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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시끄럽다 구박받으며 빌딩 숲에서 우는 매미도 딱하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천변 오동가지에 / 맞댄 두 꽁무니를 / 포갠 두 날개로 가리고 / 사랑을 나누는 저녁 매미 / 단 하루 / 단 한 사람 / 단 한 번의 인생을 용서하며 / 제 노래에 제 귀가 타들어가며 / 벗은 옷자락을 걸어놓은 / 팔월도 저문 그믐 / 멀리 북북서진의 천둥소리’(정끝별 ‘처서’)

 시인이 매미 한 쌍을 목격했을 때 그들은 조용히 임무 수행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러나 짝을 찾기까지 수컷은 얼마나 목청 찢어져라 노래했을까. 요즘 출퇴근길에 만나는 매미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부부젤라에 빗댄 ‘매미젤라’라는 말이 실감난다. 도시지역은 원래 남방계인 말매미 개체 수가 늘어난 탓에 한층 더 시끄럽다.

 지난해 한국소음진동공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도시의 말매미 울음소리는 평균 75.0데시벨. 조사 대상 지역의 자동차 소음(평균 67.9데시벨)을 능가했다. 소리의 크기뿐 아니라 날카로움·거칠기에서도 말매미가 참매미·쓰름매미를 압도했다(‘도심지역에 서식하는 매미 울음소리의 음절 특성’). 밤에도 소리가 별로 잦아들지 않고, 주로 인공조명이 밝은 곳을 찾아가 운다. 인간이 매미 혼사에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매미 애벌레는 땅속에서 5년, 7년 등 소수(素數) 숫자만큼 해를 보내고 성충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북미의 13년, 17년 주기 매미가 특히 유명하다. 이집트·그리스 수학자들을 까마득히 앞선, 자연 속의 수학이다. 천적·기생충을 피하고 다른 매미와 경쟁하지 않으려는 본능이라는 설이 있고, 일종의 인해전술이라는 해석도 있다. 새삼 신기한 것은 콘크리트 바닥투성이인 대도시에서 그 많은 매미들이 대체 무슨 수로 땅속을 파고들어 몇 년씩이나 숨죽이고 있다가 우화(羽化)했을까 하는 점이다.

 도시의 매미가 유달리 시끄러운 데는 고층빌딩 사이에 일어나는 공명효과도 한몫한다. 시골과 달리 녹지가 적어 매미 개체가 분산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읍 단위 이상을 도시로 칠 때, 우리나라의 1인당 도시 숲 면적은 7.95㎡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하는 기준(9㎡)의 88%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울은 4.01㎡로 아주 형편없다. 산림청이 2017년까지 1인당 도시 숲을 8.6㎡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긴 했으나 예산·정책이 얼마나 뒷받침될지 두고 볼 일이다. 실내 헬스클럽 말고 야외에서 운동할 환경을 만들자는 그린 짐(Green Gym) 운동, 도시 자투리땅마다 몰래 나무·꽃을 심자는 그린 게릴라(Green Guerilla) 운동이라도 민간에서 활발히 벌어지면 좋겠다. 지상에 올라와 불과 몇 주 살다 가는 매미다. 우리는 소리에 짜증내지만 매미는 다르지 않을까. 단 하루, 단 한 짝과 나누는 사랑조차 인간이 방해한다고 말이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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