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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한인들의 지치지 않는 도전, 동해 병기

이상복
워싱턴 특파원
지난해 1월 26일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가 있는 리치먼드에서 무거운 마음을 안고 돌아선 기억이 있다. 공립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의 이름을 함께 쓰도록 하는 ‘동해 병기(倂記) 법안’이 부결된 직후였다. 단일 표기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에선 공식적으로 일본해만 인정돼 있다. 당시 법안은 만장일치로 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끝내 상임위 벽을 넘지 못했다. 표결 결과 반대 8에 찬성 7. 나중에 전해 들은 한 반대파 공화당 의원의 말은 지금도 비수처럼 다가온다.

 “한 가지 조언을 해줄까요. 솔직히 일본계 주민들한테 도와달라는 e메일을 100통 정도 받았습니다. 상당한 압력이 되더군요. 그런데 한국은….”

 개인적으로 더 우려했던 건 한인들이 느낄 상실감이었다. “역시 우린 안 돼”라는 무기력감에 빠지진 않을까 하는 거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당시의 걱정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우선 버지니아주 의회 상·하원 모두에 다시 동해 병기 법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특히 상원에선 민주당이, 하원에선 공화당이 법안을 내기로 했다.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팀 휴고 의원은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동해의 이름을 넣는 건 정당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절대로 마음이 변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여러 차례 했다. 일본의 압력을 전제한 발언이었다.

 실패를 겪어서인지 우리 측 전략도 더욱 정교해졌다.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사단법인 ‘미주 한인의 목소리’를 출범시켰고, 로비와 설득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세(勢)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 워싱턴DC 주변 한인단체 49곳이 뜻을 같이했다. ‘미주 한인의 목소리’ 피터 김 회장의 사무실에 가보면 책상에 140개의 파일이 촘촘히 꽂혀 있는 걸 볼 수 있다. 버지니아주 상·하원 의원 전원의 개인 파일을 만들어 접촉 내용, 친한 사람, 성격 같은 정보까지 관리하고 있다. 의원 한 명당 최소 1000통의 메일을 받을 수 있도록 한인들의 참여도 독려 중이다.

 동해 병기 법안은 내년 2월께 주의회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모든 공립 교과서에 동해의 이름을 집어넣어야 한다. 파장은 버지니아주 한 곳에 그치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한인들은 다음 수순으로 연방 의회를 생각하고 있다.

 더 중요한 건 한인들의 자부심이다. 동해 병기 자체도 의미가 크지만, 한인들이 뜻을 모으고 일을 이뤄가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더 소중하다고 본다. 미국에서 한인들의 위상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값진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인 2세, 3세들이 느끼는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이번에 또 실패한다 해도 다시 일어서야 하고, 반드시 뜻을 이루리라 확신한다.

이상복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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