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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부터 기술 유출까지…'첨단 몰카의 시대'

[박상빈기자 bini@]


#5월 중순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시계형 소형카메라를 이용, 자신의 뒷자리에 앉은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카메라 찍은 고려대 교수가 입건됐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교수는 연구실에서 자신의 여제자들도 몰래 촬영한 것으로 추가 조사됐다. USB형 카메라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3월에는 국내 휴대전화 부품 생산 기술 공정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동영상 촬영한 중국인 2명이 입건됐다. 중국 대기업 계열사 파견 직원인 이들은 한 국내 공장의 내부를 스마트폰으로 2분여간 몰래 촬영한 혐의다. 이들은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갔다가 발각되자 스마트폰을 부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기(IT) 발달로 카메라가 소형화되거나 스마트폰 안으로 숨어 들어가며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알아차리기 어려운 위치에서 누군가를, 또 무엇을 노리는 카메라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첨단 몰카의 시대'라 불릴만 하다.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소형카메라(왼쪽)와 스마트폰 무음 카메라 어플(오른쪽)의 모습 / 사진=해당 판매처 캡처
◇ 버젓이 판매되는 소형카메라, 쉽게 구할 수 있는 무음카메라


범죄 이용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에도 몰카 기능의 소형카메라는 여전히 구하기 쉽다. 인터넷 쇼핑사이트에도 몰카성 카메라는 쉽게 발견된다. 안경·볼펜·시계·라이터형 등 자신들을 소개하는 소형카메라는 시세가 20만~50만원. 한 포털사이트의 쇼핑몰 검색에서만 2000여건 확인된다.

한 인터넷 쇼핑사이트는 화려한 사진과 영상으로 소형카메라를 광고할 뿐 아니라 심지어 방송 프로그램의 협찬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다른 판매처는 소형카메라의 '적외선' 기능을 강조하기도 했다.

"디자인 좋고, 품질 대비 만족합니다. 카메라라고 하니 아무도 믿지 않네요"라는 구매평과 제목 '나의 비밀병기'라는 구매평이 주목된다. 평가에는 여름에 물놀이 갈 때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따로 보관할 필요 없고, 무엇보다 장점은 몰래 촬영 가능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스마트폰도 몰래카메라로 악용된 지 오래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2004년 규정한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은 일상 대화의 소리 크기인 60~68dB(데시벨)로 2013년 3월 개정됐지만 권고사항이라는 이유로 처벌 근거가 없는 상태다. 범죄에 악용될 경우 '사람'에 대한 처벌은 있지만 무음카메라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미약하다.

규정에는 일반 촬영 외에도 무음 모드나 동영상 촬영의 시작과 끝에 촬영음이 강제 돼야 한다고 요구조건으로 명시한다. 하지만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는 모바일 마켓에는 '무음' '조용한'을 붙인 카메라 어플이 넘쳐난다. 한 무음카메라 어플은 다운로드 횟수가 1000만건이 넘은 상태다.

◇ "몰카 범죄 적발 어려워"‥방지제품도 나와

지난해 경찰청이 박남춘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중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는 △2007년 558건 △2008년 576건 △2009년 807건 △2010년 1134건 △2011년 1523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09년 본격적으로 출시된 스마트폰 보급이 현재 보편화 수준에 도달한 점과 IT 발전의 속도가 더 빨라져 기계의 소형화가 반복된다는 점은 '드러나지 않는' 카메라 범죄가 계속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장마가 끝나고 본격 여름철로 접어들며 성범죄 몰카에 대한 염려가 나온다.

5월 29일 지하철2·4호선 사당역. 치마를 입고 에스컬레이터를 탄 여성을 스마트폰으로 50여초 몰래 찍은 목사 류모씨(37)가 붙잡혔다. 류씨는 사당역~서초역 구간을 지하철로 오가며 혼잡한 틈을 타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피서지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4일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는 여성들을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외국인 4명을 검거했다.

몰카 범죄가 이어지는 가운데 창에 맞선 방패로 '탐지 제품'의 판매가 이목을 끈다. 보안용품으로 분류된 한 몰래카메라 탐지기는 몰카, 도청 탐지 등을 기능으로 소개했다. 싸게는 2만원대부터 비싸게는 수백만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 A씨는 "몰래카메라 범죄는 적발하기 어려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성범죄에 이용되는 경우 애초에 추행 등 다른 성범죄보다 자신이 발각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하에 범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교수·목사·변호사 등 사회지도층까지 몰카를 찍다가 적발된 경우가 일어났는데 모두 '적발되지 않을 가능성'을 믿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몰카 피해 예방법으로 두 가지가 꼽혔다. 성범죄 몰카의 경우 스마트폰 등에 집중해 덜 주의할 때가 많기 때문에 항상 오감을 열어두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경우에는 정면보다는 45° 정도를 꺾어 타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찰관 B씨는 "스마트폰의 촬영음 제한에도 무음카메라가 존재하고 몰카성 소형카메라가 버젓이 팔리는 게 현실"이라며 "범죄를 따라가지 못하는 미미한 처벌과 단속 규정에 대해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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