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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에 태클 거는 정계정맥류

자연 임신에 실패한 부부가 많다. 결혼이 늦어져 여성의 나이가 많으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난임과 불임의 원인 40%는 남성에게 있다. 임신이 안 되면 남성도 비뇨기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남성 불임은 호르몬 문제, 감염·외상에 따른 고환 이상, 건강하지 않은 정자 때문에 주로 발생한다. 특히 정자 수가 적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대부분 정계정맥류(精系靜脈瘤)라는 질환 때문에 나타난다. 정계정맥류는 말뜻처럼 정맥 혈관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음낭 속에 있는 고환에서 나오는 정맥 혈관이 확장돼 꼬불꼬불 엉키고 부풀어 오르는 병이다.

 최근 34세 남성 K씨가 정액 검사를 받으러 왔다. 결혼한 지 1년이 넘도록 임신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내는 산부인과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K씨도 산부인과에서 정액 검사를 받았는데 정자 수가 적고 활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관 시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K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자 정밀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검사 결과 산부인과 진단 결과와 같았다. 음낭을 진찰하니 왼쪽 음낭이 오른쪽에 비해 유난히 컸고 밑으로 처져 있었다. 특히 음낭 피부에 꾸불꾸불한 굵은 혈관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초음파 검사에서 정계정맥류로 확인됐다.

 정계정맥류는 하지정맥류와 비슷하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혈관이 지렁이처럼 튀어나오는 병이다. 다리에 있는 혈액이 심장으로 올라가려면 중력을 극복해야 한다. 정맥의 안쪽에는 혈액이 역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간중간에 밸브(판막)가 있다. 이 밸브가 망가지면 다리에 혈액이 정체하고 정맥이 부풀어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가 생긴다.

 정계정맥류는 음낭의 고환부터 신장까지 이어진 정맥에 하지정맥류와 비슷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정계정맥류는 대부분 왼쪽 고환에 발생한다. 왼쪽 고환 정맥은 신장의 정맥에 바로 연결된다. 특히 정맥 직경이 좁고 길이가 길다. 신장으로 직각을 이루며 이어져 있어 혈액 역류가 쉽게 발생한다. 왼쪽 고환 정맥의 혈액이 신장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고이면서 정맥을 풍선처럼 부풀리는 것이다.

 정자는 체온보다 1~2도 낮은 환경에서 잘 만들어진다. 고환이 신체 외부에 위치한 이유다. 하지만 정계정맥류처럼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혈액이 고이면 고환의 온도가 높아진다. 또 각종 독성물질이 축적돼 정자를 만드는 생식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정계정맥류를 방치하면 점차 고환의 기능에 악영향을 준다. 정자가 잘 만들어지지 않고 운동성이 더 떨어진다. 증상이 심하면 고환에 통증이 발생하고 위축된다.

 정계정맥류는 자기 진단이 가능하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음낭을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힘을 주지 않아도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육안으로 지렁이나 라면 면발처럼 구불구불한 혈관 덩어리가 보이기도 한다.

 정계정맥류는 수술로 치료한다. 치골과 서혜부 부분을 절개한 후 고환 정맥을 묶어 차단하거나 절단하는 방법을 많이 적용한다.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수술 도입으로 혈관 마취로도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후 바로 활동할 수 있으며 재발이 적다.

 정계정맥류는 대부분 임신이 되지 않아 뒤늦게 발견한다. 남성이라면 결혼을 앞두고 한 번쯤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이윤수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원장



이윤수(55)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열린의사회 회장 역임.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인 ‘한국인의 성의식 및 성생활에 관한 보고서’ 등을 발표. 저서로는 『오늘도 나는 완전한 성을 꿈꾼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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