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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폭우 이어 폭력까지 … ‘3폭’을 조심하라”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의 천막 당사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병두, 이목희, 문희상, 신경민, 양승조 의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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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8월 뙤약볕 더위 속에 거리로 나섰다. 지난 1일 국정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 정상화를 요구하며 시청 앞 서울광장에 천막 당사를 세우고 무기한 장외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무효화 요구 이후 2년 만의 장외 투쟁이다. 폭염과 소나기가 교차하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의 장외투쟁 72시간을 따라가봤다.

#1일 아침 10시 무더위 속 우왕좌왕 첫날
1일 아침. 서울광장엔 아침부터 불볕더위가 내렸다. 섭씨 32도까지 올라갔다. 의원들은 오전 10시 장외투쟁의 첫 행사인 의원총회 참석을 위해 천막으로 모여들었다. 일찍 도착한 의원들은 차 속에서 에어컨을 쐬며 회의를 기다렸다. 경찰이 “차를 옮겨달라”고 요구하자 보좌관이 “의원님이 타고 있다”고 막아섰다. 그러자 경찰이 “의원이고 뭐고 차를 빼달라”고 받아쳐 소동이 일었다.

천막 의총에는 83명이 참석했다. 민주당 의원의 3분의 2선이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의원이 많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전 11시 의원들이 4개조로 나뉘어 유인물을 배포하기 시작하자 대부분 의원은 서울광장을 떠났다. 80여 의원 중 20여 명만이 남았다. 1시간으로 예정됐던 유인물 배포는 30분도 안 돼 끝났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오늘은 특별히 여기(시청)서 일정도 없고 지역구 일정도 있어서 가봐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당 지도부는 오후 1시 회의를 열고 3일 시민단체들이 청계광장에서 열 촛불집회에 참여할지 여부를 논의했다. “너무 강성으로 비쳐선 곤란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결국 촛불집회 1시간 전 따로 당 보고대회를 열되 의원 개인의 촛불집회 참여는 막지 않는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무더위 탓에 회의는 힘겹게 진행됐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너무 더워선지 했던 말을 또 하더라. 누구는 자신이 반대했던 의견인데도 남이 말하니까 ‘오, 그거 좋네’라며 맞장구치더라”고 전했다.

#1일 오후 7시 천막 당사 찾은 손님들
1일 오후 7시. 60~70대 노인 50여 명이 천막 당사에 들이닥쳤다. 당 지도부와 시민단체 대표들의 간담회가 막 시작된 직후였다. 한 70대 남성은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다 박근혜 편은 아니다. 민주당 힘내라”라고 외쳤다. 주변 노인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노인들은 “어물쩍거리다가 왜 이제 나왔느냐”며 분노를 터뜨렸다. “언론이 야바위다. 똑바로 안 하면 죽여버리겠다”며 취재진에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서로 욕설하며 주먹다짐 조짐까지 보이자 경찰 10여 명이 뜯어말렸다. 이들은 밤 10시까지 천막 주변을 떠돌며 소란을 피웠다. 민주당 내에선 “폭염과 폭우에 이어 폭력까지 ‘3폭(暴)’을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다.

다음날인 2일에도 하루 종일 천막 주변을 맴돈 이들은 60~70대 노인 100여 명이었다. 한 의원 보좌관은 “당초 장외투쟁을 주장한 강경파 의원들은 ‘우리가 거리에 나서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 때처럼 20~30대와 유모차 부대가 쏟아져나올 것’이라 주장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론 탑골공원에 있던 어르신들만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20~30년 전 프레임인 장외투쟁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20~40대 핵심 지지층에 선전전을 펴는 게 더 호소력이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전병헌 원내대표는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휴가철인 데다 뙤약볕이 쏟아지는 한낮이라 우리 당 핵심 지지층이 나오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젊은 층이 SNS로 소통하긴 하지만 보수·진보에서 각각 극단적인 층들이 주축이라 국민들의 일반적 시각에 대해 감을 잡으려면 장외투쟁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2일 아침 9시 보이지 않는 사람들
2일 아침.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콜센터에 온 듯한 분위기였다. 위원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로 의원들에게 이날 오전 11시 열릴 천막당사 의총에 동참을 촉구했다. “아직도 외국에 있나. 빨리 들어오라” “지역구 활동보다 여기가 급하다. 빨리 상경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 보좌관은 “어제 출석률이 당의 예상만큼 높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 때문에 지도부가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고위원 누구도 참여를 독려하지 않는 의원도 있었다. 문재인 의원이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의총에 불참했다. 천막 구석에서 만난 문 의원의 측근은 “장외투쟁 참여를 놓고 고민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이 참석할 경우 새누리당이 만들어놓은 ‘대선불복’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문 의원은 대선 후보를 지냈기 때문에 다른 의원들처럼 127분의 1의 자격으로 장외투쟁에 참여하라고 하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신 문 의원은 지역구에서 선전활동을 하는 게 의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대표 등 친노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천막 당사를 찾지 않았다. 친노로 대표되는 강경파에 당 지도부가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였다. 신경민 최고위원과 진선미·박범계·홍익표 의원 등 국정원 댓글 사건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쟁을 주도했던 의원들도 의총 등 꼭 필요한 일정 외엔 천막 당사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당내의 ‘쓴소리’를 자임해온 조경태 최고위원은 다른 이유에서 이틀간 천막 당사를 찾지 않았다.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들었지만 장외투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조 위원의 행동이 새누리당과 뭐가 다르냐”며 “늦게 얻은 자식이 꼭 속을 썩인다더니 부산에서 어렵게 하나 얻은 의원이 이렇게 속을 썩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 3일 오후 6시 청계광장 몰려간 의원들
2일 오후 2시.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온 의원들의 표정은 상기됐다. 땀으로 셔츠가 젖은 김한길 대표가 명동에 나타나자 약국 직원이 피로회복 음료 한 박스를 건네며 “힘내시라”고 했다. 김 대표는 “시민들이 생각보다 국정원 사건을 많이 안다.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10~20대들은 김 대표와 사진을 찍었다. 이석현 의원은 “18대 국회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미디어법 반대 장외투쟁 때보다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며 “지도부가 결정을 내리는 데 신중했지만 막상 나와보니 국민들이 장외투쟁을 원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오후 들어 민주당의 공세 수위는 높아졌다. ‘원판김세(원세훈 전 국정원장·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권영세 주중 대사의 증인 출석)’에 이어 ‘남해박사(남재준 국정원장 해임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구호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3일 오후 6시 청계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국정원 개혁촉구 국민 보고대회’를 열었다. 비친노 계열 한 의원은 “협상이 가능한 선에서 요구를 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출구전략을 못 찾아 헤매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 72시간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회사원 임용준(38)씨는 “진작 거리로 나왔어야 했다”고 주장했지만 장년층 회사원 정평률(58)씨는 “당은 민생을 챙겨야 한다”며 비판했다. 주부 오미희(42)씨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꼭 방법이 장외투쟁밖에 없었나”라고 반문했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당 지도부는 협상 타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일요일인 4일이 국정조사 정상화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조사특위 활동기간이 15일까지인데 증인출석 여부 통보시한 등을 고려하면 4일까지는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는 뜻이다. 전 원내대표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통화를 계속하고 있고 양당 수석부대표들도 접촉 중이다.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류정화 기자 jh.ins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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