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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중국의 경제개혁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경제개혁은 경제주체 간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화와 개방은 자원의 가격과 배분에 대한 권한을 정부로부터 시장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은 그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정부 내에서 강한 저항을 받게 된다. 경제개혁을 말할 때 자주 시장개혁을 거론하나 기실 가장 중요한 개혁의 대상은 정부인 경우가 많다. 정부의 조직과 권력구조, 일하는 방식, 정부와 기업·금융기관과의 관계를 바꾸지 않고서는 실질적 자유화의 진전과 자원배분의 효율화를 기하기 어렵다. 오히려 자유화가 자원배분을 더 왜곡시켜 경제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기업·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명시적, 혹은 묵시적 보증이 있는 한 시장은 상대가격이 변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사익을 추구하고 차입과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국가와 납세자의 주머니로 전가하려는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중국의 새 지도부는 10월에 시작되는 당대회에서 경제개혁 조치를 발표하게 될 것이다. 지금 중국 정부의 실무진은 이러한 개혁안을 준비하는 데 분주하다. 얼마나 중요한 개혁조치들이 실제로 채택될지는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비롯한 새 지도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여러 면에서 지금 중국의 경제상황은 1990년대 초반 한국의 상황과 유사하다. 저축동원과 투자확대에 의존한 성장모델은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높은 투자율은 지속되고 있으나 성장률은 떨어지고 있다. 국유기업과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방만한 투자가 지속되고 과잉설비가 쌓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경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경제적 증세의 핵심적 요인은 단순히 경제정책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국가 지배구조와 정부의 운영방식에 있다. 국가가 금융기관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감독자이고, 대기업의 소유주면서 동시에 경쟁을 촉진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감독과 시장규율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화 폭을 넓힌다고 해서 자원배분의 왜곡을 다스리기는 어렵다. 도산 위험이 없는 국유기업과 지방정부의 투자 리스크가 금리와 대출결정에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고 금융 자유화는 오히려 이들의 방만한 투자확대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경제개혁은 정부 주도의 자원배분으로부터 시장 내부의 규율에 의해 이를 주도해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시장은 자율규제 기능에 있어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소유구조에 따른 도덕적 해이가 시스템 전반에 깊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민영화하는 일은 사회주의 체제와 국가 지배구조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금융에 대한 직접규제를 지속할 수도 없다. 이미 ‘그림자금융’과 같이 규제를 회피하는 금융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정부가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수년 새 이들의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40%에 이르도록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 개혁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란 모호한 체제를 표방하며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체제의 근간을 흔들지는 않으면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놀랄 만한 경제적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체제를 손대지 않으면 안 되는 선택에 직면해 있다. 민영화를 이루지 않고는 더 이상 경제 효율성을 높일 수 없다. 그러나 이는 공산당의 권력기반을 통째로 흔들게 되는 일이다.



 개혁에 대한 국내외로부터의 압력은 점점 강해지고 새 지도부도 개혁을 지향하고 있다. 퇴로는 이미 차단되어 있으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공산당 지배 엘리트들은 그들의 권력기반을 지키기 위해 개혁에 강하게 저항하게 될 것이다. 한국·일본 모두 경제 자유화와 개방 과정에서 위기를 맡게 된 것은 정부 주도 경제발전 과정에서 고착화된 정부·기업·금융기관의 유착관계를 적시에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들에 암묵적 보증을 제공하고, 유착관계에 의한 감독의 실패가 시스템 위기가 자라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이 관계는 직접소유와 국가 지배체제로 고착화돼 있다.



 경제 자유화와 정치 자유화의 궤도는 일시적 괴리를 보일 수 있으나 영구적 괴리를 가질 수는 없다. 이는 역사가 말해주는 바다. 이미 중국의 경제 자유화는 정치 자유화를 훨씬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새 지도부가 얼마만큼 개혁을 끌어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추세는 올해 말 이후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는 동아시아의 정치·경제 지평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오게 될 것이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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