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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굴욕 … 중국에 손 벌린 시장들

중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 5월 28일 중국을 방문한 앤토니오 비어라고사 미국 LA 시장(왼쪽)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중신왕]

올 들어 미국 주지사·시장들의 중국 출장이 부쩍 늘었다. 이유는 하나, 현금 부자인 중국의 투자를 유치해 파산 위기를 면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28일 앤토니오 비어라고사 로스앤젤레스(LA) 시장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다. 지난해 시 주석의 LA 방문 당시 환대에 답례하는 초청 형식이었지만 비어라고사 시장의 속내는 달랐다. 당시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LA 시장의 투자 설명에 상당수 중국 기업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같은 달 중순 노스캐롤라이나와 앨라배마주의 시장 4명도 중국을 방문해 기업들을 상대로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다. 4월엔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중국을 방문해 오클랜드시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15억 달러 투자유치를 이끌어 냈다. 중국 정부가 주 고속철 건설에도 참여한다는 조건이었다. 에드윈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도 중국을 방문해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을 만나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2배에 가까운 10여 명의 미국 자치단체장이 올해 중국을 방문했다. 미국의 글로벌 로펌인 스콰이어 샌더스의 마오 통 파트너 변호사는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미국은 현재 (지난달 18일 파산신청을 한 디트로이트시 외에도) 100여 개 도시가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지방정부 수장들이 현금이 많은 중국을 찾아 투자유치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현재 3조300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가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의 대미 투자액은 전년 같은 기간(36억 달러)에 비해 31% 늘어난 47억 달러로 분기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여기에 100억 달러 협상도 진행 중이다. 2분기에도 중국은 24억 달러를 투자해 6개 미국 기업 인수합병(M&A)에 성공했으며 10개 친환경 기업투자 협상도 벌이고 있다. 현재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3만3000명이다. 로디움그룹의 데니얼 로슨 경제고문은 “중국의 투자가 미국의 주나 도시들의 재정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겠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미래 경제잠재력을 확신시켜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 자신의 지방 재정문제도 심각한 상황이어서 향후 지속적인 대미 투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 취임 이후 지방재정에 대한 개혁을 진행 중이다. 중국 심계서(감사원 격)는 1일부터 전국 성(省)·시(市)·현(縣)·향(鄕) 등 각급 지방정부의 채무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심계서는 이전 조사에서 2010년 전국 지방정부의 채무액은 약 10조7000만 위안(약 1900조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이후 구체적인 통계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글로벌 금융기관인 씨티뱅크는 지난해 중국 지방정부 부채총액을 12조1000억 위안으로 추산하고 있다. 샹화이청(項懷誠) 전 재정부장은 올해 지방정부 부채 규모가 20조 위안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심지어 해외 전문가들은 40조 위안을 넘을 것으로 보기도 했다고 중국 런민왕(人民網)이 전했다.

 중국은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2012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치지도자들이 투자 요청을 했을 때도 대규모로 자금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들은 “유럽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이런 태도는 미국 지방정부의 채권 매입 요청에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요즘 중국 은행과 공기업, 투자공사 등이 디레버리징(부채축소) 작업을 막 시작한 상태다. 몇몇 개인 부호나 민간 기업을 빼고는 미국 지방채에 관심을 기울일 상황이 아닌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중국이 미국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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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