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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8일 만난 장하준 교수는 “기본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말이 안 된다. 누진세를 원칙으로 온 국민이 더 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세금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세금을 늘리지 않고 복지 수준을 높일 수 있을까.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크게 이슈가 된 경제민주화 논쟁에 이어 우리 사회에 다시 증세 논쟁이 일고 있다. 마침 1년 만에 한국을 찾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50·경제학) 교수를 8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복지국가라고 줄곧 주창해 왔다.



"증세 없이 복지 못 늘려 … 세금은 태워버리는 돈 아니라 내 연금이고 병원이다"

 세금 문제와 관련해 장 교수는 “어느 정도의 복지를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말이 안 된다. 누진세를 원칙으로 하여 온 국민이 다 더 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8일 발표된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선 “아직 개편안의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해 구체적으로 코멘트하기 어렵다”며 “세금은 걷는 것 못지않게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한데 그런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사다리 걷어차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의 저서로 국내에 적지 않은 독서팬을 확보하고 있는 장 교수는 올 4월 세계적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영국 월간지 ‘프로스펙트’가 조사한 ‘올해의 세계 사상가 65인’ 가운데 18위에 올랐다. 한국인으로 유일할 뿐만 아니라 1위를 차지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를 비롯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 인도 출신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 등 명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1만 명 이상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를 집계했다고 한다.



 사상가로 번역된 영어 ‘싱커(thinker)’에 대해 그는 “사상가라고 번역하니 거창해 보이는데 꼭 그런 의미는 아니다”며 “영어권에서 ‘thinker’라고 하면 그냥 기존의 것을 받아들이기보다 자꾸 의문도 제기하고 돌려서도 보고 그런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의 어떤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일까. 국제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을 ‘항상 욕먹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역설적이다. “나는 항상 여기저기서 욕먹는 사람이다. 우파 시각에서 보면 좌파 같아 보이고, 좌파 시각에선 우파 같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역시 좌우 양쪽 진영을 비판한다. 하나의 정파적 이론이나 낡은 이데올로기를 절대화하는 자세가 장 교수의 공격 대상이다. 경제민주화냐 경제활성화냐, 분배냐 성장이냐 등으로 나눠 어느 것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고 보는 ‘이분법의 덫’을 그는 경계한다.



 - 새로운 ‘경제원론’을 집필한다고 들었다.



 “경제원론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다. 영국 펭귄출판사에서 의뢰가 왔다. 1930년대에 시작돼 80년대까지 유행했던 ‘펠리컨 페이퍼백’ 시리즈를 부활시키는 기획의 하나다. 거의 1년 반 동안 작업을 해 80% 정도 끝났다. 내년 5월 출간 예정이다.”



 -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는 일반인 대상 경제 입문서는 어떤 게 있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괴짜 경제학』 같은 책을 보면, 소위 경제학적 사고를 적용해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길러주지만, 정작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경제 문제에 대해선 거의 얘기하지 않는다. 책이 문제라기보다 경제학의 흐름이 그런 식으로 전개돼 왔다. 또 경제 입문서는 대개 특정 학파 이론을 단순화해 쉽게 설명하는 차원에서 끝나는 게 많다.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시각을 길러줄 수 있는 책이 의외로 많지 않다.”



 - 장하준식 ‘경제 입문서’의 특징이라면.



 “경제학 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다. 경제학파만 해도 중요한 것만 9개 정도가 된다. 이론마다 장단점이 있다. 항상 맞는 이론은 없고, 나름대로 중점을 두는 게 다르다. 예를 들어 케인스학파는 거시현상, 즉 고용·실업·인플레는 잘 설명하지만 미시적 얘기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한다. 신고전파는 정교하게 이론을 전개하는 장점은 있지만 그러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가정을 한다. 어떤 학파의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것인지 판단하려면 그 이론이 나온 역사적·제도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 한 학파의 이론만 절대화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어떤 이론이 탄생하고 적용되는 맥락을 알지 못하면 한쪽 시각에서만 보게 된다. 좋은 예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가 자유무역을 하고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니까 자유시장경제 이론에서 모범생으로 생각하는데, 또 다른 면으로 보면 그 나라 토지가 국유화돼 있고, 85% 주택을 정부가 보유한 주택공사가 공급하며,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 식으로 보면 사회주의적인 나라다. 어떤 이론에 현실을 두드려 맞추지 마라, 그런 얘기를 학생들에게 많이 한다.”



