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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닦는 게 취미 … 셀프세차족 10만 시대

인터넷 셀프세차 동호회원들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산의 한 셀프세차장에서 차량용 샴푸를 발라 세차하고 있다. 이들은 차량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손걸레 대신 부드러운 양털 미트를 사용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달 29일 오후 8시 경북 경산시 한 셀프세차장.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가 밤까지 이어진 가운데 20∼30대 직장인 10여 명이 세차를 하고 있었다. 땀으로 셔츠까지 젖었지만 개의치 않는 듯했다. 붓으로 휠 주변을 닦고 면봉을 꺼내 차량 틈새를 깨끗이 청소했다. 개조한 분무기인 폼건(Foam Gun)에 샴푸를 담아 뿌렸다.

‘등산용 헤드랜턴’을 차에 비춰 가며 덜 닦인 곳을 살폈다. 세차장 한편에선 김모(31)씨가 맨손에 왁스를 발라 차량 곳곳에 칠했다. 김씨는 “얼굴에 영양크림을 바르듯 차도 손으로 부드럽게 발라 줘야 더 광이 난다”며 “단순히 물을 뿌리고 비눗물로 닦는 일반 세차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젊은 층 사이에 디테일링(Detailing) 방식의 셀프세차 열풍이 불고 있다. 구석구석 정교하게 닦아 ‘디테일링’이라 부르는 셀프세차는 취미생활로 자리 잡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셀프세차족 카페(퍼펙트샤인) 회원 수는 현재 6만1000여 명이다. 거의 대부분 디테일링 셀프세차족이다. 카페회원 강모(38·대구시 달서구)씨는 “카페에 가입하지 않은 세차모임이 전국 곳곳에 있기 때문에 실제 세차족은 1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에는 세차 정보가 가득하다. 타이어를 반짝이게 하는 광택제 제조법과 국내외 왁스 할인정보 등을 안내한다. 정교하게 세차하는 법과 흠집 내지 않는 수건 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전국의 셀프세차장도 3000여 곳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테일링 셀프세차족은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한번 세차를 할 때 10시간 이상 차를 닦기도 하고, 비가 웬만큼 와도 세차를 한다고 한다. 또 일주일에 4일은 차를 닦는 등 매니어적 성향을 보인다. 대구시내 한 셀프세차장 주인 김모(37)씨는 “날씨나 차의 상태와 상관없이 아침에 2시간 정도 세차하고 퇴근 후 다시 광택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 세차족은 수백만원 이상의 용품을 쓴다. 셀프세차 매니어 최모(34)씨는 “1000만원짜리 왁스를 차에 바르며 전기 광택기(폴리셔), 수입 샴푸 등 고급 세차용품을 사용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디테일링 세차에 푹 빠지는 것을 여성이 성형수술을 하거나 명품 가방을 사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세차족들은 “차의 반짝거림과 깨끗함을 통해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고 주변에서 ‘깨끗하다’고 말해 주면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세차를 취미로 삼은 이진형(25·부산 금정구)씨는 “디테일링 세차족이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골프 등 다른 취미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디테일링 세차족 증가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도심 주택가 곳곳에 셀프세차장이 들어서면서 소음 관련 민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늦은 밤 셀프세차로 인한 소음 민원이 40여 건이었다. ‘진공건’으로 공기를 뿜어 차에 붙은 먼지를 제거할 때에 특히 소음이 심하다. 세차가 새벽까지 지속될 때는 말소리도 귀에 거슬린다고 호소하는 주민들이 있다. 세차족 카페 회원들은 “민원 발생을 의식해 늦은 밤에는 가급적 세차를 자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디테일링(Detailing)=세부적이고 상세하다는 뜻을 가진 ‘Detail’에서 따온 전문적인 셀프세차 방식이다. 자동차 부위별로 적합한 세차용품을 정해 차를 닦는다. 국내는 물론 미국·영국 등에서 ‘디테일링’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취미로 즐기는 이들을 ‘Detailer’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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