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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NLL 정쟁 43일, 패자뿐인 혈투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파행에 반발해 대여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섰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광장에 설치된 ‘천막 상황실’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모두가 ‘루저(loser·패자)’인 게임이다.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국회에 보고하면서 촉발된 ‘대화록 정국’의 현주소다. 1일로 43일째를 맞은 대화록 정쟁은 주역들의 오판이 되풀이되며 빚어낸 어이없는 반전(反轉)의 연속이었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기습적인 대화록 발췌본 공개(6월 20일)→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대통령 지정기록물 열람 제안(6월 21일)→남 원장의 전격적인 대화록 전문(全文) 배포(6월 24일)→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작해 밀어붙인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7월 2일)→초유의 사초(史草) 실종 확인(7월 22일).

 공방은 급기야 민주당의 장외투쟁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이 거리로 나간 이유는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에서의 증인(원세훈 전 국정원장,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등) 채택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지만, 수세에 몰린 대화록 정국에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란 시각이 많다.

 남재준 원장은 도발적으로 이번 국면을 만들었다. 그가 문건의 보안등급까지 낮춰가며 대화록 전문을 내놓는 바람에 정상회담 상대방의 숨소리까지 드러나게 되는, 국제적으로도 유사한 예를 찾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남 원장은 대화록 공개가 “국정원 조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조차 “정치적 분란만 일으켰다”(하태경 의원)는 공개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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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의원은 43일 전투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대선 때부터 계속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발언에 대한 공세를 종식시키기 위한 승부수로 ‘대화록 열람’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의 부적절한 제안에 국회는 대화록 열람 결의라는 국제적으로 유사한 예가 없는 결정으로 응수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28일 “정말 정치가 해선 안 될 일을, 우리나라 외교에 장기적으로 치명적으로 손해인 결정을, (여야가) 아예 동조해서 그렇게까지 진전시키더라”고 비판했다. 문 의원의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부메랑이 됐다. 오히려 사초 실종 논란만 새로 점화시켰다. 대화록 작성과 관리에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그는 사초 실종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도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경론엔 브레이크를 걸면서, 합리적 해법을 모색해 나가야 할 여야 수장들(새누리당 황우여·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 부재는 정국을 강경파가 이끄는 가파른 강경 대결로 몰아넣었다. 황 대표에 대해선 당내에서 “모습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지난 주말 갑자기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하긴 했지만 울림은 약했다. 김 대표도 43일 동안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 취임 때는 ‘혁신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결국 장외투쟁을 지휘하는 ‘거리의 대표’가 됐다.

 국익도 승자도 보이지 않는 소모적 공방만 난무하는 대화록 정쟁의 끝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의 파행을 초래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장외로 나간 것은 폭넓은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NLL 대화록 공개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상당히 궁색한 입장에 몰리니까 궁지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준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이연호(정치학) 교수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돼가면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인데, 이를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NLL 대화록 이슈에만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글=권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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