 - 그 밖에 기존의 입문서가 소홀히 하는 점이 있다면.



 “생산의 문제, 노동의 문제가 별로 얘기가 안 되고 있다. 기존 신고전파에서 노동은 비효용이다. 노동은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노동의 질, 직업의 안정성 같은 것들이 우리의 복지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난데, 어떤 경제가 잘되나 얘기할 때 그것은 무시하고 소득이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 그것만 본다. 물론 소득이 중요하다. 하지만 같이 봐야 하는데 그게 간과되고 있다. 내가 쓰는 입문서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현실경제에 대한 감을 전달하는 것이다.”



 - 좀 더 현실적인 질문을 하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혼돈이 계속되는데, 한국경제를 비롯해 언제쯤 경기가 회복될까.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1인당 소득 기준으로 보면 2012년 말 OECD 34개 회원국 중 22개국이 아직 2007년 소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일본의 90년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도 해마다 평균 1%씩은 성장했다. 그래서 2000년대에 가면 소득이 90년대에 비해 10% 높았다. 그런데 2007년, 2008년 기준보다 소득이 낮으니 다시 올라가더라도 일본처럼 10%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미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 선진국 경제가 침체한 가운데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상당히 성장해 온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시장이 급격히 감속하고 있다. 신흥시장의 세계경제 비중이 15%로 상대적으로 작긴 하지만 급격한 감속이 어떤 식으로 파급될지 봐야 한다. 또 유로권 위기를 억지로 눌러놓고 있는데, 언제 터질지 모른다. 그리스 같은 경우 최근 영국 신문 기사를 보니까 가난한 동네는 90%가 먹을 게 없어서 자선단체에서 나눠주는 급식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영국이나 미국 내부의 회복에도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 양적완화라고 해서 돈을 엄청나게 풀다 보니까 그게 자산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주가가 대부분 선진국에서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거나 거의 육박했다. 경제 펀더멘털은 그때에 비해 엄청나게 취약해져 있는데도 주가는 비슷하다. 이게 상당 부분이 거품이다. 양적완화를 계속할 수 없으니까 지금 올가을이나 내년 봄이나 그만둔다는 얘기도 흘리고 그러는데, 돈줄이 끊기면 주식시장의 폭락이 올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경기를 후퇴시킬 수 있다. 너무나 불안요소가 많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막연하게 이제 좋아진다고 못한다.”



 - 한국에서 지난 대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민주화였다. 요즘에는 경제민주화보다 경제활성화가 더 필요하지 않냐 이런 주장도 나온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한다. 개념을 좀 더 정확히 사용했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라고 하면 핵심이 소액주주권 강화를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민주화와는 관계가 없다. 또 하도급 업체를 착취하는 문제도 기업 간 얘기지 민주화와는 관계가 없다. 나는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영국 월간지 ‘프로스펙트’가 올해 4월 조사한 ‘올해의 세계 사상가 65인’ 가운데 18위에 오른 장하준 교수.


 - 경제민주화를 하지 말자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용어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경제적 약자의 보호, 대기업 강자의 횡포 방지가 필요하다. 일단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문제는 있지만 받아들이고 얘기하면, 경제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경제민주화는 경제활성화에 나쁘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나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건, 경제적 약자 보호건, 상생,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지 이런 것들이 디자인이 잘되면 도리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대기업 횡포를 방지하는 것이 대기업을 위축시킬 수 있지만 그게 잘되고 우리나라에서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잘 클 수 있다면 경제성장에 장기적으로 좋은 것이다. 나는 보편적 복지국가가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본다. 복지 지출을 잘하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 고령화 진전, 이런 것들이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는데, 그것을 풀기 위해 필요한 게 육아시설이나 교육개혁이다. 맘 놓고 애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GDP 대비 복지지출이 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낮다. 직장이 불안하니까 의사나 변호사 같은 안정적 직장만 찾아서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몰려간다. 물론 그런 직업도 중요하지만, 이과 상위권 80%가 의대에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능의 잘못된 분배다. 뭘 하다가 실패해도 굶어죽진 않는다고 보장해 주면 젊은이들이 더 진취적으로 직업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런 게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도 옛날엔 개천에서 용 난다고 했지만 요즘은 개천에서 용 안 난다고 한다. 우리 사회도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 것을 풀기 위해서도 복지국가를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 그것을 자꾸 이분법적으로 놓고 생각하며 경제도 잘 안 되는데 왜 복지지출을 늘리느냐고 하는데, 근시안적 생각이다.”



