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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진화는 이기주의를 처벌한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이기주의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승리를 거두지만 이 같은 승리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진화는 이기적인 개인이나 집단을 처벌한다는 것이다. 지난 1일 미국 미시간 주립대 연구팀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이 논문은 지난해 4월 발표돼 게임이론 분야를 뒤흔들었던 ‘제로 결정인자(zero-determinant)’ 전략의 지속가능성을 검토한 것이다. “비열하고 이기적인(mean and selfish)” 이 전략은 상대방과 협동하는 전략에 비해 유리한 결과를 낸다는 사실이 수학적으로 확인됐다.

이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게임은 공범 2명이 각기 독방에서 심문을 받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나는 자백(배신)하고 상대는 묵비권을 행사(협동)하면 상대는 6개월 징역을 살고 나는 풀려난다. 둘 다 자백하면 함께 3개월 형을 산다. 둘 다 침묵하면 1개월 형을 받는다. 이 게임을 여러 차례 되풀이할 때 어떤 전략이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는가. ‘제로 결정인자’ 전략은 자신과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모든 상대방에게 최악의 결과를 안겨주는 것을 보장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시간대 연구팀은 이 전략이 본질적으로 협동을 없애버리며 이기적 개체로만 가득 찬 세상을 만들어낼 것인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고성능 컴퓨터로 수십만 건의 게임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문제의 전략은 진화의 산물일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상대방도 동일한 전략으로 나올 경우 결과가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전략이 침투해 대세를 장악할 여지가 남는다.

이 전략은 상대방이 자신과 같은 전략을 쓰는지 그러지 않는지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처할 때만 제대로 작동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승리를 해나간다면 세상에는 오직 ‘제로 결정인자’ 전략가들만 남게 될 것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해를 끼치다 멸종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이들 역시 서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연구팀은 “진화는 이기적이고 비열한 자들을 처벌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기적 개체는 짧은 기간 특정 그룹을 상대로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이기주의는 진화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게임 전략에 대한 기존 연구의 한계는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소통은 협력의 핵심적 전제”라고 말했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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