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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타운 꿈 잃은 업주 … 쫓겨날 걱정 던 세입자

초등학생 3명이 종로구 창신동의 한 주택가 골목을 나란히 걷고 있다. 주택가 곳곳에선 비가 오면 물이 새는 노후 주택과 비좁은 골목이 눈에 띄었다. 종로구 창신·숭인지구는 지난 6월 주민투표를 통해 지구 전체를 뉴타운에서 해제하기로 결정한 곳이다. [김형수 기자]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봉제공장 골목. 폴리스라인 뒤로 붉은색 기와를 얹은 한옥 지붕이 푹석 주저앉아 있었다. 지난 이틀간 창신동에 내린 폭우(146.5㎜)를 지붕이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세 들어 살던 진모(76) 할머니는 한순간에 살 곳을 잃었다. 할머니가 살던 한옥은 뉴타운지구로 지정된 2007년부터 보수 없이 방치된 곳이었다. 주민 강모(54)씨는 “재개발만 바라보고 수십 년째 집수리 한 번 못하고 있는 주민들이 태반”이라고 하소연했다. 종로구 창신·숭인지구(1만1212가구)는 지난 6월 주민투표를 거쳐 뉴타운 지정이 해제됐다. 강씨는 “뉴타운이 해제됐지만 서울시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재개발 무산돼 슬럼화 숙제 남아

 서울시가 지난해 1월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한 지 1년7개월이 지났다. 뉴타운 해제를 반기는 곳도 있었다. 세입자 정창호(80)씨는 "뉴타운 때문에 쫓겨날 형편이었는데 적어도 그렇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웃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곳도 적지 않았다. 본지가 최근 2주 동안 강서구 방화지구 등 5곳을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다. 소공원 조성, 골목길 정비, 폐쇄회로TV(CCTV) 설치 등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슬럼화와 건물 노후화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봉제공장 600여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창신2동이 그랬다. 지난 6월 뉴타운지구에서 해제된 이곳 골목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 다닐 정도로 좁았다. 빗물을 머금은 판잣집은 금방이라도 쪼개질 듯 휘어져 있었다. 박귀성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회장은 “뉴타운이 물 건너가면서 오세훈 전 시장이 약속한 봉제타운도 사라졌다. 주거 조건이 너무 열악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천호지구선 반대 서명 … 주민 갈등


 강동구 천호 3-1구역은 지난 6월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뉴타운 추진이 결정됐지만 찬반 주민 간 대립과 갈등은 여전했다. 3-1구역 주민대책위원회 김문완 위원장은 “상인회와 통장들이 재개발을 강력하게 밀어붙여 통과되긴 했지만 반대하는 주민도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미 추진이 결정된 천호 3-2구역과 7구역에서도 뉴타운 반대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의 출구전략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김지환(52)씨는 “지정은 서울시가 내놓고 해제는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이건기 주택정책실장은 “주민투표 이전에 여는 주민설명회를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관(官) 주도에서 주민투표로 뉴타운 정책이 움직이면서 나타난 문제점도 심각하다. 강서구 방화구역이 대표적이다. 방화4구역은 올해 3월 주민투표로 뉴타운 해제가 결정됐지만 정작 구청은 해제 지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방화4구역은 공원·도로 등 기반시설이 방화6구역과 엮여 있어 어느 한 구역만 해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4구역과 맞닿아 있는 6구역은 사업추진위원회가 결성된 촉진구역으로 뉴타운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증산지구, 수십억 매몰비용 걱정

 매몰비용도 문제다. 은평구 증산지구에선 조합에서 사용한 매몰비용이 4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매몰비용 때문이라도 이제 와서 되돌리긴 힘들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추진위원회가 사용한 법정비용(매몰비용) 중 일부를 시 예산으로 보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으나 현재 법적 문제로 사실상 접은 상태다. 건국대 심교언(부동산학과) 교수는 “각 지역적 특성을 따지지 않고 뉴타운을 지정하고 주민투표만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게 문제”라며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용적률과 인센티브 등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기헌·손국희·박인혜 기자
황유진 인턴기자(서울대 국악과)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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