 - 한국 사회에 조세 논쟁이 다시 전개되는데,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가.



 “어느 정도의 복지를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복지를 조금 더 늘리는 것은 증세 없이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복지지출이 10%가 채 안 된다. OECD 평균이 20% 수준이고, 핀란드·스웨덴· 프랑스·덴마크 이런 나라는 30%가 넘는다. 상대적으로 선진국 중에 복지수준이 낮다고 하는 미국도 19~20%다. 우리가 미국만큼의 복지국가를 만들려고 해도 GDP 대비 두 배를 더 써야 한다. 미국도 공공복지 지출이 20%라는 것이지 민간 복지지출까지 합치면 30% 정도다. 우리는 개인이 하는 복지지출을 합쳐도 11~12%밖에 안 된다. 앞으로 우리가 선진국이 되고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복지지출이 두 배는 돼야 한다. 그중 일부는 다른 데 쓰는 예산을 줄이거나 효율성을 높여서 어느 정도 조달이 되겠지만 그래 봐야 10~20%밖에 안 된다. 세금은 적어도 두 배 가까이 늘려야 하고, 만일 스웨덴·핀란드 식으로 하려면 세 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 증세 없이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복지를 요즘 유행하는 ‘공동구매’로 생각하면 된다. 어차피 개개인이 노후·질병·교육을 위해서 개인보험도 들고 저축도 하는 것인데 그것을 다 같이 해서 더 싸게 보험을 구입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다.”



 - 복지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어떻게 조세정책을 펼쳐야 효율적일까.



 “일단 다 같이 더 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누진세 원칙을 적용해 많이 벌면 상대적으로 많이 내고, 적게 벌면 상대적으로 적게 내야 한다. 유럽 복지국가를 보면 간접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는 부가세가 10%인데 유럽 국가들은 보통 17~18%에서 20%까지 한다. 덴마크는 부가세가 22.5%다. 고소득층 소득세만 더 걷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더 내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세금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세금은 정부가 거둬 어디다 태워버리는 돈으로 생각하니까 아까워하는데, 그게 내 연금이고, 그게 내 의료보험이고, 병원이고, 그게 학교고, 그게 고속도로라고 생각하면 그냥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옮겨서 쓰는 돈이지 없어지는 돈이 아니다. 조세부담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흔히 세금은 낮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세금이 낮으면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그것 때문에 경제가 더 안 된다. 예컨대 자메이카는 최고 소득세율이 5%다. 알바니아는 법인세 최고 세율이 10%다. 그런데도 미국이나 독일 기업이 자메이카나 알바니아로 왜 안 갈까. 그 나라로 가면 세금은 적은 대신 공공서비스가 엉망이다. 길도 안 좋지, 교육도 안 되니까 노동자의 질은 낮고, 공무원도 무능한 사람들만 앉아 있고. 따져볼 것은 세금을 거둬서 얼마나 잘 쓰느냐 하는 것이다.”



 - 지난해 삼성 사장단 모임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진보진영에서 비판받지 않았나.



 “나는 항상 여기저기서 욕먹는 사람이다. 우파 시각에서 보면 좌파 같아 보이고, 좌파 시각에선 우파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심각하게 쓴 글은 없었지만 트위터 같은 데서 이런저런 소리가 있었던 걸로 안다. 그런 거 신경 쓰면 지금까지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나치주의자만 아니면 어디서든 강연한다. 런던 증권거래소에서도 강연했고, 그 앞에서 텐트 치고 있는 ‘오큐파이(Occupy: 점령하라)’ 시위단체에서도 강연했다.”



