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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늦둥이, 40대 여성 황금기 보여주고 싶다"

다음 달 세상에 나올 둘째 딸을 기다리는 최하영씨. 그는 47세 임신부다. 지난해 40대 산모가 낳은 아이는 1만1400명이었다. 7년 연속 증가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다음달 말 세상에 나올 새 생명이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여자 나이 40대 후반도 새 생명을 낳아 기르기에 충분한 황금기란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요.”

 서울 강남구에 사는 최하영씨. 만 47세 임신부의 자기 표현이 당당하다. 결혼 이듬해인 1998년 첫 딸을 낳았고 다음 달 둘째 딸 출산을 앞둔 최씨는 기업교육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 1월이었다. 생리 때가 됐는데 소식이 없었다. 처음엔 생리불순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다음 달에도 생리가 없자 임신진단 자가 테스트를 해봤다. 임신이었다. 15년 만에 늦둥이 둘째를 가진 셈이다. 최씨는 “외동딸을 키우다 보니 형제가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렇다고 둘째를 가지려고 특별히 애쓴 것도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아기가 들어섰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5세 이상을 ‘고령 임산부’로 정의한다. 출산 전 더욱 각별한 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최씨는 WHO가 정한 고령 산모의 최저기준보다 열두 살이 많다. 그 역시 배 속 아기의 건강이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엄마와 아기 모두 건강하다고 한다. 담당 의사에 따르면 초음파나 양수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최씨는 30대 중반부터 꾸준히 헬스·요가로 건강관리를 해왔다. 요즘엔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한 ‘마음 수련’도 하고 있다.

 최씨는 “아이가 없는 40세 안팎의 여성들이 나이 때문에 출산을 지레 포기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많이 봤다”며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잘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는다면 40대도 자연 임신과 출산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기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나이 든 엄마’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좀 신경 쓰인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출산은 나이에 상관없이 여성에게 최고의 축복이자 행복’이란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열다섯 살 터울의 동생을 기다리는 첫째 딸의 행복한 표정에서도 용기를 얻는다. 최씨는 “중학교 3학년인 첫째 딸이 ‘엄마보다 동생이 더 좋다’면서 저녁마다 배 속 아기에게 동요를 불러주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정모(45)씨도 이달 말 첫 아들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결혼 12년 만에 얻은 소중한 아기다. 사회복지사인 남편(46)과는 2001년 결혼식을 올릴 때 “자연 임신과 출산을 위해 노력하고 불임시술은 받지 말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후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해 12월 임신에 성공했다.

 곧 태어날 새 생명을 생각하면 행복한 감정이 밀려온다고 한다. 하지만 출산 후 닥칠 일에 대한 걱정이 만만치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특히 경제적인 부담이 고민이다. 10년 이상 연극놀이 강사로 일해 온 정씨는 출산 후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고 했다. 수업준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아기를 돌봐줄 사람도 찾기 어려워서다. 정씨가 일을 그만두면 현재 월 400만원 정도인 가계소득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는 “젊은 엄마들은 시부모나 친정 부모에게 아기를 맡길 수 있지만 나이 든 엄마는 그 점도 걱정거리”라고 했다. 할아버지·할머니도 연세가 많아지면서 손주를 봐주기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40대 이상 출산 7년 연속 증가세

서울아산병원 김암 교수가 한 고령 산모를 상담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9월 57세 산모가 남녀 쌍둥이를 낳은 바 있다”고 전했다.
 최씨나 정씨 같은 40대 임산부를 보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시대다. 40대 이상 고령 출산은 몇몇 사람의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인 추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이상 산모가 낳은 신생아는 모두 1만1400명이다. 7년 연속 증가세다. 2005년(5500명)에 비하면 배 이상 늘었다. 통계청이 읍·면·동 주민센터에 접수된 출생신고서의 어머니 연령을 분석한 수치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48만4300명) 중 40대 이상 산모의 비율은 2.4%였다. 대략 신생아 40명에 한 명은 40대 이상 산모에게서 태어났다는 뜻이다.

 단일 병원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출산이 이뤄지는 관동대의대 제일병원에선 지난해 40대 산모의 비율이 5.5%에 달했다. 20년 전(1%)에 비해 5.5배, 10년 전(1.5%)에 비하면 3.7배로 늘어난 수치다. 대신 20년 전(56.4%) 절반이 넘었던 20대 산모의 비율은 지난해 14.8%로 줄었다. 강남 차병원과 분당 차병원의 통계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해 40대 산모의 숫자는 758명으로 2000년(372명)에 비해 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20대 산모는 77%나 감소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선 지난해 9월 57세 산모가 남녀 쌍둥이를 낳기도 했다. 이 병원 산부인과 김암 교수는 “아마 국내 최고령 출산 기록일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진료실을 찾아오는 임신부들을 만나보면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이룰 때까지 출산을 미루다 뒤늦게 임신한 경우가 많다”며 “양육비·교육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과 고령 출산의 증가는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는 “인공수정·시험관 아기 등 불임 극복을 위한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40대 임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폐경이 지나면 자연 임신은 불가능하지만 난자를 냉동 보관했다가 50대에 출산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고령 산모는 ‘특별한 관심’ 1순위


