부가 벗겨지는 사례가 있다는 소문이 일본에도 있지만 그러려면 현 피폭수치의 몇 만 배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0년, 20년 후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쓰보쿠라 박사는 “구체적 데이터로 추정할 뿐”이라며 “지금 수치상으로는 안전하다”고 말했다.

#3. 바닥으로 추락한 정부 신뢰도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인들 사이에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부분은 식생활이다.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埼玉)시에서 먹거리와 생활 안전을 연구 중인 시민단체 대표 고와카 준이치(小若順一·63)는 찻잔을 내놓으며 “2011년 이전에 재배된 찻잎으로 끓인 녹차”라고 말했다. 고와카는 녹차 명산지인 시즈오카에서 기른 차도 대지진 후 수확한 것은 마시지 않는다.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이 지역 토지가 오염됐다는 얘기다. 그는 2011년 이전에 땄거나 규슈(九州) 등 남서쪽에서 재배한 차만 마신다고 했다.

 “특히 생선은 일본 열도 서쪽의 일본해에서 잡은 것만 먹고 태평양에서 잡아올린 생선은 중국산이든, 한국산이든 손도 대지 않는다. 먹이사슬의 제일 위에 있어 오염 물질이 많이 축적되는 다랑어도 먹지 않는다. 후쿠시마산 쌀을 오사카에서 난 것이라고 속여 판 정부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절대 믿지 않는다.”

 아이 셋의 어머니인 30대 주부 오다시마 아키코 역시 원전사고 이후 정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버렸다. 그는 “방사능이 검출 안 되는 조개나 바지락도 기분이 찜찜해서 안 먹는다”며 “정부를 믿느니 차라리 트위터를 믿는다”고 말했다.

#4. 후쿠시마산 복숭아 못 먹은 까닭
지난 7일 아베 신조 총리가 오염수 처리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원전 문제를 도쿄전력에만 맡기지 않고 중앙 정부가 나서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해수가 서쪽 일본해로 오는 데 족히 4년은 걸릴 거라던 정부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 지난 3일 후쿠시마현 게센누마(氣仙沼)에서 없어진 어선이 2년 반 만에 후쿠이(福井)현 앞 일본해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기피 지역이 하나 더 늘어났다.

 취재 마지막 날인 7일 도쿄도 고쿠분지(国分寺)시에 있는 ‘어린이 미래 측정소’를 찾았다. 시민들에게 의뢰받은 쌀이나 과일·토양 등의 방사능 오염 정도를 측정해 주는 곳이다. 2011년 12월부터 2200여 건을 검사했다고 한다. 이시마루 히데타케(石丸偉丈·42) 대표에게 복숭아 한 상자를 내밀었다. 다테시에서 만난 ‘가지 할아버지’가 “멀리까지 오느라 수고했다”면서 준 후쿠시마산 복숭아다. 선뜻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아 이틀 동안 차에 싣고 다니기만 했다. 복숭아 네 알을 깎아 측정기에 넣은 뒤 30분을 기다렸다. 세슘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시마루 대표는 다만 “측정할 수 없는 수준의 극미량은 있을 수 있다”며 “이 정도는 나도 먹는다”고 했다. ‘가지 할아버지’에 대한 불신이 미안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끝내 복숭아를 먹진 못했다.


1시버트(Sv)=1000밀리시버트(mSv)=100만마이크로시버트(μSv)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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