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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0년 침선 인생과 무형문화유산

구혜자
중요무형문화재
제78호 침선장
그 순간 “하늘에 계신 시어머님도 뿌듯해 하시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지난 6월 중국을 공식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노란색 한복을 입고 나와 한복 외교를 펼칠 때의 일이다. 그 모습을 보자 내 인생의 스승인 시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졌다.

 사실 처음 대통령의 한복 제작을 제안받았을 때는 망설여지고 긴장됐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우리나라도 아닌 중국의 공식 석상에 한복을 입고 나오는 모습은 침선장으로서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결혼식에서조차 한복이 대여복으로 이용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며 드는 생각은 어떻게든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구한말 고종 황제가 황룡포를 입었듯 노란색 한복으로 한국 한복과 침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스승이자 1대 침선장이었던 시어머니 고 정정완 여사는 한글학자 위당 정인보 선생의 맏딸로 본인 스스로 바느질을 좋아했고 손 맵시가 뛰어났다. 스승이자 시어머니의 어깨 너머와 곁눈질로 바느질을 배우며 침선 인생을 살아온 지 40년, 누군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묻는다면 난생 처음 공예전에 출품했던 도포라고 대답하고 싶다.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보면 볼수록 부족한 점만 눈에 띄는 작품이지만 20년 가까이 된 그 도포에선 시어머니에게 힘들게 배웠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정이 가기 때문이다.

 시간과 가치를 함께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무형문화유산의 매력이다. 재봉틀로 뚝딱뚝딱 만들어 입으면 되지, 바느질 한 땀 한 땀 그렇게 많은 품을 들이며 한복을 입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손바느질로 만든 옷은 태가 아주 부드럽게 나오기 때문에 우리 옷에 깃든 기품을 선보일 수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 고유의 멋과 기법까지 전해줄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이 같은 무형유산의 보존과 전승·교류 기능을 수행할 국립무형유산원이 지난달 31일 전라북도 전주에서 준공됐다.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전 세계 무형문화유산의 거점 역할을 할 비전도 있다고 한다. 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들은 장수와 복을 기원하며 100조각의 천을 이어서 만들거나 100줄을 누벼 백일 옷을 짓는다. 이 세상 모든 엄마가 백일 옷을 짓는 그 마음처럼 이제 막 완공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무형문화유산 전승자들이 기량과 재능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구혜자 중요무형문화재 제78호 침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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