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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위장·과시·보온 … 깃털의 매혹적 진화

깃털: 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

소어 핸슨 지음

하윤숙 옮김, 에이도스

395쪽, 1만8000원




“6500만 년 전 지구의 육상세계를 지배하던 공룡들이 멸종했다”라고 어린이들은 생각한다. “절제하지 못하고 대책 없이 덩치만 키우던 공룡은 결국 멸종의 길을 걷고 말았다”라면서 경제평론가들은 재벌들의 문어발 행태를 비판한다. 한국 재벌들의 문어발식 경영은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재벌을 죄 없는 공룡에 빗대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공룡은 실패한 생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룡이야말로 생명의 위대한 성공담의 주인공이다. 공룡은 자그마치 1억 6000만 년 동안이나 육상을 지배했다. 아프리카를 탈출한 지 겨우 20만 년밖에 안 된 호모사피엔스가 공룡의 실패를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공룡은 사실 멸종하지도 않았다. 지구에는 지금도 자그마치 4000억 마리의 공룡이 살고 있다. 바로 ‘새’라는 이름으로.



 공룡과 새를 연결하는 실마리는 바로 새의 날개에 달린 깃털이다. 하지만 깃털의 용도는 비행이 전부가 아니다. 비행에 적응된 깃털 수는 겨우 수십 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깃털에는 다른 용도가 있다.



깃털은 동물의 진화와 행동에 관한 통찰을 준다. 뿐만 아니라 인류문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비상하려는 욕망의 비극적 결말을 그린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의 ‘이카로스의 탄식’(1898). [사진 에이도스]
 첫째는 위장이다. 진한 색과 얼룩 반점 무늬의 깃털이 많다는 것은 모든 새의 가장 성공적인 색상 계획이 바로 위장이라는 사실을 잘 입증한다.



 둘째는 과시다. 말레이제도에 사는 큰 극락조 수컷은 옆구리에서 길게 뻗어 나와 몸길이의 두 배가 넘는 수백 개의 겉깃털로 머리에서 꼬리까지 화려한 색상으로 치장했다. 이유는 한 가지. 암컷에게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새의 깃털로 모자와 옷을 장식했다. 덕분에 수백만 마리의 새들이 살해당했다. 한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타조 깃털은 금과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수출액이 많은 물품이었다.



 그러나 진짜 기능은 따로 있다. 보온이 바로 그것. 물새는 절대로 물에 젖지 않는다. 깃털 단장 기름을 바른 탓에 겉깃털 사이로 물이 새지 않기 때문이다. 새의 깃털 가운데 대부분은 솜깃털이다. 솜깃털은 피부 근처에서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 주머니를 수없이 품고 있어서 추운 날씨에도 견딜 수 있게 해준다. 덕분에 새들은 아무런 보호 장구를 갖추지 않고도 히말라야 산맥을 넘을 수 있다.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에서는 시조새 논란이 일면서 하마터면 생물 교과서에서 시조새가 제외될 뻔 했다. 다행히 시조새와 새가 수각류(獸脚類)라고 일컬어지는 육식공룡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이 과학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합의된 견해라는 사실이 인정돼 교과서에 겨우 살아남았다. 과학자들은 이 상황을 보고 ‘정말 국격 돋는다!’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을 날기 위해서 공룡에 깃털과 날개가 생긴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간의 모자 장식은 새의 과시용 깃털에서, 슬리핑백 속의 깃털은 새의 체온을 유지하는 솜털에서 기원했다. 하지만 깃으로 만든 펜에 조응하는 기능은 자연에서 찾을 수 없다. 이것은 깃털의 효용성이 애초 진화된 목적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것은 자연의 진화과정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다. 깃털과 날개가 처음부터 비행을 위해 존재한 것은 아니다. 깃털과 날개가 생겼고 이것이 나중에 비행에 사용된 것이다.



 새의 울음소리를 연구하던 미국의 생물학자 소어 핸슨은 오래 전부터 깃털의 세세한 이야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깃털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문화적인 용도뿐만 아니라 깃털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왜 진화했는지를 추적했다. 이를 위해 깃털 진화의 대가인 리처드 프룸이나 새는 공룡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밴드(BAND·Birds Are Not Dinosaurs) 그룹의 앨던 페두차 그리고 고생물학계의 새로운 거두인 베이징 대학교의 쉬싱(徐星)과 인터뷰하고 마치 독자들이 그들과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대화를 소개한다.



 이 책은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지만, 현장생물학자들의 생생한 체험이 녹아있어 재미있게 읽힌다. 그리고 저자가 지지하지 않는 이론도 자세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친근하게 소개하고 있다. 독자들은 과학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백 가지도 넘는 새의 이름의 나오며, 이 중에는 우리나라 이름이 없는 새들도 많다. 일일이 이름을 찾고 또는 이름을 지어준 번역자 하윤숙의 성실함에 경의를 표한다.



 공룡은 새로 남아있다. 가장 강력한 증거는 깃털이다. 깃털을 쓰다듬으면서 공룡이 새로 진화하는 과정을 느껴보면 어떨까. 그런데 우리의 아이들이 가장 친숙한 새인 닭의 깃털을 만져볼 기회조차 없다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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