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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담은 신발 배달 … 금융위기 때도 1300% 성장

자포스 설립자인 토니 셰이는 갖은 난관에도 소비자 지향성이라는 애초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뉴스]
몇 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년을 살았다. 시간만 나면 차를 몰고 미국 서부와 중부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네바다유타애리조나주의 광막한 건조지대를 자주 찾았다. 외롭고 때론 무서운 밤길을 오래 달려 어둠 속 불덩이처럼 타오르는 한 도시가 멀리 보이면 비로소 맘이 놓였다. 라스베이거스였다.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 불쑥 솟은 쇼와 도박의 도시. 그래서 더 화려하고 진귀하지만 한편으론 신기루처럼 덧없이 느껴지는 곳. 이 라스베이거스가 지금 진화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한 젊은 기업인이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Zappos)’의 창업자이자 CEO 토니 셰(Tony Hsieh·39)다.

셰이는 1999년 창업한 자포스를 2009년 7월 세계적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닷컴에 팔았다. 거래액은 무려 12억 달러(약 1조3500억원). 아마존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었다. 아마존 창업자 겸 CEO 제프 베조스는 거래를 마친 뒤 기쁨에 겨워 집 현관 앞에서 종이판에 핵심 키워드를 휘갈겨가며 아마존의 비전과 고객가치 실현을 위해 자포스를 인수했음을 밝힌다. 이를 담은 8분짜리 동영상을 보면 베조스가 자포스 인수에 얼마나 흥분했는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엄청난 M&A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자포스의 특별한 기업문화와 잠재력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인수 뒤에도 자포스 경영권을 셰에게 일임한 것도 한 증거다.

내 스스로 정의하는 삶 살기 위해 창업
어쨌거나 이렇게 이룬 부(富)로 셰는 자포스 본사가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혁신에 뛰어든다. 이름하여 ‘다운타운 프로젝트’. 낙후한 도심지 중 하나인 프레몬트 거리를 차근차근 사들인 뒤 여기에 오랫동안 꿈꿔온 창의와 혁신의 행복 공동체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토는 ‘마주침(collision)’ ‘협업(collaboration)’ ‘공유(sharing)’.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지역 주민의 소규모 가게 창업을 지원하며, 자전거전기차 공유 시스템을 구축한다. 새로운 형태의 콘퍼런스인 테드(TED) 같은 강연을 여는 공연장도 마련 중이다. 창의적 인재가 몰려들 수 있도록 카페와 레스토랑을 무료 협업공간(co-working space)으로 개방하고, 창업자들에게는 무료 숙박시설까지 제공한다. 셰는 이 사업에 3억5000만 달러를 쓸 계획이다. 덕분에 라스베이거스는 지금 미국 중서부 제2의 실리콘밸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셰는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엘리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꿈은 어린 시절부터 창업이었다. 자포스 스토리와 철학을 담은 저서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에서 그는 ‘창업을 하면 더 창의적이고 내 스스로 정의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시절 이미 신문 발간, 맞춤단추 납품 같은 장사를 했다.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 시절에는 기숙사 1층에 간이 피자가게를 열었다. 졸업 뒤 오라클에 입사했으나 5개월 만에 그만둔 뒤 친구와 첫 회사를 창업했다. 온라인 광고거래 회사인 ‘링크익스체인지’였다. 다섯 달 뒤 한 자산가가 나타나 100만 달러에 인수를 제안했다. 그는 거절했다. 다시 여섯 달 뒤 이번엔 야후 창업자 제리 양이 찾아왔다. 2000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했다. 역시 거부했다. 돈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한참 재미있는 회사를 포기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여 뒤 마침내 회사를 마이크로소프트에 판다. 매각 대금은 2억6000만 달러. 스물다섯 살에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이후 투자자로 변신한 그는 온라인 신발 판매 시장에서 가능성을 봤다. 자포스의 전신인 ‘슈사이트닷컴’이란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가 아예 CEO로 나서 자기만의 비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미국 전역 어디나 무료 배송, 무료 반품, 반품기한 365일. 이것만도 미친 짓이라 손가락질받기 딱 좋은데 셰는 한발 더 나아갔다. 회사 중심에다 정규직으로만 구성된 고객충성팀(Customer Loyalty Team·CLT), 즉 콜센터를 둔 것이다.

기업의 사명은 직원·고객에게 행복 전달
전체 인력의 60%를 CLT에 배정하고, 상담원들은 ‘평균 처리시간’이나 ‘처리건수’ ‘매출연결건수’ 같은 것들이 아닌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켰는가’로 업무 역량을 평가받는다. 예를 들어 고객이 찾는 신발이 자포스에 없으면 상담원은 경쟁 사이트를 뒤져 구매처를 찾아준다. 갑작스레 작고한 어머니 신발을 반품하려 했더니 무료 택배 서비스와 함께 위로 카드와 화환까지 보내주더라, 여행객이 별 기대 없이 전화해 “이 동네 심야 배달 피자집이 어디냐”고 묻자 곧 다섯 군데 연락처를 알아봐 주더라 등 자포스의 놀라운 고객 서비스를 증언하는 스토리는 수두룩하다. 상담원 중에는 특정 고객과 무려 10시간30분 동안 통화한 이도 있다. 이에 대해 셰는 저서와 몇몇 인터뷰에서 이런 요지의 생각을 밝혔다. “고객이 걸어온 전화를 어떻게 먼저 끊나. … 전화는 고객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최고의 통로다. 잊을 수 없는 경험과 감동을 제공함으로써 평생 인연을 맺을 수 있다.” 그 결과 자포스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도 1300%의 놀라운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자포스는 남다른 기업 문화로도 유명하다. 회사는 늘 떠들썩하며, 직원들은 자기 자리를 마음껏 꾸밀 수 있다. 각종 보험은 물론 치과·정신과 치료, 법률 상담까지 제공한다. 회사 곳곳에는 ‘10대 핵심 가치’라는 것이 붙어 있다. ‘변화를 포용하고 주도하자’ ‘재미와 약간의 괴팍함을 추구하자’ ‘긍정적 팀과 가족애를 키워가자’ ‘겸손하자’…. 창업자와 일반 직원이 사무실에서 스스럼없이 보드카 잔을 기울일 만큼 자유롭고 개방적이다. 지난해에는 포브스가 뽑은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11위에 오르기도 했다.

셰가 생각하는 기업의 사명은 ‘직원과 고객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혁신 프로젝트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셰는 저서에서 행복에는 기쁨(Pleasure), 열정(Passion), 목적(Purpose)의 세 단계가 있다고 말한다. 최고의 행복이란 ‘당신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그에게 있어 ‘더 큰 무언가’란 예술가와 기술자와 창업가와 동네 주민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혁신과 행복을 일궈가는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자포스가 고객에게 ‘행복을 배달하는’ 기업으로 영속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베조스가 진정 갖기를 열망한 것도 셰의 이런 신념, 자포스의 이런 문화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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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