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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도솔서예문인화대전 서예 대상 김진복씨

제11회 도솔서예문인화대전 서예부문 일반부 대상을 차지한 김진복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는 좁은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는 일이랍니다. 결과물이 쉽게 드러나는 분야가 아니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면서 다시 발돋움을 하는 구도의 길이지요. 위기를 잘 넘겼기에 오늘의 결과를 얻지 않았나 싶어요.”

 지난 달 ㈔한국미술협회 천안지부 주최로 열린 제11회 도솔서예문인화대전에서 서예부문 일반부 대상을 차지한 김진복(55·여)씨. 김씨는 정촌선생 시 ‘롱손(弄孫)’을 육조체로 출품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미로 붓을 잡기 시작한지 16년 만에 얻은 보배와 같은 결과였다.

취미로 시작해 하루 7시간씩 몰입

김씨는 젊은 시절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의 모습이 뭘까 고민하며 이런 저런 취미활동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서예를 시작하게 됐다. 주말부부라 남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오히려 긴 시간 홀로 글씨를 쓰는 서예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서예학원에 가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글씨를 썼다. 몇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며 하루 7시간씩 서예에 몰입했던 시간이었다. 일과의 전부를 차지할 만큼 서예를 익히고 배우는 시간은 김씨에게 소중하고 즐거운 취미생활이었다.

 오랜 세월 김씨를 사로잡은 서예의 매력은 ‘흰 종이 위에 검게 번져나가는 부드러운 힘’이라고 한다. 글씨를 쓸 때는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어 모든 걱정과 잡념이 사라진다. 어찌 보면 스트레스를 푸는 과정이라 할 수 있지만 머릿속이 너무 복잡할 때면 오히려 아무것도 쓸 수 없다고 한다. 글씨를 쓴 사람의 마음 상태가 종이 위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아예 붓을 들지 않는 편이 좋단다.

 “딱 두 번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경험한 적이 있었어요. 글씨를 쓰다가 갑자기 몸이 붕 뜨는 듯 한 기분이 들며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 생각 없이 붓이 움직이는 기분을 느꼈어요. 놀라운 경험이었죠.”

 그런 김씨에게도 오랜 세월 묵향을 맡는 일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슬럼프가 찾아오던 시기는 서예를 시작한 후 10년이 지났을 때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실력이 부쩍부쩍 느는데 혼자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무기력해지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많았지요. 그간의 세월이 억울해서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갈 때까지 가 보자’ 싶었죠. 힘들었지만 끝까지 붓을 놓지 않은 일은 스스로 생각해도 참 대견한 일이었어요.”

대상을 받은 김진복씨의 작품.
꾸준히 정진해 개인전 열고파

김씨는 스스로를 ‘대기만성형 서예인’이라고 칭했다. 내가 써 놓은 한자를 내가 알지 못하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겼고, 누군가 이 한자가 무슨 글씨냐고 물어봤을 때 대답을 못하면 낭패다 싶었다. 뒤늦게 한자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공부를 시작했다. 글씨를 쓰듯 차근차근 한자자격시험을 준비한 결과 준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달 말에 국가공인 2급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다.

 스승인 청원 오윤선씨는 “집중력과 인내력이 대단하다”며 “서예 이론에 대해 관심이 많고 좋은 시를 추천해 주면 꼭 외워 온다. 연습할 때도 건성건성 쓰는 경우가 없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제대로 써 낼 줄 아는 제자”라고 칭찬했다.

 김씨는 이번 도솔서예문인화 대전을 위해 정촌 선생의 시를 300장 넘게 연습했다.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서체인 육조체는 서예의 여러 가지 글씨체 중 여성적인 부드러움보다는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는 서체다.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40여 분의 시간이 걸리는데 쓰다 보면 틀리고 실수하는 일도 있지만 김씨는 서체의 흐름과 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 도중에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다음 장을 쓸 때의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김씨는 “서예를 시작한 후 긍정적인 사고로 평안을 느끼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며 “서예인으로 아직은 젊은 나이라 개인전을 열기엔 멀었지만 식구들의 성화에 훗날을 기약하고 있다. 꾸준히 정진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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