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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광부로봇, 심해 노다지 캘 길 열었다

지난달 26일 경북 포항 동남쪽 130㎞ 해상. 해저광물 채취 로봇 ‘미내로’가 감자만 한 크기의 시커먼 돌덩어리들을 연구선 갑판에 쏟아냈다. 돌덩이의 정체는 미내로가 일주일 동안 수심 1370m 바닥에서 긁어 모은 해저 망간단괴(團塊)의 모형물이다. 우르르 쏟아지는 소리에 13명의 연구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바다 밑에 미리 깔아 둔 모형단괴 중 80%를 수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과학계에선 채취 효율이 80%를 넘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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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광구 망간단괴 채취가 목표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1일 세계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심해저 광물 채광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깊이 1000m가 넘는 해저를 로봇이 돌아다니며 광물을 거둬들이는 건 선진국도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이다. 일본 등 일부 국가가 사람이 배 위에서 채굴 장비를 조종하는 원격 조종 방식의 채굴 시험에 성공했을 뿐이다. 채취 로봇은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미내로(Minero)’라는 이름은 미네랄(광물·Mineral)과 로봇(Robot)의 우리말 발음 앞글자를 따서 지어졌다. 가로 6m, 세로 5m, 높이 4m로 2000cc 승용차 25대 무게인 28t에 이른다. 이동용 무한궤도와 부력시스템, 채굴 및 저장시스템을 갖추고 모선의 지시 없이 해저를 돌아다니며 망간단괴를 채취할 수 있다.

연간 2조원 수입 대체 효과 기대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와이에서 동남쪽으로 2000㎞ 떨어진 태평양 해역에서 수심 5000m 해저에 깔린 망간단괴를 채광하는 것이다. 망간단괴엔 전지와 합금 원료로 쓰이는 망간(27%) 외에도 철(8%)·니켈(1.4%)·구리(1.3%) 등 40여 종의 금속이 들어 있다. 이 해역에 깔린 것만 5억6000만t으로 추정된다. 이를 꺼내 쓰면 연간 2조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해남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2023년엔 상용 기술이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낸 광물 끌어올리는 기술이 숙제

 정부는 1994년 이 해역을 찾아 유엔에 탐사광구로 등록한 뒤, 2002년 이 가운데 7만5000㎢ 면적에 대한 독점 탐사권을 국제해저기구(ISA)에서 인정받았다. 독점권 유효 기간은 2015년까지다. 정부는 이때까지 채취 기술을 확보해 ISA에 탐사권 연장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2015년 수심 2000m에서의 로봇 채광 시험에 성공해야 한다. 이번엔 성공한 채취 단계를 넘어, 캐낸 망간을 펌프를 이용해 모선까지 끌어올리는 게 과제다. 망간단괴 채광과 운송이 동시에 이뤄져야 경제성이 생긴다.

 홍섭 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수심 2000m에서 시험이 성공하면 5000m에서 실제로 채광하는 데 필요한 기술력을 대부분 갖추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해저 광물 탐사 분야에서 중국·인도·일본과 경쟁하고 있다. 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일본은 1997년 원격 조종 장비를 이용해 수심 2200m에서 광물 채취 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최선욱 기자

◆망간단괴 =수심 약 5000m 해저 평원에 금속 성분이 가라앉으면서 돌 등에 붙어 형성되는 광물.

◆해저열수광상(海底熱水鑛床)=바닷물이 지각판에 생긴 틈 사이로 내려가면 마그마와 뜨거운 암석을 만나 가열된다. 다양한 광물성분이 녹아 있는 이 물은 다시 해저 열수공을 통해 심해로 배출된다. 이 물이 식을 때 그 속에 포함된 광물이 가라앉으면서 광상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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