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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중국의 대북정책, 근본적 변화는 없다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중국은 북핵 문제의 교착상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대북 자세를 바꾸고 있는 것 같다는 인식이 서울이나 워싱턴에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기관지 학습시보의 부편집장은 파이낸셜타임스 오피니언난 기고에서 “북한이 무너지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의 정치’ 전략 역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좌절감을 활용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다음에 중국의 대북 자세가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나는 이 같은 질문을 중국 학자와 관료, 그리고 워싱턴과 동아시아 곳곳의 중국 외교정책 전문가들에게 던졌다. 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 지도부와 국민은 김정은 체제에 신물을 낸다. 전임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도 김정일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을 비롯한 현 지도부는 김정은을 크게 경멸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또한 김정은이 오만하다며 분노하는 자국 네티즌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 물론, 중국 국민이 분노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중국의 정책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둘째, 중국 지도부는 박 대통령과 가까워지고 싶어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중국어 구사능력과 겸손하고도 진지한 태도는 중국 대중에게 호감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서울이 이명박정부 때와 같은 강경노선에서 벗어나기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한·미 안보동맹을 약화하거나, 적어도 균형을 취하게 만들고 싶어 할 것이다. 이 같은 정서적·전략적 이유 때문에 베이징은 서울에 호의를 표시하느라 평양과 멀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 주석은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에도 김정은을 초청하려는 징후가 전혀 없다.

 셋째,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뒤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이행해서 자국 주요 은행이 북한 기관과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했지만 지방의 작은 은행은 거래를 계속할 수 있게 놔뒀다. 중국 정부가 북한행 화물을 좀 더 세밀하게 검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일부 있긴 하지만 이는 일회성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은 북한 식량과 연료의 80~90%를 제공해 왔으며 대북 교역량은 계속 늘고 있다. 요점은 북한의 불안정이나 체제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방식으로 압력을 넣는 것에 대해 중국이 계속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채찍과 당근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전술적으로는 중요한 변화지만 전체 전략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넷째, 중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개혁과 개방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팽배해 있다. 김정일이 군을 껴안은 것과 달리 김정은은 당을 껴안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김정은이 핵개발을 이른 시일 내에 포기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관료나 전문가는 거의 없지만, 인내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는 많다. 결국 평양은 덩샤오핑(鄧小平)이 했던 방식의 경제 개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워싱턴의 주류와는 다른 견해다. 워싱턴에선 북한의 핵개발이 개방의 정치적 위험을 피하면서 체제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며, 한국과 동북아의 인접 국가들에 강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다섯째, 베이징의 대북 외교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이행함으로써 자기 몫을 다했으니 미국과 한국·일본에는 6자회담에 아무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할 부담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한·미·일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데다 과거의 약속을 위반했기 때문에 평양이 핵실험 중단 선언같이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6자회담을 5+1회담 형태로 만들어 평양에 더 큰 외교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제안에도 계속 반대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기꺼이 논의하고 싶어 하지만, 중국 정부는 서울이나 워싱턴과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데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평양을 도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거나 한·미의 (북한)체제변화 전략을 조장하는 것으로 평양에 비칠 가능성이 있는 회담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견해는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또한 중국 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토론이 늘어났다. 중국의 입장은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이는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근본 전략이 바뀌었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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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