 - 장 교수가 소액주주운동에 반대하는 것을 놓고 ‘재벌 옹호’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재벌 옹호라고 하면 어폐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재벌의 문제가 많다고 해서 그것을 주주 자본주의 시각으로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 삼성·현대 등 대기업과 외국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전개되는 싸움이란 걸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봤을 때 재벌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냥 주주 자본주의 논리를 철저히 관철해 ‘당신들은 지분율 3%밖에 안 갖고 있으면서 기업을 좌지우지하느냐, 다 내놔라’라고 하면 결국 우리나라 국민에게 좋지 않다. 재벌이란 존재 자체가 예뻐서도 아니고 삼성·현대가 잘나서도 아니다. 주주 자본주의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줄줄이 망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주주 배당률에만 신경 쓰고 투자를 하지 않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 장 교수는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고 노동권 강화도 얘기한다. 노동권과 경영권을 어떻게 동시에 강화하나.



 “시각의 문제인데, 주주 자본주의 시각에서 보면 기업은 주주의 소유물이고 주주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기업의 의무다. 나는 그게 아니라 대한민국 공간 안에 사는 대다수의 국민이 어떻게 하면 잘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잘산다는 의미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기업들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계속 생산성을 올려서 이윤을 높이고, 그 이윤을 다시 투자하고, 일부는 사회공헌하고 하는 것이다. 또 자기들이 고용하고 있는 사람, 자기들과 함께하는 하청업체 사람들이 업그레이드된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조건을 안정시켜 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보통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직장의 안정이지 월급 얼마 더 받는 것이 아니다. 고용하는 사람들을 안정시켜 주고 하청기업도 상생으로 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취지는 좋은 것 같다. 기술혁신을 통해 도약해야 할 단계가 왔으니까. 그것을 꼭 창조경제라고 표현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당장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쉬운 것은 창조가 그냥 첨단에서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래서 신기술·벤처기업 이런 것을 강조하는데 창조성이라는 게 개인이나 사회나 기초가 튼튼해야 나온다. 뉴턴의 유명한 말이 있다. ‘내가 남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나와서 세계를 휩쓴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 조앤 롤링이란 작가가 엄청나게 공부를 많이 한 게 보인다. 그리스 신화, 로마 신화, 라틴어, 옛날 영국 민화, 학자적으로 한 것은 아니겠지만 엄청나게 많은 것을 흡수하고 그 바탕 위에서 썼다. 그런 식으로 창조경제 얘기를 할 때도 벤처기업이 중요하고 최첨단 기술이 중요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 노동자,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중요하다. 예컨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북부, 이런 곳을 가보면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중소기업들이 자기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하며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 나라의 경제가 휘청거리지 않는 게 기초가 튼튼해서 그렇다. 그 속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일본 자동차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이긴 이유가 뭔가. 도요타 생산방식이라고 해서 말단 노동자까지 혁신과정에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작은 혁신이 쌓여 제품의 질이 높아지고 계속 진보를 한다. 온 사회 전체가 혁신과 창조를 할 수 있는가 그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 박근혜정부에서 경제부총리나 한국은행 총재직 제안이 온다면.



 “그런 공직을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연구하고 책 보고, 남들이 시간 없어서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흔히 안 듣는 얘기 해주고 그런 게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더 도움이 되고 세계를 위해서도 공헌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 올해 4월 영국의 한 월간지 조사에서 ‘올해의 세계 사상가 65인’에 포함됐다.



 “인터넷에서 투표한 거니까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남들이 잘 안 하는 얘기를 하는 게 인정받은 것으로 본다. 경제학이 테크니컬해져서 정교한 이론을 중시하다 보니까 큰 그림을 얘기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 영어로는 ‘싱커(thinker)’라고 한 것을 우리말로 사상가라고 번역하니 거창하게 보이는데 꼭 그런 의미는 아니다. ‘thinker’라고 하면 그냥 기존의 것을 받아들이기보다 자꾸 의문도 제기하고 돌려서도 보고 그런 의미가 강하다.”



글=배영대·주정완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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