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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위안부 문제, 숲을 못 보는 일본

서승욱
도쿄 특파원
서울 일본대사관 맞은편 ‘평화의 소녀상’과 똑같은 소녀상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 들어섰다는 뉴스는 일본인들에게도 큰 화제가 됐다. 우리 신문들 못지 않게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비중 있게 다룬 일본 언론들 덕분이다. ‘위안부비 미국에서 정치공작’ ‘한국계 단체가 의원에게 접근’ ‘일본의 PR 침투 안 돼’ ‘로비 활동에 대한 일본 정부 대응 늦어’라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들이 1일 일간지 주요 면에 자리를 잡았다.

 일본 언론들은 이 같은 ‘참사’가 왜 미국에서 벌어졌는지 원인 분석에 주로 매달렸다. 현미경으로 샅샅이 뒤지는 듯한, 일본 특유의 세밀한 관찰력이 동원됐다. 보수·우익언론들은 특히 한국계 주민들의 ‘공작’을 파헤치는 데 열중했다.

 발행부수가 1000만 부에 가까운 요미우리신문도 그랬다. “한국계 주민은 뉴욕이나 LA 등 대도시 외곽에 집중 거주하는 경향이 있어 헌금이나 표를 통해 의회에 접근한다” “올 1월 위안부 관련 결의안을 제출한 토니 아벨라 뉴욕주 상원의원의 작업에도 한국계 두 단체가 참여했다”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또 ‘한국 이민 1세대들은 언어 문제로 다른 인종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경험 때문에 정치적으로 결속하는 경향이 있다”는 ‘한국계 주민사에 정통한 교수’의 엉뚱한 말까지 인용했다. 사설에선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낳는 1993년의 고노 담화를 재검토하자”고 했다.

 산케이신문도 언제나처럼 트집을 잡았다. “글렌데일에 많이 사는 한국계와 아르메니아계의 합작품이다. 과거 오스만투르크에 학살당했다고 주장하는 아르메니아계와 일제 통치를 경험한 한국이 손을 잡았다”는 취지로 분석했다.

 일본 언론 대부분이 한목소리로 경계한 것은 일본 정부의 로비력 부족이다. “일본군이 강제적으로 위안부를 동원한 증거가 없고, 개별적 배상의무가 없음에도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드는 등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는 점이 미국에서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분석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현미경을 들이대야 할 대상은 한국의 로비나 공작이 아니다. 왜 한국·일본과 무관한 아르메니아계 주민들까지 일본에 대한 규탄에 열을 올리는지, 왜 일본계 미국인 대표들이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해 일본 정부의 반성을 촉구하는지, 왜 일부 일본인들과 일본 총영사관 측의 건립 방해 공작이 전 세계의 지탄을 받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일본 정부의 변명이 미국에서 왜 먹히지 않는지를 고민하기 전에 어떻게 사과하고 반성해야 진의가 전달될 수 있을지를 짜내야 한다.

서승욱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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