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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식민시대의 삐딱이들 그들은 조선의 자존심

식민지 불온열전
정병욱 지음, 역사비평사
304쪽, 1만5000원


불온(不穩)에다 열전(列傳)이다. 시대는 식민지(植民地)이고. 삐딱해 보이면서도 가슴을 덥히는 뭔가가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을 “일본이 한국을 강점했던 식민지 시절로 떠나는 자유여행 안내서”라고 부른다. 지배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선 이들을 만나러 현장에 가 헤매자고 권하기에 자유다. 과거는 낯선 나라이기에 역사를 연구하고 읽는 일은 여행이다.

 강상규(1919~?)는 전북 옥구에서 태어나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 유학 온 부농(富農)의 아들이었다. 1941년 1월 ‘조선 독립을 열망하는 불량 학생’으로 경기도 경찰부에 검거돼 조사와 재판 끝에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감옥살이를 한다. 학적부에 나타난 강상규의 삶은 이중적이다. 성적은 상위권에 종합 행동평가는 갑(甲)이다. 그는 체포되기 전까지 학교 제출용 ‘학생 일기’와 자신만 보는 ‘개인 일기’를 따로 썼다.

 “육군 준장 와다(和田)라는 사람의 강연을 듣게 되어 전원 강당에 집합(… ) ‘우리나라의 천황이 곧 조선인의 천황이다’고(…) 나는 얼마나 부아가 나고 슬펐는지 단상으로 올라가 이 도적을 처치하고 싶은 생각이 몇 번이나 일어났으나(…).”(1937년 6월 11일)

 강상규는 1939년 ‘장지(壯志) 실현 10년 계획’을 세운다. 한마디로 조선을 무력으로 독립시키기 위한 혁명 일지였다. 병서(兵書)를 연구하고, 요지를 조사하고, 지인들의 사상을 조사해 선동한다는 게 뼈대다. 그의 꿈은 실패했지만 식민지 권력은 결국 무너졌다.

 경기도 안성 사람 김영배는 1939년 그의 ‘불온 언동’을 고발한 투서로 징역 10개월을 산 소작농이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조선의 독립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늘 반감을 가져왔다”며 “죽을 죄를 모르고 가끔 미친 생각이 뱃속에서 나와서” 사랑방 모임에서 수다를 떨었다고 말한다. 강원도 양구 매동심상소학교 학생 김창환은 1940년 교실 벽에 ‘일본 폐지, 조선 독립’이라 낙서했다가 보안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김창환은 공책에 ‘나는 조선 독립군의 대장’이라는 도장을 찍었다.

 지은이는 경성지방법원 형사사건 기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만났다. 불온열전의 주인공들은 일제 강점기가 아니라 해방 이후 살해되거나 실종되었다. “분단과 전쟁은 우리 사회의 불온, 미래를 제거하는 과정이었다. 불온이 없는 사회에서 독재는 시작된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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