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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칼럼] 왜 욱일승천기는 유죄인가

지난달 말 한·일 축구전에서 일본제국주의 군기로 사용됐던 ‘욱일승천기(욱일기)’가 펄럭였다. 이후 양국 간 감정싸움이 뜨겁다.

 한국이 욱일기를 군국주의 상징으로 몰자 일본 정부는 “떠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한 것일 뿐”이라며 이 깃발의 사용을 공식화할 움직임이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일 관계에 진보적 입장인 아사히신문의 사기(社旗)도 비슷한 디자인 아니냐’며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그런 주장대로 과연 욱일기는 결백한가. 물론 아니다. 겉만 보고 본질을 무시한 언사다.

 기호학에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특정한 상징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 물건이 나타내는 사상과 의미에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고. 세상에는 수많은 상징이 널려 있다. 평화의 상징 비둘기, 사랑의 표시 하트 등. 그중엔 모양만으로도 혐오감을 주는 게 많다. 해골 밑에 뼈다귀 두 개를 겹쳐 놓은 해적기 ‘졸리 로저(Jolly Roger)’가 그렇다. 요즘엔 영화나 동화 속의 해적선을 연상시킨다.

 반면에 나치의 상징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는 다르다. 600만 유대인 학살의 주범인 나치즘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나치의 총본산인 독일·오스트리아에선 하켄크로이츠는 물론 친위대 상징인 SS 문양과 게르만족의 우월성을 뜻하는 켈트십자가마저 법으로 금지돼 있다. 특히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면 주변국인 헝가리·폴란드·리투아니아뿐 아니라 브라질에서도 처벌 대상이다.

 주목할 건 역사에 따라 혐오 대상도 달라진다는 거다. 소련 국기에 쓰였던 ‘낫과 망치’ 도안이 좋은 예다. 소련의 무력 탄압을 겪지 않았던 나라에선 별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소련군 탱크와 군홧발에 짓밟혔던 동유럽권 사람에겐 치가 떨리는 공포의 대상이다. 발트3국과 헝가리·폴란드에선 낫과 망치 사용이 불법인 이유다.

 피해자 아닌 가해자 입장에서 판단한다는 건 언어도단이다. 과거사를 모르는 일본인에게 욱일기는 그저 건강함의 표상일 수 있다. 반면에 어린 소녀들을 위안부로 끌고가고, 수십만 명을 학살했던 일본군의 상징으로 이 깃발을 목도한 한국인과 중국인에게는 피를 끓게 하는 대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욱일기가 상징하는 일본 군국주의에는 원죄가 있다. 19세기 말 일본은 신흥강국 독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많은 장교가 베를린으로 유학을 가서 독일식 전법을 익혔다. 이 무렵 프로이센은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지휘 아래 무력으로 통일 독일을 건설했다. 군대의 힘으로 전쟁을 통해 근대국가를 세워나가는 과정을 목격했던 거다. 여기에 감명받은 일본군 장교들은 평화주의자들을 속이고 일본을 전쟁의 나락으로 빠뜨렸다.

 대표적 사례가 청일전쟁과 만주사변이다. 1894년 일본 군부는 동학혁명이 일어나자 한반도에 대규모 병력을 보내길 원했다. 그러나 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일본 대사관을 지킬 정도면 족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일본 군부는 계략을 쓴다. 평상시 여단 병력은 2000명이나 전시에는 8000명으로 늘어난다는 걸 이용했다. 이토에겐 “조선에 1개 여단을 보내겠다”고 보고해 승인을 받는다. 그러곤 비상상황이란 핑계로 8000명을 보낸다. 만주사변은 아예 일본 군부가 전쟁을 일으키려고 꾸민 자작극이다. 1931년 관동군은 자기 관할하의 만주 철로를 자신들이 폭파하고도 중국 동북군의 소행으로 몰았다. 만주 침략은 이를 구실 삼은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최근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를 연상케 하는 전투훈련기에 탑승해 물의를 일으켰다. ‘731’이란 번호가 또렷하게 적힌 비행기를 타고도 “그 의미를 몰랐다”는 게 그의 변명이다. 알고 탔어도 문제지만 몰랐다면 더 큰 문제다. 일본 총리부터 역사의식이 없다는 얘기 아닌가. 왜 욱일기가 문제인지 한국인들부터 상세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일본의 보통사람들에게 정확한 반대 이유를 설명해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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