 고령 산모가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여성의 결혼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는 점이 첫 번째로 꼽힌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부담으로 결혼을 늦추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결혼이 늦어지면 당연히 출산 연령도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정동명 대변인은 “대학 졸업과 취업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여성의 늦은 결혼은 필연적”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상 고령 산모의 증가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여성(재혼 포함) 중 35세 이상은 6만4000명에 달했다. 전체 결혼 여성(32만7100명)의 약 20%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다섯 쌍 중 한 쌍은 신부의 나이가 35세 이상이란 뜻이다. 이런 여성이 자녀를 한두 명만 낳더라도 40대에 출산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10년 전 35세 이상 신부는 3만9200명(전체 결혼 여성의 13%)이었다. 통계청은 고령 산모를 정부와 사회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폴리슈머(Polisumer, 정책 소비자)’의 첫 번째로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늦게 결혼한 부부는 대체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런 부부는 40대에 첫 출산을 하더라도 건강과 육아에 대한 정보가 비교적 풍부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혼한 부부들이 자신들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경향도 고령 출산의 증가와 관련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씨처럼 20~30대에 한두 자녀를 낳아 키우다가 40대에 늦둥이를 낳는 여성도 많아지고 있다. 다자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정부가 내놓는 다자녀 가구에 대한 각종 지원책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셋째나 그 다음 순서로 태어난 신생아 수는 5만1000명으로 2005년(4만1500명)에 비해 1만 명 가까이 늘었다.

 늦둥이는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애경(45)씨가 이런 경우다. 군 복무 중인 아들과 대학교 1학년인 딸을 둔 김씨는 지난해 11월 아들을 낳았다. 그는 “늦둥이를 얻은 만큼 열심히 살아야 할 동기가 생겼다”는 말로 출산의 기쁨을 표현했다.

 자녀에 대한 애착과 애정이 강한 2차 베이비붐 세대의 특성도 40대 산모의 증가 추세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개 연도별 출생아 수를 기준으로 55~63년생을 1차 베이비붐 세대, 68~74년생을 2차 베이비붐 세대로 나눈다. 1차 베이비붐 세대는 6·25전쟁이 끝나고 출산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형성됐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 되는 ‘먹고살기 힘든 때’에 어린 시절을 보내고 70~80년대 산업화의 주역이 된 세대다.

 반면 2차 베이비붐 세대는 10대 청소년 시절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과 88 서울올림픽을 경험하며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성장기를 보냈다. 사실상 ‘핵가족 1세대’로 자라난 이들은 부모와 어린 자녀의 친밀한 관계 형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1차 베이비붐 세대는 50대에 접어들어 직장에서 은퇴를 앞둔 경우가 많다. 2차 베이비붐 세대는 40대 초·중반으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학회장인 김대희(보건행정학) 인제대 교수는 “2차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무한경쟁이다. 준비하지 않고 경쟁에 뛰어들면 진다는 걸 경험한 세대다. 출산도 비슷한 생각으로 접근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준비가 된 상태에서 아이를 낳으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출산이 늦어진다”며 “그러면서도 자식을 낳아 남들보다 잘 키워야겠다는 의식이 있는 세대여서 늦게라도 출산을 계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40대 산모 비율 한국의 두 배


 인구 고령화가 한국보다 훨씬 앞서 시작된 일본에선 40대 산모의 비율이 더 높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40세 이상 산모가 낳은 신생아는 모두 4만3000명으로 전체(103만7100명)의 4.1%를 차지했다. 한국의 40세 이상 산모 비율(2.4%)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본 자민당 소속으로 소비자담당 장관을 지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의원은 2011년 50세의 나이로 아들을 낳았다. 노다 의원은 다른 여성의 난자를 제공받아 사실혼 관계인 7세 연하 남성의 정자와 체외수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전에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일념으로 일곱 차례나 임신과 유산을 되풀이한 그는 체외수정 체험을 담은 『나는 낳고 싶다』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40대 산모가 꾸준히 많아지는 추세다.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의 통계를 보면 2011~2012년의 40대 산모는 2만5600명으로 2006~2007년(2만2200)에 비해 15% 증가했다. 『브리짓존스의 일기』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헬렌 필딩(55)은 46세와 48세에 각각 아이를 출산해 화제가 됐다.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는 2011년 41세의 나이에 쌍둥이를 낳았다. 마돈나, 샤론 스톤, 니콜 키드먼, 브룩 실즈 등도 40대에 엄마가 된 세계적 톱스타들이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주정완·이상화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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