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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 힘 실어 주시겠습니까" … 박 대통령 약속 받아낸 돌직구

노동부 장관 시절 ‘원칙 맨’으로 불렸던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김 위원장은 “대기업?공공부문 유노조 근로자에겐 더 유연한 정책을 펴고, 중소기업·비정규직 등 취약 계층은 더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강정현 기자]

김대환(64)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은 요즘 말로 돌직구 스타일이다. 노동부 장관 재임 때는 물론이고, 퇴임한 뒤에도 정치권과 노동계, 사용자에게 묵직한 돌직구를 날리곤 했다. 2005년 9월 장외투쟁에 매달리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두 위원장을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가 관저로 초청해 달래자 “1980년대 버전으로 노동문제에 접근하는 이해찬식은 안 된다. 정치 때문에 노동문제가 더 꼬인다. 툭하면 노동계가 정치권으로 달려가지 않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2004년엔 노·사·정이 합의해서 만든 비정규직 보호법을 일부 노조가 반발한다는 이유로 국회가 상정조차 하지 않자 “법안 상정 여부를 노동계에 묻는 국회가 어디 있는가. 민생법안을 좌우의 이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 때 추병직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이 “긴급조정권 동원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노동부 장관의 권한을 건교부 장관이 왜 거론하는가”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노동부 장관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선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노동문제에 관한 한 대통령은 절대 전면에 나서지 말아 달라”고 했고, 2년간 재임하고 퇴임할 때는 “노동정책 기조를 지금처럼 (법과 원칙에 입각해) 1년6개월만 더 유지해 주십시오. 그러면 틀림없이 변화가 생깁니다”라고 부탁했다.

 그의 이런 돌직구는 매번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다. 타석에 있는 당사자가 뜨끔할 수밖에 없다. 그에게 ‘원칙 맨’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그가 대화와 설득, 타협을 기조로 하는 노사정위원장(장관급) 직함으로 정부에 돌아왔다. 노사정위원회는 돌직구만으로 운영하기 힘들다.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 정치권의 외압과 간섭을 막아낼 강력한 견제구도 구사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게 현안 보고를 하며 “노사정위원회에 힘을 실어 주시겠습니까”라며 또 돌직구를 날렸다. “예, 제가 힘을 실어 드린다고 얘기하십시오”라는 박 대통령의 답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한발 더 나가 “제가 이른 시일 내에 노사정위원회를 방문하고 격려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의 뚝심이 여전히 스트라이크 존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언론 인터뷰는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인터뷰는 집무실과 저녁식사 자리로 이어지며 4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 첫머리에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정부·노동계·사용자에게 거침없는 당부를 했다.


 - 노사정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많이 고심한 것으로 안다.

 “(위원장직을 수행하기로 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박근혜정부의 고용노동정책 기조가 무엇인지,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노동정책을 비롯한 모든 정책은 밀어붙여서는 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엿볼 수 있었다. 사회적 대화와 취약계층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강했다.”

 - 그 전에 박 대통령과는 잘 알고 지냈나?

 “박 대통령을 만난 건 노동부 장관 시절 딱 한 번뿐이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 비정규직 보호법을 설명하기 위해 찾아갔다. 그때 박 대통령은 ‘저는 비정규직을 잘 모릅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 무척 솔직해서 놀랐다. 그런데 20~30분 정도 설명하자 ‘그럼 우리가 반대할 이유가 없네요’ 하며 흔쾌히 받아들이더라. 참 담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 법과 원칙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분이 노사정위원장이 됐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적잖이 놀랐다. 노사정위는 대화하고, 설득하고, 타협하는 자리여서 그런 것 같다.

 “법과 원칙, 대화와 타협은 다른 트랙이 아니다. 법과 원칙이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 전자가 무너지고 무시당하는 상태에선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하다. 일단 목표를 낮은 수준에서 잡고 대화를 활성화시키는 데 주력하겠지만 그 과정은 철저하고, 원칙에 입각해서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뢰가 쌓일 것이라 생각한다. 신뢰가 있으면 더 큰 목표를 향해 속도가 붙게 되어 있다.”

 - 그런 면에서 대화와 타협의 주체는 노·사·정이 아닌가. 그런데 현재는 국회가 협상을 주도하는 느낌이다. 국회가 수퍼갑이란 얘기도 나온다.

