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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수요 부족의 시대

우리나라 2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1% 성장하면서 9분기 만에 0%대의 성장률을 벗어났다. 1분기 0.8% 성장에 이어 2분기 1.1% 성장을 함으로써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경기 순환적인 움직임 이외에 추세적인 변화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향후 지속적으로 국내 수요가 부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와 소비 수요 차원에서 우리나라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소득 줄어든 고령층
첫째, 고령화로 상징되는 인구구조 변화가 소비 수요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4050세대는 우리나라 경제의 생산과 소비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50대 가구의 경우 소득 1분위(빈곤층)에 속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할 정도로 소득이 높다. 반면 70대 가구는 빈곤층의 비중이 67%에 달한다. 물론 현재의 50대가 70대가 될 때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고령층 가구에서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현재의 40·50대가 20년 후면 모두 60대 이상이 되고 30년 후면 모두 70대 이상이 된다는 것이다.

2000년에 1100만 명 정도였던 40·50대 인구가 지금까지 500만 명이나 증가하면서 경제의 활력과 소비 수요를 창출했다면, 지금부터 10년간 40·50대 인구는 정체상태를 보이다가 10년 후부터 급속히 감소하는 국면에 접어든다. 소비를 지탱했던 엔진이 과거 10년 동안 급속히 증가하다가 한동안 정체를 보인 뒤 향후 10년 후부터는 감속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마치 소비라는 아궁이에 10년 동안 장작을 계속 넣다가 향후 10년 후부터는 장작을 빼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늘어난 가계부채도 문제
둘째, 가계부채의 증가로 인해 추가적인 소비여력이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이후부터 40, 50대 중산층 가구(소득 2분위부터 4분위까지)는 매월 약 11만원씩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 가구의 이자 부담은 2000년 4만6000원에서 2012년에는 9만2000원으로 두 배가 증가했다. 부채가 있는 가구는 부채가 없는 가구에 비해 월 평균 21만원이나 소득이 많았지만 부채 관련 지출 등으로 인해 가계 수지는 23만원 적자를 봤다. 부채가 없는 가구는 21만원의 흑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60대의 소득은 40·50대의 60% 정도에 불과하고 70대는 3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채구조를 유지한 채 60·70대로 가게 되면 부채를 갚기 위해 소비를 더욱 줄이든지 아니면 자산을 팔아 부채를 줄여가는 방법 외엔 없다.

일러스트 강일구
기업 투자 줄면 국내 소비도 위축
셋째, 기업 투자 수요도 계속 둔화된다. 미국만 해도 기업 이익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 수준인데 투자는 불과 4%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이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것보다는 비용을 줄이거나 투자를 자제하든지 해서 이익을 올리는 데 우선하기 때문이란 설명까지 나온다.

우리나라는 이와 달리 특유한 요인이 있다. 제조업에 기반을 둔 수출국가들이 겪는 패턴으로 우리나라와 일본·대만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국내 생산·해외 판매’ 방식이어서 대부분의 생산기지가 국내에 있다. 초기에 임금이나 임대료가 높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있을 때는 대부분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임금이나 임대료 등이 올라가면 국내 생산의 일정 부분을 해외 생산으로 가져가게 된다. 극단적으로 국내 본사엔 전략이나 디자인 업무 등만 남게 되고 생산거점을 모두 해외로 옮길 경우 어
떻게 될까? 기업의 이익이야 좋아지겠지만 국내 고용이 줄어들고 파급 효과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국내 성장률은 떨어지게 된다.

이런 유형의 국가 중엔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나라들이 많다. 대만은 90년대 후반에, 그리고 일본은 90년대 초반부터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대만은 중국으로 공장을 대거 옮기면서 문제가 생겼고, 일본 역시 버블 붕괴라는 충격 속에 엔화 강세로 인해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24조원의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중 해외 비중이 27%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는 11% 정도이던 해외 비중은 작년 24%, 올해 27%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글로벌 기업의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이 과거에 자산 버블의 붕괴, 고령화, 해외 설비투자 증가로 인해 3중으로 수요 부족을 겪었다면 우리나라는 자산 버블 붕괴 대신 가계부채 증가가 들어가서 고령화, 가계부채, 투자수요 부족이라는 3중의 요인이 수요를 위협할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가계부채는 오히려 지금까지는 소비 진작 요인이었지만 앞으로는 그 반대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수요 부족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다. 경기순환적인 처방만으론 이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고령층의 소비 수요를 진작시키고 부채와 주택을 과다하게 가지고 있는 가계가 저당 채권 같은 주택 유동화 등을 통해 현금 흐름을 창출해내는 한편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등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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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