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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 황제, 200점 실력 … 금 장식한 400만~500만원 큐도

●당구 당구(撞球)의 뿌리는 깊다. 막대기로 공을 친다는 의미라면 역사를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기원전 400년께 그리스에서 둥근 돌을 나무 봉으로 쳐 원추형 목표 지점에 맞히는 경기가 당구의 기원이라는 설이 있다. 마당에서 하던 크리켓이 실내 테이블 위로 옮겨진 것은 15세기 말 프랑스 루이 11세 때부터다. 루이 14세 시절 프랑스 상류 사회에 널리 유행한 당구는 이후 유럽 각국으로 퍼지면서 오늘날의 형태를 갖췄다. 용어도 프랑스어에서 온 게 많다. 빌리어드(billiard)라는 말 자체가 프랑스어 billette(막대기) 또는 bille(공)에서 유래했다. 네덜란드를 거쳐 1870년 일본에 소개된 당구는 19세기 말 조선에도 전파됐다. 순종 황제는 옥돌로 만든 4구(四球) 당구대 2대를 설치하고 게임을 즐겼다. 전해지는 순종의 당구 실력은 요즘 4구 기준으로 200점이었다고 한다. 당구 게임의 종류는 크게 홀(포켓)이 없는 캐럼(carom·스리쿠션과 4구)과 포켓볼(pool)로 나뉜다. 영국에서 주로 치는 스누커와 영국 당구(English billiard)는 모두 포켓이 있는 형식이다.

●4구 4050 이상 세대에게 당구 하면 빨간 공 2개와 흰 공(또는 흰 공, 노란 공) 2개로 하는 4구를 뜻했다. 하지만 4구는 수많은 당구 게임 중 한국과 일본, 체코 등 유럽 일부 지역에서만 행해진다. 일본의 요쓰다마(四つ球)에서 온 것은 분명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포켓볼과 스리쿠션에 밀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4구 규칙은 일본 것보다 더 복잡하다. 특히 상대방의 수구(큐 볼)를 건드리면 핸디캡(쳐야 할 점수)이 올라가는 계산 방식은 온전히 한국식이다. 대한당구연맹 나근주 과장은 “자신의 실수가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을 뿐 아니라 도박성도 강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정식 스리쿠션과 포켓볼에 차츰 자리를 내주는 추세다.

●큐 당구는 긴 나무 막대인 큐(cue stick)로 공을 친다. 큐는 전통적으로 단풍나무 등 딱딱한 목재를 썼지만 요즘의 고급 제품은 탄소섬유(그라파이트)를 쓰기도 한다. 앞쪽 끝에는 상아나 플라스틱 재질의 페럴(ferrule)을 붙이고, 공과 닿는 부분에는 소·돼지 가죽 재질의 팁을 씌운다. 길이 1m37~1m47㎝, 무게 450~650g 사이가 보통이지만 당구 게임의 종류에 따라 제각각 특징이 있다. 선수들은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게 맞춤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값싼 초보자용은 20만원 선이지만 금이나 자개로 장식한 이탈리아제 롱고니 브랜드의 큐는 400만~500만원까지 한다. 국내 기업인 한밭큐는 여러 겹의 나무를 이어 붙인 특허 기법을 쓴 고급 제품을 만든다. 국내외 프로 선수들의 입소문을 타고 수년 전부터는 해외에도 많이 수출하고 있다.

●초크 당구 하면 파란색 초크(chalk) 가루가 떠오른다. 사소해 보이지만 초크는 당구의 역사를 뒤바꾼 발명 중 하나다. 19세기 초 영국의 잭 카가 초크를, 프랑스에서는 큐 끝에 가죽 성분의 팁을 고안했다. 탄산칼슘에 염료를 섞어 말린 현대적 초크는 1897년 영국인 윌리엄 스핑크스가 발명했다. 이 발명이 중요한 것은, 초크 덕분에 공에 자유자재로 회전을 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회전을 이용한 다양한 기술과 전략 구사가 가능해 지면서 당구는 게임으로서도, 스포츠로서도 더 인기가 높아지게 됐다.

●당구대 당구대는 크기가 다양하다. 포켓볼대의 사이즈(254x127㎝)가 가장 작다. 정식 스리쿠션 당구대(284x142㎝)는 한결 크다. 훨씬 큰 스누커 당구대(350x175㎝)는 국내에서 흔히 보기 어렵다. 국내에 널리 보급된 4구는 스리쿠션용이 아닌 포켓볼 사이즈의 테이블에서 친다. 둘을 구별하기 위해 스리쿠션용 사이즈를 대대(大臺), 4구용 또는 포켓볼 사이즈를 중대(中臺)라고 부른다. 국내 당구장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중대 사이즈가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정식 스리쿠션이 보급되면서 차츰 대대 사이즈가 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국내 당구대 20여만 대 중 중대(포켓볼 포함)와 대대 비율은 6대4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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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