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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봄날

봄날 - 이문재(1959~ )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 찰칵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 것이다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 나간다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 이른 저녁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 도로, 행인, 꽃, 나무 등이 걸어오는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보았나. 사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것(사람/사물)들에 참으로 무관심하다. 계절이 바뀌면 목련이 만발하고 철쭉이 구석구석 붉은 물감을 풀어놓는 캠퍼스를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면서도, 목련이 피었는지 아니면 핀 게 개나리인지, 붉은 것이 철쭉인지 진달래인지 도통 관심을 갖지 못한다. 주위를 둘러보는 일에 게을렀기 때문이다. 해가 지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시계가 울리지 않았더라면, 달력이 없었더라면, 필경 영원한 미아가 되었을 것이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도록 짜인 스케줄에 허덕이며 살아갈 수만은 없다. 바쁜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지금의 세상에도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언어, 다른 풍경, 다른 사유가 있다. 오늘 저녁은 걸어서 중국집엘 가고, 짜장면 그릇을 천천히 비우고, 산책을 하고, 귀퉁이 벤치에 잠시 몸을 내려놓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아야겠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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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