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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脫정치 모사드·신베트

전 세계 정보기관이 수난을 겪는다. 국가안보국(NSA) 등을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들은 내부 제보자 에드워드 스노든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스노든은 ‘미 정보기관이 민간인의 인터넷 활동과 통신을 감시한다’고 연일 폭로하고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 정보통신국(GCHQ)은 NSA와 함께 인터넷 정보 수집·분석 기법을 공동 개발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일 보도했다. 그 결과 인터넷용 광케이블에서 통신정보를 들여다보고 휴대전화·애플리케이션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해 민간인 감시 활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전직 정보기관장이 개인 비리로 구속되고 정보기관이 정치활동에 관여했다는 의혹 속에서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공작기관인 모사드는 3년 전 해외작전 현장이 들통 나는 수모를 당했다. 2010년 1월 19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였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기구매 담당인 마무드 알마부 살해 작전을 벌이다 모사드 요원들의 얼굴이 공개된 것이다. 당시 남녀 요원들은 호텔 객실에서 작전을 마치고 유유히 두바이를 빠져나갔지만 호텔 로비와 엘리베이터 폐쇄회로TV(CCTV)에 행적이 잡혔다. 이들은 또 호주·프랑스·영국·아일랜드·네덜란드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외교 분쟁까지 초래했다.

이런 망신에도 모사드는 묵묵부답이다. 들통이 나든 작전이 실패하든 공식적으로는 절대 어떠한 공작도 자신이 했다고 시인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서다. 객관적인 증거를 들이대도 마찬가지다. 잔혹하거나 창피한 일에만 입을 닫는 게 아니라 자랑스러운 일까지도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비난을 모면하거나 업적을 자랑하기 위해 작전 기법까지 공개했던 일부 정보기관장의 일탈과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하나 더 있다. 작전 중 해외에서 사로잡힌 요원들을 데려오기 위해선 어떠한 대가라도 감수한다. 필요할 경우 상대를 위협하고 윽박지르고 심지어 거래까지 한다. 하지만 이 과정 역시 영원히 침묵의 대상이다.

또 다른 원칙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작전만 벌인다는 것이다. 결코 무차별 작전을 벌이지 않는다. 생명과 관련되는 작전에선 더욱 그렇다. 드문 예외가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단을 납치·살해한 팔레스타인 테러 관련자들을 찾아내 보복 살해한 ‘신의 분노’ 작전이다. 신이 분노할 정도의 일이 아니면 원칙에 어긋나는 작전은 펼치지 않는다는 뜻일까.

이 원칙에 따르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적성 국가·조직의 무기 개발·조달 담당자가 최우선 공작 대상자다. 납치·암살을 비롯한 온갖 잔혹한 작전을 펼치고 타국 여권까지 버젓이 사용하지만 이런 원칙들이 있으니 제3국 입장에서 함부로 비난하기도 쉽지 않다. 어떤 나라든 서로 수준은 다르지만 안보 위협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칙을 지키니 이스라엘 내에서 정보기관의 활동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도 좀체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모사드는 철저하게 해외 정보수집과 공작만 펼친다. 이스라엘 국내와 점령지인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점령지인 골란고원에서 벌이는 모든 정보수집과 작전은 ‘신베트’라는 국내 정보기관의 몫이다. 군은 별도로 활동한다. 이들도 안보 관련 작전만 벌인다.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은 이런 원칙 확립에다 조직 간의 견제와 균형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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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