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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차유람, 흑거미 자넷 리, 스리쿠션 김경률 …

차유람
“다른 선수들은 크게 의식하지 않아요. 당구는 기본적으로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연습실에서 만난 ‘당구 여신’ 차유람(27)의 말이다. 차유람은 지난 7월 초 인천 실내·무도 아시안게임 여자 포켓볼 9볼, 10볼 경기를 제패해 2관왕이 됐다. 이어 7월 21일 열린 2013 수원컵 전국 포켓볼 당구대회에서 라이벌인 김가영(30)을 예선에서 꺾고 우승하며 국내 랭킹 1위에 올랐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 탈락 이후 실력에 비해 외모가 부각되면서 가졌던 마음고생도 어느 정도 털어냈다. 차유람은 숨 돌릴 틈도 없이 9일 중국 선양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매일 오후 연습실을 찾아 6시간씩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다.

대회를 준비하는 각오는 담담했다. 차유람은 “경기가 진행될 때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한데 그걸 이겨냈을 때 얻는 성취감은 훨씬 큽니다. 우승이냐 아니냐 하는 최종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요. 1회전에 탈락할지언정 그때까지의 과정에 만족할 수 있으면 괜찮아요.”

차유람은 김가영과 함께 국내 여자 당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다. 당구는 몰라도 그의 이름과 얼굴을 아는 이가 많은 인기인이기도 하다. 정작 본인은 연예인보다는 운동 선수로 여겨지기를 원한다. 그것도 ‘완벽한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다.

“실력만이 아니고, 인성이랄까 남에 대한 배려 모든 면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를 보고 당구선수의 꿈을 갖는 후배들에게 모든 면에서 완벽한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편안한 차림의 차유람은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푼 뒤 실전 훈련에 들어갔다. 실전 훈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경기에서 부딪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재연해 퍼즐을 풀어내듯 반복 연습한다는 게 그의 코치 이장수(57) 전 국가대표 감독의 귀띔이다.

김가영
차유람 이전에도 한국 당구의 이미지를 가꿔 온 스타 플레이어들이 적지 않다. 차유람과 오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온 김가영이 대표적이다. 2006년과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 잇따라 은메달을 땄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10볼 금메달 등 국제대회에서도 강하다. 국내 대회에서는 최근까지 차유람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왔다.

남자부에도 여러 선구자가 있다. 고(故) 이상천 선수가 대표적이다. 스리쿠션 선수로 프로 당구 본고장인 미국에 자리를 잡았던 그는 1990년 미국 선수권을 제패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구는 최고 권위의 세계선수권 외에 매년 세계를 돌며 진행하는 월드컵이 핵심 이벤트다. 이상천은 91년 베를린 월드컵 등 90년대에 4차례나 월드컵을 제패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대표로 은메달을 땄다. 2004년에는 당구연맹 회장에까지 올랐랐으나 같은 해 지병인 위암으로 별세했다.

김경률
현역 중에선 김경률(33)이 세계적인 스타다. 2003년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 바로 국내 대회를 휩쓸기 시작한 김경률은 2010년 터키 월드컵 우승 등 스리쿠션 게임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당구 스타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90년대 중반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국계 미국인 자넷 리(42)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한국에선 포켓볼이라는 새로운 당구 게임이 막 주목을 받던 때였다. 94년 크게 히트한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에서 서울 강남의 포켓볼 클럽이 신세대 문화의 상징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93년 미국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자넷 리는 94년, 95년 여자 프로당구 세계 랭킹 1위를 지켰고 초청 대회 등의 일정으로 한국에도 자주 왔다. 검은색 옷을 좋아해 얻은 ‘흑거미’라는 별명과 빼어난 외모실력으로 단숨에 인기인이 됐다. 자넷 리 덕분에 90년대 중반 포켓볼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스포츠로서의 당구에 대한 인식도 확산됐다.

자넷 리
하지만 대중적 인기로 당구 저변을 확대해 온 엘리트 선수들의 형편은 최근 크게 나빠졌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서 당구가 빠지면서다. 대신 실내·무도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옮겼지만, 여름·겨울 대회와는 달리 좋은 성적을 거둬도 연금 등 혜택은 거의 없다.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어린 선수들의 육성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당장 국내 최고의 선수인 차유람·김가영·김경률 같은 이들도 좋은 환경의 전용 연습장이 없어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형편이다.

2010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고, 8월부터 대한당구연맹 전무이사로 일할 예정인 이장수 감독은 “국내 프로당구 시장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 대회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미흡해 침체가 우려된다. 비인기 종목의 비애다.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건전 스포츠이자 레저로서의 위상을 생각할 때 스포츠 정책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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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