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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곳간 비어가는데 … 국회엔 큰돈 드는 법안 쏟아져

8일 발표된 세법 개정안에 대해 ‘중산층 지갑털기’란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국회에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사상 초유의 세수(稅收) 부족으로 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인데도 의원들은 연간 수백억, 많게는 조(兆)원대의 돈이 드는 법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법 후폭풍 속 의원들 선심 논란
19대 발의 법안에 들 돈 175조
올 전체 예산 342조의 절반 해당
재원 안 따지고 묻지마 발의 많아

 9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9대 국회 개원 이후 올 상반기(6월 말 기준)까지 발의된 법안 가운데 정부 예산이 소요되는 법률은 1700여 건에 달한다. 이 법안들이 모두 시행될 경우 연평균 약 175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나라 전체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예산정책처 법안비용추계과 관계자는 “6월 이후에도 돈 드는 법안이 많이 제출돼 8월 현재 기준으로 집계하면 재정수반법률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발의된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오제세 의원 대표 발의)은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영·유아 보육료의 국고 보조율을 ▶서울은 20%→50%로 ▶지방은 50%→80%로 올리 는 내용이다. 이걸 하려면 추가로 1조4996억원의 국비가 소요된다. 지역마다 법원을 설립하는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법 개정안’도 주민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청사를 신·증축해야 하는 만큼 연간 2556억원(김진표 의원안의 경우)이 든다.



 법안 중엔 정밀한 예산 설계나 지출 계획 없이 제출되는 것도 상당수 있어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이낙연 의원 등은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등의 비용을 현재는 해당 사업기관이 떠맡고 있지만 앞으론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케 해야 한다”며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국회 전문위원은 “지금도 매년 무임수송 비용이 3000억원이 넘고 있다”며 “개정안에 따를 경우 향후 5년간 최소 1조818조원에서 최대 2조1636억원의 추가재정이 필요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예 비용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제출된 법안도 많다. 국가산업단지 기반시설을 유지·보수·개량하는 ‘산업입지 및 개발법 개정안’, 도시철도 스크린도어를 국비로 지원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순이익을 농어업인에게 일부 돌려주는 법 등이 대표적이다.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 중 약 850건이 지출비용 내역 없이 발의됐다. 국회법(제79조2)엔 ▶예산을 수반하는 의안을 발의할 경우 예상 비용 추계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 다.



 호남 출신의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비용추계를) 제대로 하려면 보름 정도 걸리는데, 인력도 없고 국면별로 법안을 급하게 낼 때가 많아 그냥 안 붙이는 게 관행”이라면서 “법안 발의를 돈으로 하나, 아이디어로 하지…”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새누리당 의원은 “예산 절감도 중요하지만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사업을 안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쏟아지는 법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가뜩이나 복지 수요 증대와 각종 공약 이행으로 재정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주먹구구식, 선심성 법안으로 예산이 낭비되면 국가 재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이는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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