 “우리는 4반세기 동안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까지 노동단체들이 정치권으로 가지고 달려갔다. 정치권은 이를 덥석 받았다. 정치적 고려에 따라 노동계의 요구가 먹혀들어 가서는 안 된다. 노사관계나 국가발전을 위해 아주 바람직하지 못하다. 당사자들끼리 대화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문제가 드러나고, 테이블에 그것을 올리는 것만 해도 실제 적합한 정책을 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 과정에서 공통분모를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애물이 생기면 있는 대로 논의하면 된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나 정치적인 이유로 장애를 장애라고 하지 않고, 장애가 아닌 것을 장애라고 하면 해결은 요원해지는 것이다.”

 - 정치권에 그런 문제에 대해 협조를 구했는가?

 “찾아갔다. 그리고 신계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는 유럽에 가서 각국의 노사정위원회를 방문해 브리핑만이라도 환노위원들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아주 체계적으로 브리핑해준다.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정치권이 취해야 할 태도를 정립할 수 있다.”

 -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노사정위원회를 개편했다. 기존 노·사·정 체제를 노·사·민·정 체제로 바꿨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속전속결이다’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등 말이 많다.

 “그동안 노사정위는 멈춰 있었다. 여기에 기름 치고, 움직이게 하느라 속도를 냈다. ‘민’이 끼었다고 하지만 실제는 여성과 시민사회, 중소기업 쪽이다. 이렇게 한 것은 그동안 노사의 거대 단체들이 노사정위를 주도하면서 실제로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다 보니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유노조 근로자에게는 좀 더 유연한 쪽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 경직성을 풀어야 한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보호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 개혁이 안 되면 양극화 현상을 확대하거나 고착시킬 가능성이 크다. 여성과 시민사회, 중소기업을 참여시킨 핵심적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체제는 확대됐는데, 민주노총은 여전히 불참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는 상황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민주노총의 참여에 목을 매는 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민주노총이) 어떤 조건을 붙여서 충족되면 참여하고, 안 되면 안 들어온다는 식은 노사정위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장관 재임 시절 대화를 무기로 삼지 말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책임 있는 사회단체라면 의견의 차이가 있어도 듣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 올해 노·사·정 일자리 대타협이 있었다. 그런데 예전에도 이런 대타협이 있었지만 국민은 피부로 그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2004년, 2005년 그리고 올해, 세 번 일자리 대타협이 있었다. 내용은 상당히 추상적이다.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정치적인 효과는 거뒀다. 문제는 협약선언을 소위 한 건 했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진전이 없다. 올해 협약에도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가닥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그 가닥을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서 액션플랜을 내놔야 한다. 협약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자기 주머니 계산만 하면 안 된다.”

 - 노사정위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점검위원회를 만들었다. 정부나 경영계, 노동단체가 제대로 이행 상황을 보고하겠는가?

 “정부로 넘어가도 제대로 정책화되거나 반영되지 않고 흐지부지되는 일이 많다. 심각하다. 심지어 노사정위에서 중장기적인 사회경제 기조를 내놓는다고 하면 내각은 자기들 할 일을 뺏는다고 생각한다. 이래서는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안 된다. 정부부처가 조직논리에 빠져서는 안 된다. 합의사항에 대해 적극적이고 열정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페이퍼 워크만 할 게 아니라 답은 현장에 있다. 옛날에 했던 것을 이름만 바꿔서 페이퍼 워크로 끝내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도 굉장히 답답해하신다. 얼마 전 대통령께 보고 드릴 때 노사정위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셨다. 이행 여부를 놓고 정부를 다그칠 수 있다. 경영계나 노동계도 점검에 들어가면 반발할 수 있다. 그러나 점검이 제대로 되어야 일자리협약도 구체화되고 제대로 될 수 있다.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해나갈 것이다.”

 - 장관 재임 시절 직업훈련에 대해 관심을 많이 기울이셨다. 노사정위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물론이다. 예컨대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은 빨리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 유럽 등 사회보장제도가 잘돼 있는 곳의 공통점은 적극적인 고용정책, 즉 직업훈련이 활성화돼 있다. 오죽하면 재임시절 이진아웃제(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에게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그에 맞는 직장을 권한다. 이때 두 번 취업을 거절하면 실업급여를 주지 않거나 50% 이하로 낮춰 지급하는 제도)를 주장했겠는가. 또 국립직업훈련원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직업훈련원이 지금 폴리텍대학이 됐다. ‘대학’이란 이름이 붙으면서 고졸 이상이어야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저소득층·저학력층이 들어가 중산층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직업훈련체계가 필요하다.”

글=김기찬 선임기자, 이상화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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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